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소녀시대 등 아이들(Idol) 걸그룹들이 '닭싸움'에 빠졌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만 경쟁하는 줄 알았던 이들 걸그룹들은 공교롭게도 일제히 치킨 모델로 발탁돼 방송과 지면 CF에서 장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원더걸스는 최근 BBQ 치킨의 신제품 광고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멤버 중 소희의 얼굴만큼이나 큰 닭다리를 먹기위해 서로 몸싸움을 하는 내용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TV 예능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더욱 웃음을 주고 있다. 미국 빌보드에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76위에 입성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진 즈음에 촬영됐다. 큰 닭다리를 찾으려고 즉석에서 무려 300마리의 닭을 튀겼다는 후문이다.

소녀시대는 굽네치킨의 모델로 활약 중이다. 굽네치킨은 BBQ에 비해 치킨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제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소녀시대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치킨 모델 시장에 걸그룹 바람을 일으킨 것도 사실은 이때부터였다.

이후 걸그룹들의 치킨 모델 진출은 더욱 가속화됐다.

카라는 지난 10월부터 구어조은닭의 TV 및 지면 모델을 하고 있다. 지면은 통상적인 제품 홍보 사진을, TV 광고에서는 히트곡 '미스터(Mr.)'의 엉덩이춤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불로만 치킨을 광고한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바비큐 치킨 제품이다. 요리사 복장을 한 지면 광고가 눈에 띈다.

이밖에도 티아라는 네네치킨, 걸그룹 신예인 시크릿은 구어스 치킨과 인연을 맺으면서 걸그룹 치킨 모델 시장에 잇따라 합류했다. 이쯤되면 걸그룹 대부분이 치킨 CF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같은 걸그룹 쏠림 현상에 대해 광고계 전문가들은 대략 두 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첫째는 치킨이 국민적인 간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전연령대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을 지닌 모델을 찾게 됐다는 것, 둘째는 치킨 프렌차이즈 등으로 시장 자체가 성장하면서 치킨 회사들이 늘어난 자금력으로 톱스타 모델들을 섭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BBQ 치킨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의 이문영 PR팀 부장은 "치킨의 주요 타깃 소비자층이 10~30대까지의 남성들이 많고,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업체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는 점이 걸그룹들을 모델로 발탁하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