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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널 사랑한다” “격하게 사랑한다”

연인 사이의 사랑 고백이 아니다. 최근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TV 음악채널의 음악 프로그램 방청객들이 손에 든 응원용 팻말에 적힌 문구이다. 10대 소녀들의 전유물이었던 ‘팬덤(fandom: 팬 문화)’이 연령대를 넓혀 가더니 이제는 성별(性別)의 벽도 무너뜨리고 있다. 이른바 ‘빠돌이’(극성 남성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빠돌이, 소녀 스타들에 열광하다

그동안 팬 문화의 중심에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젊은 남성그룹이 있었다. 이들을 보기 위해 가요 프로그램 녹화 몇 시간 전부터 방송국 앞에 길게 줄지어 선 10대 소녀들의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의 뒤를 이어 팬 문화로 뛰어든 20대 이상 여성들은 ‘언니부대’ ‘이모부대’가 되어 ‘빠순이’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에 부각된 것이 바로 남자 열성팬 ‘빠돌이’ 문화. 여성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남자들이 대중문화 흐름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빠돌이들도 연령대는 다양하다. 10대나 20대 학생도 있지만 30, 40대는 물론 50대도 팬으로 활약한다. ‘누나부대’를 넘어선 ‘삼촌부대’ ‘넥타이부대’가 여성 중심의 팬 문화 수면 위로 활동 무대를 넓힌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남자팬과 다른 길을 걷는다. 그들은 더 이상 음지에서 문화를 향유하지 않는다.

빠돌이들은 방송 녹화나 콘서트 현장 등 스타의 행적을 쫓아다닌다. 스타와의 팬 미팅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각종 패러디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 내고, 인터넷 곳곳에서 자신의 스타 알리기에 힘을 쏟는다. 스스로 빠돌이임을 감추지 않는다. 빠돌이 문화는 개그의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KBS 개그맨 양상국은 개그콘서트 ‘닥터 피쉬’에서 데뷔한 지 12년이 된 록밴드 ‘닥터 피쉬’를 좋아하는 단 한명의 팬 역할을 맡았다. 단 한명뿐인 팬이지만 그는 한 손에 노란 풍선을 들고 닥터 피쉬의 말 한마디에 열광한다. 노래는 물론 리더 유세윤이 좋아하는 반찬 하나까지 일일이 기억해 대답한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 회원이 모두 덤벼도 못 당하는 세계 최고의 ‘빠돌이’라고 설명했다.

원더걸스·소녀시대가 기폭제

남성팬들을 양지의 세계로 이끌어낸 기폭제는 원더걸스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한민국 전역을 ‘텔 미(Tell Me)'의 열풍 속으로 몰아 넣은 원더걸스의 노래와 춤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쉬운 가사, 깜직한 안무에 복고풍 패션까지 더해져 팬덤의 영역을 남성으로까지 넓혀놨다.

살아난 빠돌이 문화에 불을 더 지핀 것은 또 다른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9명의 미소녀로 구성된 소녀시대는 각 멤버의 매력을 한껏 살리며 빠돌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3월달에는 지난해 11월 발매한 정규 1집과 올 3월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을 합해 11만장을 판매하면서 여성 그룹으로는 오랜만에 앨범 판매 10만장 시대를 다시 열었다.

서울의 방송국 음악 프로그램 방청석에선 이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남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원더걸스 홍보담당자는 “원더걸스의 팬 가운데 남성은 80%에 달한다. 30대 직장인은 물론이고 50대 팬들도 활동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선착순 사인회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공연장을 찾는 빠돌이들은 주로 10, 20대 학생들이다. 이 담당자는 “한 30대 한의사는 원더걸스의 사진을 보고 검진해 한약을 보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40, 50대들은 주로 묵묵히 지켜보면서 활동에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대구MBC ‘텔레콘서트’ 연출을 맡고 있는 최동운 PD는 “여자 가수가 출연할 때는 남성 방청객의 비율이 반을 넘어 가는 경우가 많다. 30대 초반은 말할 것도 없고 40, 50대가 입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삼촌부대

열성적인 빠돌이들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1집 활동을 그만둔 이후에도 팬클럽 홈페이지나 DVD프라임, DC인사이드 등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올리며 끊임없는 애정을 과시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원더걸스로 인해 소녀 아이돌 그룹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부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여성 그룹의 과다한 섹시 코드는 한국의 정서상 다양한 세대에 수용되기 힘들었다. 원더걸스는 이와 달리 전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콘셉트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문근영의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여러 분야로 확대한 셈”으로 “소강 상태이던 여성 아이돌 그룹의 활동을 재개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소녀시대의 동반 인기와 경쟁구도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삼촌부대’가 더욱 활동세를 넓혔다는 것이다.

최PD도 “바니걸스·펄시스터즈가 활동하던 1960, 70년대 시절에도 남성팬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 팬문화가 훨씬 개방되면서 남자들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표면 위로 드러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PD는 그 배경에 ▷비주얼을 앞세운 여자 가수의 대대적 등장 ▷만능 엔터테이너화 ▷스타-팬 접촉 빈도 증가에 따른 친밀감 향상 등이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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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저번에 기자분이 연락이 왔다고 하던데
뭐 이런기사때문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