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 걸그룹인 소녀시대. 소녀시대의 데뷔 때부터 큰 성공을 거둔 현재까지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이만한 성공 스토리도 없다. 흔히 소녀시대의 성공을 거대 기획사인 SM의 뒷받침 덕분으로만 여기기 쉽지만, 무조건 기획사를 잘 만난 덕은 아니라는 사실은 소녀시대를 지켜본 팬이라면 쉽게 수긍할 것이다.

소녀시대는 2007년 8월 ‘다시 만난 세계’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데뷔한다. 하지만 데뷔 전부터 소녀시대의 발목을 잡았던 암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먼저 SM에서 데뷔하는 걸그룹이 흔히 그렇듯 SM 소속 남성그룹을 좋아하는 거대 소녀 팬들의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소녀시대가 이런 시련을 극복할 만한 지원군이 든든했던 것도 아니다. 당시 걸그룹의 팬은 영원한 환호부대 군인과 어린 남성들이 고작이었던 것.
게다가 소녀시대 데뷔 마케팅조차 걸그룹의 탄생에 관심을 기울이던 많은 남성들에게 외면받았다. 9명의 멤버를 매일 한 명씩 공개하는 티저 영상으로 소녀시대의 데뷔를 알렸는데, 많은 사람들은“아홉 명이 똑같은 사람인 것 아니냐” “같은 성형외과를 다녔나 보다”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실제로 긴 생머리에 과도한 포토샵 기술을 거친 뽀얀 얼굴 때문에 멤버의 개성을 보여주기란 힘들었다. 티저만으로 관심을 받고 팬도 생기긴 했지만 그 세력은 미미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는 기존 걸그룹에서는(물론 현재 등장하는 걸그룹까지 포함해서도) 볼 수 없던 힘찬 발차기 퍼포먼스로 시선을 모았다. 소녀시대는 이 곡의 인기를 바탕으로 서서히 팬층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멤버는 이미 소녀시대 데뷔 전부터 연기 활동을 하고 CF에 출연했던 윤아와 티파니였다. 윤아야 다른 멤버에 비해 활동을 한 경험이 있어 얼굴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티파니는 일반 사람들이 쉽게 구별하기 힘든 소녀들 사이에서 유일한 단발머리로 데뷔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게다가 특유의 눈웃음 전법과 혼자 안무를 틀리거나 무대에서 넘어지는 띨띨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띨파니’ ‘구석파니’ ‘꽈당파니’ 등 행동 하나하나에 별명이 붙을 만큼 ‘티파니만의 팬’을 튼튼하게 구축했다.

이후 소녀시대는 리메이크곡 ‘소녀시대’ ‘Baby Baby’ ‘Kissing You’ 등의 곡을 히트시키며 성공한 걸그룹으로 완전히 자리잡는다. 그리고 연기, 노래, MC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기획된 팀답게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서 활동한다. 연기자로 활동해왔던 윤아는 시청률 40%가 넘는 <너는 내 운명>의 주연이었고, 태연은 OST에 참여하며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수영과 유리도 시트콤에 출연하고, 티파니는 케이블 방송 MC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특히 윤아나 티파니에 가려 있던 태연은 귀여움과 뛰어난 가창력을 발판 삼아 인기를 키워갔다.

이 정도만 해도 소녀시대는 충분히 성공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성공에는 안주하지 못하겠다는 듯 2009년, 그야말로 대박 행진을 이어간다. ‘Gee’와 ‘소원을 말해봐’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며 열성적인 삼촌팬 세력의 결집에서 앞장섰다.

사실 2009년은 노래의 연이은 메가 히트로 소녀시대의 입지를 다진 한 해이겠지만, 각 멤버별 매력 발산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시기였다. 그동안 아홉 명의 멤버 사이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숨은 장기를 발휘하느라 모든 사람들은 소녀시대의 마법에 걸려 있어야 했다. 대표적인 멤버는 제시카와 써니, 유리, 서현이다. 
 


