[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기자] 시작은 소박했다. 아홉 멤버가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사람들은 그저 귀여운 소녀가 등장했다는 것에만 의의를 뒀다. 당연히 성공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남성들의 독무대였다. '소녀시대'는 한 마디로 메인디쉬가 아닌 대형 기획사에서 잘 조리된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달랐다. 당찬 9명의 소녀들은 머릿속으로 인기 걸그룹의 탄생을 그렸다. 그리고 결국 국민 히트송 '지(Gee)'를 탄생시키며 '걸'들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남자 아이돌 그룹의 전유물이던 가요시장의 판세도 바꿔놓았다. '소녀시대'가 성공궤도에 접어들면서 소녀, 즉 걸그룹 부활의 신호탄도 쏘아진 것.

소녀의 부활은 이미 가요계를 뒤바꿔놨다. 그렇지만 '소녀시대' 아홉 멤버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일양국에서 한차원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소녀'가 아닌 자신들의 '시대'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까지 구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내 품에 사로잡겠다는 것이 그들의 마지막 목표다.

소녀의 부활을 이끌었고, 자신들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향후 세계까지 꿈꾸는 '소녀시대' 9명의 멤버를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직접 만나봤다. 그리고 새 미니앨범 '훗'을 매개체로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까지 함께 나눠봤다.

 

 

◆ "과거, 소녀들의 부활을 이끌다"

2007년, 소녀시대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첫 앨범 타이틀 곡 '다시 만난 세계'를 열창하며 힘차게 발차기를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등장은 신선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슈퍼주니어', '빅뱅' 등 남자 아이돌의 득세 속에서 틈새를 노린만큼 주목도는 많지 않았다. 태연이 회상한 '소녀시대' 데뷔 당시도 그랬다.

"데뷔할 때 워낙 걸그룹들이 없었어요. 가요계는 남자 아이돌 천국이었죠. 그 때 바랬던 건 딱 하나였어요. 우리가 소녀들의 부활을 이끌고 싶다는 것이었죠"

'소녀들이 평정할 시대가 왔다'는 뜻을 지닌 '소녀시대'라는 팀명은 9명의 멤버가 같은 생각을 갖게했다. 자신들의 행보가 많은 걸그룹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부활의 계기가 되길 바랬다. 그리고 소원은 이뤄졌다. '지(Gee)'의 성공으로 '카라', '티아라', '포미닛' 등 걸그룹이 두각을 나타냈다. 멤버 수영은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소녀시대'라는 팀명을 처음 받고 든 생각이 있었어요. 열심히 해서 그룹이름처럼 남성이 아닌 소녀들이 이끄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죠. 다행히 저희가 활동하면서 다른 걸그룹들도 많이 등장했고, 이제는 정말 '걸'의 파워가 커졌잖아요. 우리를 계기로 소녀들이 많이 활동하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랬던 꿈은 이뤄진 셈이죠"

 

 

◆ "현재, 그들만의 시대를 만들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현재 자신들의 위치에서 한 단계 나아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소녀시대'가 만들고 있는 것은 '소녀'가 아니라 '시대'다. 걸그룹이 부활했으니 이젠 경쟁을 통해 '소녀시대'의 1등을 일구겠다는 것. 팀의 확고한 정상 등극을 위해 달리고 있다. 멤버 써니에게 이런 생각이 확고했다.

"걸그룹의 힘이 커지고 나니 다른 목표가 생겼어요. 바로 우리만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거죠. 시대라는 걸 만들려면 문화적으로나 세계적으로 큰 그런 하나의 계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사건을 우리가 만들어 가면서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더 크게 만들고 싶어요.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요?"

'시대'를 만들기 위한 '소녀시대'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새로 발매한 미니앨범 '훗'은 이들의 성장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앨범이다. 007작전을 콘셉트로 한 깜짝 앨범발매부터 복고를 차용한 스타일과 음악이 전 세대를 아우른다. 또한 처음으로 한일양국에서 동시에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 중이다. 수영의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훗' 음악을 듣고 서부영화가 떠올랐어요. 한 마디로 007이랄까? 그래서 머리를 한껏 띄운 스타일에 본드걸 이미지를 선보였죠. 퍼포먼스 역시 군무와 개인파트를 강조해 딱 떨어지게 만들었어요. 아시아 투어 중이라 힘들었지만 바뀐 헤어 스타일을 끝까지 숨기면서 이룬 007작전이 성공했죠. 복고의 첫 시돈데 남녀노소 공감대가 넓어서 이전 활동과는 또 다른 도약을 선보일 수 있는 계기였죠"

제시카와 막내 서현의 생각도 비슷했다.

"한일 활동 병행해서 힘들었어요. '훗' 뮤직 비디오를 찍고는 몇 시간 있다가 대만에서 콘서트하고, 싱가포르로 넘어가는 빡빡한 일정이었죠. 하지만 '소녀시대'만의 완벽한 색을 내기위해 연습도 새벽까지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정말 모든 멤버가 집중하고 올인하면서 노래, 안무, 스타일 창조에 매달렸죠. 소녀 '시대'를 만들기 위해 나가고 있는 셈이죠"

 

 

 

◆ "미래, 009 작전 세계를 꿈꾸다"

이제 '소녀시대'는 현재가 아닌 미래까지 꿈꾸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싶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실제 '소녀시대'의 인지도는 유럽과 미주, 심지어 아프리카에까지 뻗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UCC 사이트가 활발해 지면서 덕을 본 셈이다. 리더인 태연은 이를 바탕으로 폭넓은 해외 활동을 조심스레 꿈꾸고 있었다.

"아직까지 아시아를 제외하고 미국이나 그 외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멤버들 모두 늘 꿈은 꾸고 있죠. UCC 사이트를 보면 각국의 해외 팬들이 "꼭 우리나라에 와서 노래해 주세요"라는 부탁의 말을 남기곤 하는데 이런 반응을 볼 때 좀 더 실력을 키워서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도 꼭 한 번은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훗날의 도약을 위해 멤버들마다 노력하는 부분도 다르다. 서로 재능에 맞게 작사 혹은 작곡, 악기 연주 등에 도전하며 완벽한 '퍼포머'로 설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음악적 밑거름이 언젠가 '소녀시대'를 더 크게 키울 자양분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특히 티파니와 유리의 설명은 그들의 지금보다 더 나아진 미래를 떠올릴 수 있게 해줬다.

"음악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태연이 같은 경우는 작곡 공부를 시작한 상태죠. 저와 티파니는 꾸준히 작사를 하면서 앨범에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 실제 유리가 새 앨범 작사가로 참여했고요. 막내 서현이와 수영이는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데 여념이 없어요. 이런 노력이 모여서 미래의 '소녀시대'를 만들어 줄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진짜 '소녀시대'는 아직도 먼 것 같아요"

<글=나지연기자,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