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촌스럽다’ ‘옷맵시가 살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에 내복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내복 입기는 친환경 실천의 한 방법이자 따스한 겨울나기의 최고 노하우다.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말하는 당당히 ‘내찾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어김없이 겨울이 돌아왔다. 추운 겨울이면 제일 먼저 ‘내복’이 떠오른다. 하지만 ‘패션’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내복 입기가 조금은 꺼려진다. 거기다 예전 ‘빨간 내복’이 떠올라 촌스럽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내복은 겨울철 친환경 생활을 지키는 선두주자다. 내복을 입으면 체내 온도를 3~6도 올릴 수 있어 에너지 자원을 아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겨울철 녹색생활은 잘 지켜질 수 있다.



연예인과 방송인들은 “내복은 든든한 겨울을 보낼수 있는 필수품”이라고 말한다.

지난 11월 14일 방송된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내복’과 관련된 깜찍한 발언이 있어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는 소녀시대 티파니의 ‘빨간 내복’ 예찬론 때문이었다.

함께 MC를 맡고 있는 소녀시대 유리가 “겨울에는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묻자 티파니가 “비밀인데 빨간 내복이 필수”라고 답했다. 이에 유리가 놀라며 “우린 아직 팔팔하고 깜찍한 나이다”라고 말하자 티파니는 “몰라서 그렇다. 내복이 에너지 충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아냐”고 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소녀시대 티파니가 ‘내복은 에너지’라고 말한 것처럼 내복을 즐겨 입는 연예인과 방송인에게 ‘내복’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KBS 개그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에서 ‘남성인권보장위원회’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황현희는 “개그맨에게 내복은 늘 가까운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내복이 갖고 있는 촌스러운 이미지를 개그 소재로 희화화해 자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티파니 “내복은 나의 에너지”

대부분 처음 내복을 입게 된 계기를 꼽으라면 어머니의 당부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황현희도 어렸을 적 겨울철마다 내복을 꼭 챙겨 입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취미로 등산을 하면서 자연스레 내복을 입게 됐다고.

그는 “요즘은 내복의 종류가 엄청 많다. 예전처럼 무조건 두껍지도 않아 등산 갈 때 기능성 내복을 챙겨 입고 가면 땀도 잘 흡수되고 보온성도 높아 좋다”며 요즘 나온 기능성 내복들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KBS 오락 프로그램 <상상 더하기>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이지애 아나운서도 내복 입기에 동참하는 똑똑한 환경 지킴이다. 그는 “내복을 입는 게 귀찮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 노력들이 모아져 후세에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며 “겨울철 내복 입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내복을 입으면 괜히 둔해 보인다는 느낌 탓에 젊은 여성들은 입기를 꺼린다. 게다가 사무실이나 집이 난방이 잘돼 있어 내복 입기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할 때가 많아졌다. 이지애 아나운서는 “예전에 진행했던 프로그램에서 내복의 효과를 본 적이 있다”며 내복 입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독일인들은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대신 스웨터나 내복을 껴입는다고 해요. 그래서 겨울에도 실내 기온이 낮은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겨울에도 아파트에서 반팔을 입는 등 실내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작은 인식의 변화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해요.”

또한 그는 “추위에 견딜수록 정신력도 강해지고 몸도 건강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내복 입기 운동을 통해 추위에 적응하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복을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주부들이다. 14년째 SBS 라디오 프로그램 <이숙영의 파워 FM>을 진행하는 방송인 이숙영은 “겨울 새벽에는 방송을 준비하러 갈 때마다 빼먹지 않고 내복을 입는다”며 “내복이 좋은 방송 컨디션을 유지해주는 보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이면 온 가족이 집에서 내복을 입거나 간편한 옷차림을 해 난방비도 절약하고, 아이들에게 내복 물려주기를 하면서 친환경 살림에도 앞장서고 있다.

평소 추위에 약한 뮤지컬 배우 최정원도 내복 마니아다. 다음 달 뮤지컬 <시카고> 지방공연 준비로 한창 바쁜 요즘 매일 내복을 입고서 무대 연습을 한다. 공연 준비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초등학생 딸에게도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내복만큼은 꼭 챙겨 입힌다”고 말했다.

출산 후 등산과 스트레칭으로 20킬로그램을 감량해 최근 MBC 아침드라마 <멈출 수 없어>에 출연 중인 탤런트 임채원은 가족들에게 내복 입히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 강원도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 남편 최승경을 위해 가볍고 신축성 있는 기능성 내복을 챙기고 얇은 옷들을 겹쳐 입게 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다. 그는 “야외촬영이 많은 연기자들에게 ‘내복’은 필수”라며 “입는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내복은 추운 겨울 촬영 할 때 가장 큰 버팀목이 된다”고 말했다.

로큰롤 그룹 ‘오! 부라더스’는 내복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담아 지난 2007년 ‘내복이 좋아’라는 곡을 만들었다. ‘빨간 내복 입고서 나가면 찬 바람 스쳐도 괜찮아. 올해도 내복을 입을까, 추운 겨울 따뜻하게 행복해’라는 노래 가사의 구절 하나하나가 마치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만든 재미난 이야기 같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내복은 좋은 친구”라고 말하는 오! 부라더스 멤버들처럼 올겨울 옷장 깊이 숨겨두었던 내복을 한번 꺼내 입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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