제시카는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시크한 말투와 특유의 자신만만한 행동으로 ‘말년병장포스’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에 출연하여 박명수와 함께 ‘냉면’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냉면’을 통해 4집 가수 박명수를 압도하는 가창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시카만의 시크함’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동생 크리스탈까지 f(x)로 데뷔하면서 2009년은 제시카의 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써니는 데뷔 초부터 오랜 시간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다. 5~7년에 이르는 긴 연습생 시간을 거친 소녀시대의 다른 멤버와 달리 뒤늦게 투입된 데다(물론 써니는 다른 기획사에서 다른 컨셉의 걸그룹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긴 했었다), 이수만의 조카라는 사실 때문에 ‘빽으로 들어왔다’는 평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써니는 이런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입지 다지기에 들어갔다. 강렬한 애교는 써니만의 전매특허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통해 초반 일었던 논란도 완전히 잠재우고 말았다. <청춘불패>를 통해 죽기 살기로 덤비면서 애교를 뛰어넘는 컨셉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정착한 듯하다.

막내 서현은 청순한 외모에 4차원적인 행동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현미 ‘선생님’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음악 프로그램 <초콜릿>에서는 피아노 솜씨도 뽐냈다. ‘소원을 말해봐’의 효연의 단독댄스 파트에서는 서현이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피부를 위해 스케줄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12시에는 잠을 자야 한다”는 서현의 엉뚱한 주장처럼 미모 유지에도 힘을 쓰고 있다.
서현이 청순미로 어필하고 있다면 유리는 성숙미를 앞세우고 인기몰이 중이다. 소녀시대 활동 당시 눈에 띄지 않았던 과거는 가라, 유리는 최근 섹시미를 발산하며 소녀시대 멤버 사이에서 자신만의 포지션 찾기에 성공했다. MC 활동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유리의 글래머 몸매와 섹시한 자태를 숨길 수 없다. 차세대 섹시퀸으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2009년 확실히 자신의 인기 구축에 성공한 제시카, 써니, 서현, 유리 외 다른 멤버들은 어떤 포지션일까? 
 


윤아는 연기자로서 자신만의 세력 강화에 성공했다. 게다가 외모만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윤아의 터프하고 지나치게 털털하다는 성격은 소녀시대 이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SM에서는 윤아의 남성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것을 극구 말리고 있다는데, 윤아가 보여주는 의외의 성격은 가식적인 면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이다.

소녀시대 초기 큰 인기를 누렸던 티파니는 현재 그 인기를 제대로 유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신만의 개성 표출에 성공한 다른 멤버와 달리 어수룩함만으로 세력을 구축하기에는 힘든 모양. 태연, 제시카와 함께 3대 보컬라인을 담당하는 만큼 다른 가수의 피처링이나 OST 작업에 참여하는 등 노래에 중점을 두거나, 슈가 아유미, 카라 니콜처럼 엉뚱함을 컨셉으로 삼아 두 번째 도약을 해야 할 듯하다.

태연은 라디오 방송에서도 자신만의 자리를 구축했다. 이미 가창력만큼은 아이돌 사이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이후 솔로 가수 활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수영은 다양한 활동을 한 것만큼은 자랑해도 좋다.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고 예능 프로그램의 MC도 맡았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한자리 차지했었다. 이미 소녀시대 데뷔 전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었다. 수영에게는 많은 일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현재가 ‘이거다’ 싶을 만큼 자신 있게 내세울 전담분야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영의 전략은 ‘길게’가 아닐는지. 슈가 출신 황정음처럼 크게 빛을 보지 못해도 오래 방송을 하다 보면 최상의 궁합을 발하는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초기에도 그렇고 현재도 효연은 안타까운 케이스다. 댄스 실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은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나 보여줄 수 있을 뿐, 쉽게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걸그룹 멤버로서 댄스 실력이 뛰어나다는 강점은 프로필 한 줄 채울 거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원을 말해봐’에서 단독댄스 시간을 제공받았지만, 효연의 파워풀한 댄스 실력을 100% 완벽하게 발휘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지나치게 쑥스러움을 타는 것처럼 보여, 자신감 확보에부터 나서야 할 듯하다. 올해가 가기 전 효연의 포인트라면 단독 콘서트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주는 일일 테다. 아니라면 소녀시대 차기 히트곡에서 카라 니콜 ‘엉덩이춤’처럼 입 소문 내줄 히트 댄스가 있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올해 소녀시대 멤버 사이에는 인기의 희비곡선이 있었다. 이게 다 까면 깔수록 새롭게 등장하는 소녀시대의 매력 덕분일 것이다. 과연 2010년에는 어떤 멤버가 더 크게 웃고, 어떤 멤버가 안타까워할지 기대된다. 이지현 기자|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PM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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