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mlounge.co.kr/grazia/article/30314


보니까 개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이곳저곳 사진을 찍더라고요.
남는 건 사진밖에 없는 듯해서요(웃음). 게다가 이탈리아는 진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게 생겼잖아요.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
피렌체의 두오모요. 그걸 만들었다니 정말 집념의 조상들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수영과 작업한 스태프들이 하나같이 칭찬하더라고요.
그래요? 딱히 뭘 가지고 칭찬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뭐라고 했는데요?

인성이 좋대요.
감사합니다. 흐흐. 그런데 그건 제가 소녀시대 멤버이기 때문이에요. 어디 가서 실수를 해도 나 혼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멤버들한테까지 영향이 미치니까요.

책임감을 말하는 건가요?
8명의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랄까? 게다가 촬영하면서 나오는 요구들이 있잖아요. 전 시키면
다 하거든요. 하하하.

프로답네요.
만드는 사람의 의도대로 표현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연예인이 왜 연예인이겠어요. 화보 촬영 하나를 하더라도 에디터가 생각하는 분위기와 포즈에 맞춰 표현하고,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큰 그림을 보는 감독님의 의도대로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그렇죠.

아이돌 출신 연기자임에도 ‘연기력 논란’이 거의 없었던 비결은 바로 이런 마인드 때문?

아마 소녀시대로 확정이 안 났으면 연기자로 데뷔했을 거예요. 7년 정도 준비하다 보니까 ‘이제 걸 그룹으로 데뷔하기는 글렀다’란 생각이 막 들던 참이었죠. 그때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을 한창 보러 다녔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저랑 닮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색한 점이 덜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OCN 드라마 <38사기동대>에선 세금 징수원이라는 색다른 역할을 맡았다면서요?
세금 걷으러 다니는 공무원이에요. 굉장히 윤리적이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나이도 어리고 여자고 약해 보이지만, 고액 체납자를 상대할 때는 할 말 다 하는.

억척스럽고 왈가닥 같은 캐릭터인가요?
왈가닥은 아니에요. 억척스럽지도 않고요. 그냥 자기 할 일이니까 하는 거죠. 뭐 하나에 막 열정적인 스타일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랄까?


감상 포인트를 하나만 꼽아주세요.
저의 마스카라 안 한 모습? 흐흐흐. 농담이고요. 정말로 그냥 역할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입고 나오는 옷도 욕심 안 냈고요. 저야말로 커버가 중요한 몸매거든요. 바지를 하나 입어도 딱 피트에 맞게 입어야 해요. 안 그러면 되게 말라 보이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빈티 나고 단점도 다 드러나게 놔뒀어요. 어깨가 좁아 보이고 못생기게 나와도 괜찮아요. 일에 치여서 외모에 큰 신경을 못 쓰는 그런 바쁜 사회인의 모습이 묻어난다면 말이죠.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함께 출연하는 마동석, 서인국이 손 그늘을 만들어주며 여배우 대접을 톡톡히 해주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선 어때요?

의외로 현장에선 되게 조용한 편이에요.

일부러 자제하는 거예요?
아뇨.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낯을 좀 가리거든요. 지금껏 어느 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가 돼본 적이 없어요.

소녀시대의 수영을 떠올리면 의외네요.
그런 웃긴 모습은 제가 편할 때 튀어나오는 거라서. 현장에서는 그냥 제 연기 묵묵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오해도 받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랬죠. ‘소녀시대라고 도도하게 군다’ 이런 얘기도 뒤에서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전 도도함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아, 무표정으로 있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요즘은 일부러 오버해서 더 환하게 웃을 때도 있어요.

오, 사회생활하는 자세인가요?
그렇죠. ‘내가 그냥 연기자였어도 이런 오해를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 때도 있지만.

솔직히 그럴 땐 억울하죠?
아무리 억울해도 그게 소녀시대라는 이유때문이면 기분 나쁘지 않아요. ‘소녀시대가 그만큼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위치에 있으니까 내가 그런 오해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쁘고 고맙죠.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한 가지는 뭐예요?
솔직함! 전 이건 아니지 싶은 게 있으면 속에 담아두지 않고 바로 얘기해요. 얘기하고 받아들여지면 더 좋아지는 관계도 있으니까요.

완전 부러운 성격인데요?
아, 그래요? 그냥 꽁해 있다가 말없이 연락 끊는 것보다는 솔직히 얘기하는 편이 더 좋은 것 같아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자존감이 높은가 봐요?
그런가? 맞아요. 자존감이 좀 높은 편이에요. 저, 자존감 센 여자예요. 하하.

