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라는 이름으로

처음이라는 순간은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하고 스치는 유성처럼 고귀하다. 데뷔 12년 만에 오롯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유리의 다시 오지 않을 빛나는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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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팬츠, 코트 모두 코벳블랑.

첫 장면, 첫 페이지, 첫 걸음. 처음처럼 강렬한 의미를 가지는 순간이 있을까. 유리가 자신의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 을 발표했다. 연기자도, 소녀시대도 아닌 솔로 아티스트 권유리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증명하는 첫 발자국이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가수라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꽉 채운 앨범을 갖고 싶은 꿈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홀로 무대에 오른 그녀의 모습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간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냈는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우는 카리스마는 분명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리의 색다른 면모였다. 굳이 하나의 모습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에게 솔로 앨범 작업에 관해 물었다. 

타이틀 곡 ‘빠져가’는 굉장히 매혹적이다. 
저돌적인 곡이다(웃음). 제목부터가 직설적이다. 관능적인 느낌에 듣자마자 반했다. 앨범에 가장 먼저 담은 곡이다. 

앨범에는 팝 댄스부터 발라드, 보사노바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겼다. 
앨범 전곡을 들으면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기승전결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적인 요소를 넣어서 트랙도 씬(Scene)넘버로 구분했다. 마지막 트랙은 제목이 ‘Ending Cred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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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 원피스, 패딩 점퍼 모두 코벳블랑. 블랙 스니커즈 컨버스.

이번 솔로 앨범 활동이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길이라 표현했다.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딱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첫 앨범인 만큼 솔로 아티스트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나도 내가 가진 색깔이 궁금해서 이번 솔로 앨범에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이번 앨범은 그런 시도 자체만으로 나에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유리가 이런 목소리가 있었어?”, “유리가 이렇게도 할 수 있어?”라는 피드백을 들었을 때 반가우면서도 앞으로 더 내가 가진 색을 짙게, 깊게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인다. 아티스트로서의 갈증도 느껴진다. 
맞다(웃음). 내가 좀 하고 싶은 게 많다. 팬들이 “유리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응원해주셔서 이번 솔로 활동도 즐겁게 하고 있다. 뭔가 아티스트로서 거창하게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그걸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의 행복이 곧 자기의 행복이라고 말해주는 것, 사실 그거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지 않나. 

소녀시대라는 이름은 유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한테는 든든한 울타리, 집 같은 존재다. 밖에서 엄청 힘들게 일하고 돌아가면 늘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곳이다. 나중에 우리가 먼 훗날 40대가 되어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스파이스걸스처럼 뭉쳐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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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코트 모두 코벳블랑. 더 자세한 내용은 [싱글즈 11월호]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