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인터뷰는 정말 매번 레알입니다. ㅜ.ㅠ


출처: http://ceci.joinsmsn.com/article/article.asp?Page=1&aid=11691&code=02010100


(원 출처에 가셔서 사진과 함께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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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 지난 5월 드라마 ‘패션왕’을 끝냈다. 연기자로서 첫 정극이라 첫사랑의 느낌이었을 것 같다.
유리 그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첫사랑처럼 설레었고, 많이 기대했다. 서툰 만큼 아픔도 있었다. 굉장히 순수하고 애절한 감정이었는데, 그 어떤 수식어도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긴 어려울 거다. 내가 맡았던 ‘안나’ 역에 너무 푹 빠졌는지, 한때는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고민할 정도였다. 많이 아프고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두세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모니터하기가 참 쑥스럽다. 얼마 전 해외 활동 중 TV에서 ‘패션왕’을 봤는데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려버렸다.(웃음)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보니, 참 좋더라.

CeCi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 안나란 역할이 품었던 아픔인가, 본인의 연기나 작품의 결과에 관한 것인가?
유리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단 1%도 없다. 내 연기와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다. 회를 거듭할수록 역에 몰입하면서 생기는 고민과 고통이 있었다. 처음 ‘패션왕’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는데, 1회부터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씬이 있는 거다. ‘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 하는 후회와 걱정이 시작됐고, 캐릭터를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서 더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안나가 내게 온 것이 운명이라면, 이것을 무사히 끝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조금 풀릴 것 같았다. 고민하며 연기한 순간들 모두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을 푸는 과정이었다.

CeCi 역할이 꽤 무겁고 복잡했다. 안나의 우울함이 내면을 침범하진 않았나.
유리 굉장히 태연하게 ‘그다지 그렇진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많이 우울했다. 안나를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일부러 그랬던 면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걸 감추기 위해 촬영장에서 더 밝은 척을 하기도 해서 촬영 스태프들은 아마 모를 거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은 모두 왜 이렇게 어두워졌냐고 한마디씩 했다.

CeCi 처음 경험한 촬영 현장에서 자신만의 생존법은 터득했나.
유리 모든 이와 잘 어울리기 위한 나만의 방법은 ‘많이 질문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까지 진득하게 소통하려고 애썼다.

CeCi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자연스럽게 되던가?
유리 사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평소엔 잘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드라마 현장에선 내가 막내고 제일 모자란 게 사실이니, 적어도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선배에게 답을 얻으며 빨리 배우는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CeCi 소녀시대 활동 때와는 달리 온전히 혼자 있는 현장은 외로웠을 법도 한데?
유리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얄팍한 재주로 누렸던 혜택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멤버들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드라마 촬영 당시 태티서가 활동했던지라 음악 프로그램을 보며 노래와 춤을 따라 하기도 했는데, 스태프들이 ‘넌 천생 가수다’라고 하신 말씀에 새삼스레 공감했다. ‘소녀시대 안에서 노래하는 게 정말 큰 행복이구나!’ 하고.

CeCi ‘얄팍한 재주’란 말을 소녀시대 유리에게서 듣다니, 강한 표현이 놀랍다. 그런가?
유리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에 비해 과분한 사랑과 이해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받는 것에 비해 줄 수 있는 사랑은 한없이 작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이 사랑을 갚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CeCi ‘패션왕’은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청춘’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드라마였다.
유리 가슴 벅차기도 했고, 꽤 찌질하기도 했고…. 맞다. 지극히 현실적인 청춘이었다. 보기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하는 이도 많았고, 보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들도 있었다. 설레는 판타지보다는 속내를 계속 보여주는 드라마였으니, 다양한 반응이 있을 수 있다.