유독 여성 팬이 많아요. 이유가 뭘까요?
여성들이 절 좋아하는 건 제 패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제가 좀 성숙하게 입는 편이라서. 어린 친구들은 제가 웃겨서 좋아하는 것 같고요(웃음).


특히 초딩 팬들의 화력이 장난 아니던데요? 얼마 전 초등학생 팬이 남긴 편지를 인증했잖아요. 삐뚤빼뚤한 글씨로 ‘오늘 시험 봐서 우울했는데 언니를 만나 행복해요’라고 쓴 걸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아직 살아 있구나 싶더라고요. 영상도 찍었는데 보실래요? 저희 집 앞에 학동초등학교가 있거든요. 엄마랑 집 앞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갔는데, 지나가던 초등학생 한두 명이 절 알아본 거예요. 그러더니 자기 친구들을 우르르 다 몰고 온 거죠. 평소 같았으면 불편해했을 텐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니, 얘들이 소녀시대를 어떻게 알지?’ 싶은 게. 과자랑 바나나 우유도 주고 갔다니까요. 귀엽죠?

바나나 우유와 과자? 그건 전부를 준 것과 다름없잖아요!
그러니까요! 저도 사회의 한 성인으로서 가끔 ‘아, 진짜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웃음). 이렇게 대놓고 순수하게 팬심을 표현하는 친구들을 보니까 고맙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소녀시대도 이제 10년 차네요. 데뷔 시절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뭘까요?
오히려 그때의 제가 조금 더 성숙했던 것 같아요. 지금 그거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거든요. 대한민국 걸 그룹의 한 명으로 산다는 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니까.

특히 어떤 점이 그런것 같아요?
걸 그룹의 숙명은 이런 거거든요, 예쁘면 착한 거.

에이, 설마요.
진짜예요(웃음). 그 사람의 됨됨이까지 겉모습에 의해 판단되는 존재들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필사적으로 예뻤어야 했구나’ 싶어요. 아무리 말을 잘하고 연기를 잘하고 끼가 많다 해도, 생글생글 잘 웃고 예쁜 모습이 더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몰랐죠.

그땐 멋모르고 무조건 필사적이기만 했어요?
그때는 스포트라이트를 조금 덜 받아도 그게 마땅히 제 자리인 줄 알았죠.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눈뜨면 행사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어휴 못할 것 같아요.

그러게요. 진짜 무슨 마음으로 버틴 거예요?
그걸 아직도 모르겠다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지긴 해요. 그런데 그게 어디 저뿐이겠어요? 다른 멤버들도 다 똑같은 마음이었을 테죠. 그런 점에서 요즘 신인 그룹들을 보면 참 안쓰러워요.

옛날 생각이 나서요?
예전에 김제동 오빠랑 인터뷰를 하는데, 저한테 ‘너네 나이 대의 젊은 애들이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안쓰럽다’는 거예요. ‘안쓰러울 게 뭐가 있어요.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라고 말하며 넘겼는데, 요즘 제가 신인 그룹들을 보면 딱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참을까…?’ 어린 열정으로 버티고 있는 거거든요. 특히 걸 그룹들이 괜한 오해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볼 때 마음이 안 좋아요. 아직 그런 걸 견딜 만한 나이가 아니니까.

선배로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크겠네요.
그런데 또 아무 탈 없이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친구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해요. 때로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다는 걸.

지금 본인을 가장 두렵게 하는 건 뭐예요?
대중이 더 이상 날 찾지 않는 거? 아냐…, 이건 각오가 돼 있고(웃음). 음, 오히려 좋은 일이 많이 생기면 두려워지는 것 같아요. ‘갑자기 왜 이러지? 좋아해도 되나?’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네. 설사 나중에 난리가 난다 해도 덤덤했으면 좋겠어요.

평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주변에 제 맘을 알아주는 한두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위로인 듯해요. 보통 자기 마인드 컨트롤을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걸 알아달라는 거거든요. ‘내가 이만큼 노력하는데 티 안 내는 거 알아줘’, ‘나 사실 이거밖에 못 잤는데 눈치채줘’. 그래서 쉽게 짜증도 내고요. 제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사는 만큼 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알아채고 얘기해 주려고 해요. “너 요즘 힘들지?”란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수 있잖아요.

필사적이었던 10년 전의 수영에게도 한마디 하세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 없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 하하. 이렇게 말해 줄래요. “많이 힘들지? 잘하고 있어, 충분히.”

‘토닥토닥’ 등 두드리면서?
네.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