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10년 만에 찾아온 걸그룹 전성시대…

숙녀로 이미지 전환해가면서 각자 개성 담은 다양한 패션 코드 선봬


가수에게 스타일은 음악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다. 흑인 특유의 펑키한 헤어스타일에선 레게 음악이, 머리에 두른 수건과 헐렁하게 내려입은 바지에선 힙합이 읽힌다. 드레시한 정장은 리듬앤드블루스(R&B)나 발라드곡일 확률이 높고, 어깨가 강조된 재킷은 레트로풍 음악이 다시 돌아왔음을 확신하게 한다. 특히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는 걸그룹의 경우라면 노래를 듣지 않고도 의상에서 노래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보여주는 음악’이 대세인 요즘, 걸그룹은 의상으로 음악을 입는다.

‘보여주는 음악’, 패션이 더욱 중요한 걸그룹들

‘걸그룹 춘추전국시대’로 통하는 올여름 가요계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등 기존 걸그룹과 2NE1, 포미닛, 티아라 등 신인까지 다양한 걸그룹이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순위권과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엠넷 <엠카운트다운>의 김기웅 PD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흥행 카드로 자리잡으면서 여러 기획사에서 걸그룹을 양산한 결과”로 분석한다. 걸그룹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쇼 프로그램 무대 위는 패션쇼 디자이너들이 경쟁하는 런웨이를 방불케 한다. 노래가 안 되면 의상으로라도 튀려는 이들의 무대 위 4분은 라스베이거스의 쇼 무대처럼 화려하다.

두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소원을 말해봐>로 돌아온 소녀시대는 밀리터리 머린룩을 입고 늘씬한 각선미를 뽐낸다. 마네킹처럼 고른 몸매를 가진 이들은 맞춤 유니폼을 입고 일사불란한 군무를 추며 “난 그대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은 행운의 여신”이라고 노래한다. 데뷔 두 달 만에 <파이어> <아이 돈 케어>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2NE1은 컬러플 한 팝아트 티셔츠에 찢어진 레깅스를 입고 등장해 스트리트 패션을 보여준다. ‘여자 빅뱅’이라고 불린 이들은 “뛰뛰뛰뛰뛰고 싶어, 미미미미미치고 싶어”라고 노래하며 독특하고 자유로운 의상을 뽐낸다. ‘유니폼 대 자유복’의 차이만큼 소녀시대와 2NE1은 걸그룹 10년사의 같기도, 다르기도 한 변천사를 보여준다.

1990년대 말, 핑클과 S.E.S의 등장은 걸그룹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요정 콘셉트로 등장한 이들은 유니폼 스타일의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 무대에서 춤을 췄다. 음악성을 뽐내며 노래를 들려주는 것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핑클과 S.E.S가 성공하자 베이비복스, 샤크라 등 수많은 걸그룹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룹 이름만 바뀌었지 상황은 비슷하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뜨자 씨야, 다비치, 애프터스쿨 등 귀엽거나 섹시한 걸그룹이 쏟아졌다. ‘핑클 대 S.E.S’, ‘원더걸스 대 소녀시대’의 경쟁 구도가 그때도, 지금도 걸그룹의 부흥을 이끌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걸그룹의 고정적인 스타일도 여전하다. 소녀를 강조하는 ‘큐티걸’ 콘셉트는 ‘걸그룹 생성 매뉴얼 1단계’다. 소녀시대는 <키싱유>를 부르며 막대사탕춤을 춰 존재감을 보였고, 카라도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먹는 춤을 추며 귀여움을 강조했다. 원더걸스의 소희도 <텔미>에서 ‘어머나’ 같은 표정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 소녀들은 나이를 먹고, 대중은 자극을 원한다. 음반이 늘어날수록 귀여운 소녀는 섹시한 숙녀가 됐다. 핑클과 S.E.S는 힙합 의상과 정장 패션의 변화를 거쳐 노출 의상이 있는 섹시 콘셉트까지 보여줬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도 소녀에서 숙녀로 변신 중이다.

하지만 요즘 걸그룹은 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걸그룹 변신 매뉴얼 2단계’를 있는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복고풍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원더걸스는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다. 유니폼은 변함없지만 소녀시대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여성미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에프터스쿨은 트레이닝복 하나만으로도 섹시함을 강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알록달록한 비비드 컬러의 티쳐츠와 액세서리가 강조된 의상을 선보이는 포미닛과 2NE1의 의상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도 이질감이 없다. 2NE1과 빅뱅의 스타일리스트인 양승호씨는 “가수에겐 음악이 제일 우선이지만 그에 어울리는 비주얼은 음악을 더 빛내준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중 사이에서 생소했던 패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유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성 뒷받침 안 되면 밀려날 수밖에

걸그룹의 스타일은 그들의 존재감을 무대 밖으로 전달하는 힘까지 가졌다. 여성 아이돌이 곧 ‘스타일 아이콘’인 시대에서 이들이 입는 의상은 패션산업을 이끄는 유행을 낳기도 한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걸그룹이 10대들이 따라 하고픈 ’워너비’가 되고 있다”며 “걸그룹의 패션이 파리 컬렉션의 런웨이 의상처럼 과감하고 트렌디해지면서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캐주얼 시장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일이 곧 가수의 생명력을 책임져주지 못한다. S.E.S와 핑클도 귀여움에서 출발해 섹시함에서 멈췄다. 음악평론가인 이혁준씨는 “보여주는 것에만 치중했던 걸그룹이 음악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생명력을 이어갈 수 없다”며 “성공한 걸그룹의 전신을 따라가는 안전한 길을 택하기보다 스타일과 음악성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원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36&aid=0000020546


기자님께서 쓰신것같이 음악성이 뒷받침이 안되면.... ><
하지만 우리 소녀들은 음악에 관해 욕심이 많고 더욱 더 발전해 나아가고
sm에서도 음악성있는 곡을 주려고 하니깐... 더욱 더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