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니앨범 ‘지’ 발표한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무대에 설 때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긴장감과 설렘은 여전했어요. 하지만 데뷔 때와 다르게 여유로움이 느껴진 점은 새로웠어요.”

9명의 소녀들로 구성된 아이돌그룹 ‘소녀시대’가 지난주 미니앨범 ‘지’(Gee)를 내놓고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원더걸스가 ‘노바디’를 통해 지난해 섹시하고도 깜찍한 매력을 발휘했다면 소녀시대는 특유의 청순함과 발랄함, 씩씩함을 한층 배가시킨 모습으로
새해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두드러진 활동을 한 원더걸스를 소녀시대는 어떻게 지켜봤을까.



수영은 “지난해 연말 원더걸스가 보여준 무대를 모니터링했는데 어떻게 매번 색다른 무대를 꾸밀 수 있을까 모두 감탄했다”고 말했다.
티파니는 “지난해 우리가 정말 아쉬웠던 것은 원더걸스에 대한 것보다는 (서태지·신승훈·이효리 등) 돌아온 수많은 선배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 11월 데뷔 앨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앨범에서 소녀시대 멤버들은 청바지와 흰 티셔츠를 입고 롤러스케이트를 신어 활발하고
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패션도 섹시함을 드러내는 치마보다는 청바지, 컬러풀한 스키니진, 스쿨룩 등을 통해 또래의 청순함과 활발함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팬들의 기대에 충족하듯 소녀시대의 음반은 발표되자마자 음반판매 집계 사이트인 한터차트 1위를 비롯해 멜론, 도시락, 싸이월드, 엠넷,
소리바다 등 온라인 음악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영어로 ‘에구머니나’ ‘깜짝이야’라는 뜻을 지닌 ‘지’(Gee)는 효리의 ‘유 고 걸’을 작곡한 이-트라이브가 만든 곡으로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Gee’가 반복되는 후렴구의 중독성이 대중적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모은 CM송 ‘햅틱모션’의 원곡인 ‘힘내’는 신나는 펑크록으로 팝가수 에이브릴 라빈의
‘소녀 록’을 연상시킨다.

특히 이 곡은 소녀시대의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와 마찬가지로 긍정의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으로 인해 ‘가장 소녀시대다운’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엄마에 대한 모정을 드러낸 ‘디어 맘’, 힘든 사랑을 하는 연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힘들어하는 연인들을 위해’ 등 총 5곡이 담겨 있다.

다른 아이돌그룹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소녀시대의 개인활동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윤아는 얼마 전까지 KBS1 일일드라마 <너는 내운명>에서
주인공을 맡았고, 태연은 라디오 DJ와 솔로 활동, 수영은 영화 <순정만화>에 출연했다.

“소녀시대 컴백에 제일 기뻐한 사람이 저였어요. 연기하는 동안 중간중간 스케줄이 있어도 함께하지 못해 외로웠거든요.
밤샘촬영을 많이해 피부가 안 좋아졌는데 드라마 끝날 무렵부터 다시 좋아지니 주변에서 다들 ‘넌 소녀시대에 와야 얼굴 피나 보다’ 하고 한마디씩 해요.”(윤아)

태연의 경우 얼마 전 김연아와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990년생인 김연아는 멤버들 가운데 윤아·수영과 동갑이다.
태연은 “시간이 없어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서로가 서로의 팬이라는 것은 확인했다”며 “신곡이 나오자마자 (김연아가) 미니홈피 배경음악
으로 설정해줘 고마웠다”고 밝혔다.

소녀시대는 올해 무엇보다 9명 전원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티파니는 “기회가 된다면 개인활동도 놓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음악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숫자가 많다 보니 질문을 한 사람에게 하나씩만 던져도 시간이 꽤 흘렀다.
써니는 “사람이 많아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고, 제시카는 “다른 가수는 무대 준비에 1시간이면 되지만 우리는 3시간이나 걸린다.
인내심과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멤버들이 이제 동료를 넘어 사실상 자매라는 이들은 “때로는 무대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투덜거릴 때도 있지만 ‘너 뭐 먹을래?’ 하면 바로 풀어진다”며
한바탕 웃는다.

데뷔할 때만 해도 10대였지만 이제는 서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20대에 접어들었다.
언제까지 소녀로 살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아줌마, 할머니가 돼도 모두 소녀 시절의 마음을 품고 살지 않느냐”면서 “계속해서 소녀 같은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 문주영·사진 권호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