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갤 스캔본


 

 

 

 

 

 

 

 



No Doubt, You 스캔본


 

 

 

 

 


다른 리듬의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추던 제시카와 크리스탈이 하나의 리듬에 집중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읽어내는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당겼다. 그렇게 완성된 하나는 도무지 거침없고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며 선명하게 아름답다. 

"둘이서 함께 거친 이미지의 화보를 찍은 적은 없었어요. 동생도 나도 이런 느낌을 좋아하기는 한데 소녀시대는 예쁜 이미지가 있고 동생은 이런 모습을 소화하기에 나이가 어려서 해보질 않았어요. 그리고 내 인상이 자칫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주세요. 팬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허당이에요. 허당."

이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싶었다. 화보 촬영을 능숙하게 이끌어가던 제시카의 모습에서 빈틈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데뷔 7년차의 그녀는 무대에서처럼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촬영장의 시선을 압도했다.

"처음에는 화보 촬영이 무서웠어요. 쑥스러운 데다 모델이 아니니까 포즈도 어려웠어요. 지금은 카메라의 시선이 편하게 느껴져요. 어떤 모습이 예쁘고 별로인지도 알게 됐고요. 원래 끼가 많지 않고 수줍은 성격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고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 아닌 능력도 생겼어요.(웃음)"

언니와 파트너를 이뤄 완성한 화보를 '정 자매의 일탈' 이라고 명명한 크리스탈은 엄마의 반응을 걱정했다. 사실 들뜬 표정을 보니 걱정이라기보다 은근히 기대하는 기색이었다.

"엄마가 너무 센 거 아니니, 나중에는 순하게 찍어라 하실 것 같아요. 무대나 화면에서의 멋있는 모습도 좋아하시지만 아무래도 언니와 내가 뭔가를 맛있게 먹고 일 걱정 안 하고 노는 모습을 더 좋아하세요. 그리고 엄마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세요. 너희가 가수가 되고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어릴 적 홈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SES의 노래에 맞춰 수줍게 춤을 췄던 자매는 세월이 흘러 가수가 됐고 연기 신고식도 치렀다. 지금은 다양한 수식어들이 그녀들이 존재감을 뒷받침한다. 올해 초 제시카는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공연을 마쳤고 크리스탈은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 <상속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큰 변신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보통의 고등학생들처럼 왈가닥이면서 정도 많고 질투도 부리는 캐릭터예요.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아요. 이제 스무 살이니 지금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할 기회는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연예계에는 다재다능한 아이돌 가수들이 넘쳐난다. 그들 가운데 제시카와 크리스탈은 특별한 존재에 가깝다. 어떤 무대에서도 자신을 그 안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두 사람은 함께 활동한 적은 없지만 그 조합은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 날의 화보만 보더라도 그렇다. 혼자서도 대중의 환희를 끌어낼 수 있는 두 사람이 하모니로 이뤄내는 시너지 효과는 상당했다. 촬영 도중 제시카에게 등을 대고 앉은 크리스탈이 언니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 세상에 언니처럼 든든한 벽도, 자신을 인도하는 큰 문도 없을 것이다.

"언니와 있으면 세상 무서운게 없어요. 연습생 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다닐 때도 언니가 있어서 정말 든든했어요. 그런 언니가 애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소녀시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니까요. (웃음)"

다섯 살 아래의 동생에게 제시카는 무언가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

"항상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몸매도 굉장히 좋고 터프한 매력이 있는 거예요. 그런 모습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죠. 그렇다 해도 여전히 걱정은 돼요. 이 일을 하면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오늘 같은 촬영 현장에서도 소녀시대 멤버들은 알아서 잘 하겠지만 동생은 신경을 써주게 돼요. 일을 하면서 항상 좋은일만 있을 수 없으니 속상할 때도 있어요.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해주고 싶다니까요. 그래도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나름 동생한테 의지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고마워요. 아무한테나 못하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인 것 같아요."

열여섯 살에 데뷔한 크리스탈은 올해 20대가 됐다. 언니를 위한 고민 상담을 해줄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됐지만 어른이 됐다는 기쁨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왔다.

"아, 벌써 스무 살이에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서 싫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10대 시절을 특별하게 보낸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만약 지금의 일을 안했다면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 테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린 느낌이에요."

크리스탈은 투정을 부려도 어색할 게 하나 없을 스무 살 소녀지만 데뷔 4년차 아이돌이기도 하다. 10대의 절반 가까이를 에프엑스의 멤버로 보냈고 그 사이 나이와 상관없이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하려는지에 대해 의연한 태도와 확신을 갖게 됐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에프엑스의 음악적 색깔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우리 음악은 마니아 층이 많은데 난해하다는 이유로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에는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주관과 취향이 크게 바뀌지 않는 성격 덕분에 연예계의 빠른 변화와 흐름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크리스탈과 자신의 리듬을 찾기 위해 연예계의 중심에서 한 발 벗어나 여유를 찾으려고 하는 제시카는 닮은 듯 다르면서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고유한 빛깔을 지녔다. 그런 그들의 이름은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불릴 때 비로소 그 좋은 기운이 팽창하고 더 큰 환희를 끌어낼 것이다. 스튜디오를 나서기 전 크리스탈이 한마디 덧붙였다.

"사람들이 언니랑 나랑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자매니까 분명히 닮은 부분이 있을 거예요. 닮은 듯 다르면서 같은 것도 매력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