CeCi 자신의 20대, 청춘은 어땠으면 하나. 
유리 나의 청춘은, 많이 아팠으면 좋겠다. 삶의 굴곡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시간 동안 훌쩍 성장할 테고, 두 배로 많은 것을 배울 테니까. 사서 고생하고, 너무 많이 고민하는 타입이라 스스로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CeCi 드라마 크레딧에 유리가 아닌 본명 권유리가 올랐다.
유리 거창하게 보면, ‘유리 제2막’ 같은 느낌이다. 단순하게 본명이라 넣었을 뿐이다. 브라운관에 내 이름 석자가 나오는 걸 늘 꿈꿨는데, 막상 권유리란 세 글자를 보니 기분이 좀 남다르긴 했다.

CeCi 연기자로서 내디딘 첫 스텝은 꽤 무거웠다.
유리 다음 스텝은 어떤 느낌이면 좋을까. 당장 가벼운 역할을 해보고 싶은 건 아니다. 이미지를 남발하는 소비적 역할만 아니라면 어떤 연기든 도전해보고 싶다.

CeCi 혹시 소녀시대 안에서 어떤 이미지,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
유리 데뷔 초에는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이미지나 수식어,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이 되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시도가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굳이 꼽자면 에너제틱한 이미지를 갖고 싶다. 한눈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사람! 생각해보면 생동감이나 에너지가 곧 카리스마다. 카리스마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을 때 나오는 거란 생각이 든다.

CeCi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강한 편인가?
유리 평소엔 전혀 없다. 팬들도 허당이라고 놀릴 정도인데, 일상에서까지 완벽해지고 싶진 않다. 나를 바꾸려 애쓰다 보면 더 힘들어지더라. 하지만 무대에선 확실히 있다. 일할 때의 권유리에겐 있다고 생각한다.

CeCi 소녀시대는 요즘 신조어인 ‘완전체’ 같은 느낌이다.
유리 소녀시대의 다음 모습을 그리고 있나. 그 부분은 매일매일 고민한다. 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소녀시대가 넘어야 할 벽은 소녀시대 뿐이었으면 좋겠다. 소녀시대의 기록을 깨는 것도, 이미지를 깨는 것도 우리 자신이었으면 한다. 늘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 그 끝이 어딘지는 아직 모르겠다.


"스물네 살이란 나이는 좀 어렵다. 지금만의 고민은 아니다. 스물세 살을 살아가는 것도 어려웠고, 스물두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난 고민이 참 많다. 고민에서 빨리 깨어나긴 하지만, 어느새 또 다른 고민에 빠져든다. 그렇게 하루하루 커간다."

CeCi 멤버들과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누나? 
유리 종종 한다. 언제까지 소녀시대일 수 있을까, 우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지금 당장 뭘 먹을지에서부터 어떤 사람이 이상형인지, 요즘 누가 멋있는지, 다음 앨범은 어떤 콘셉트로 하면 좋을지, 어떤 춤이 멋있을지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CeCi 멤버들과 스물네 살 권유리가 일상에서 가장 소망하는 건 뭔가.
유리 평범한 사람들과의 어울림. 요즘 요가 수업을 받는데, 언니·동생·어머니 같은 이들 속에서 섞여 있는 게 참 좋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지극히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굉장히 큰 에너지가 된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잃고 싶지 않다. 자신이 특별하단 선입견에 갇히는 것이 무섭다. 특별 대우에 익숙해져 감사하지 않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는 순간, 적응하지 못하게 될까 봐.

CeCi 이미 익숙해진 자신을 깨달은 순간이 있었나 보다. 
유리 있었다. 사실 누가 봐도 너무나 특별한 일에 대해 ‘어째서 당연한 것조차 해주지 않지?’ 화낸 적도 있다. 결국 내가 쌓은 벽이다. 그 안에서 혼자 외롭게 살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무섭다. 벽을 쌓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답은 참 단순하더라. 보통 사람들이 어렵게 하는 것을 똑같이 어렵게 하고, 쉽게 하는 것들은 쉽게 하는 것. 그게 단 하나 방법이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간들이 있어 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그동안 나는 너무나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었구나, 기적같이 큰 기회들이 늘 쉽게 와줬던 거구나, 나는 늘 감사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