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가 꼬집는 가요계 3가지 문제점

기사입력 2008-05-11 12:57 |최종수정2008-05-11 12:58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최근 KBS 2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중 가장 화제를 모으는 캐릭터 중 하나는 '봉숭아학당 2008'의 '왕비호'(윤형빈)다.

동방신기,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등 어린팬들에게 특히 인기높은 아이돌 그룹을 자극해 이른바 '10만 안티'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의 왕비호는 웃음 속에 뼈있는 말들을 담아내기도 한다. 특히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꼬집는, 의미있는 지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신화의 에릭, SES 유진, 베이비복스 윤은혜... 동방신기도 벌써 5년 됐고, 야! 이제 슬슬 연기로 빠지겠구나"(왕비호)

최근 아이돌 그룹은 연기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가수보다는 연기에 뜻이 있어도 '신인 연기자 ○○○'로 시작하는 것보다 '인기 그룹 ○○○ 출신 연기자'로 출발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의 숫자가 증가해 유닛으로 활동하게 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부추긴다. 아이돌이 가요계를 장악해가고 있는 요즘, 이들의 '진정성'은 끊임없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언제 갑자기 연기자로 전향해 철새처럼 날아다닐지 모를 연기자 지망생이 가요계의 열쇠를 쥐고있다면 이는 비극이다.

"세계를 강타한 히트곡 'U' 부르며 끝내겠습니다. 자, 다같이...(침묵) 야! 열심히 좀 해야겠다"(왕비호)

왕비호가 세계적인 히트곡이라고 하며 객석에 마이크를 돌린 'U'를 따라부른 방청객은 없었다. '개그콘서트' 방청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20-30대도 요즘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상당부분 거리가 있다는 증명이다. 언제부터인가 중년층에게 가요계는 남의 세상이 됐고 유행가는 10대들의 몫이 됐다. 소외되는 연령층의 나이대는 점점 어려지고 있다. 토이와 김동률이 오랜만에 컴백했을 때 수많은 20대-30대가 거침없이 음반매장으로 달려간 것은 그동안 얼마나 그들이 향유할 가요가 없었는지의 방증이다.

"괜찮아. 다 잘나가고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니까 하는 거 아니야. 어이, R.ef? 거봐, 아무도 긴장 안하잖아"(왕비호)

'반짝 가수'들에 대한 왕비호의 꼬집음이다. 왕비호가 예로 든 R.ef의 경우 1996년 발표한 데뷔 앨범과 2집 앨범을 통해 '고요속의 외침' '이별공식' '상심' 등을 빅히트시켰으나 불과 2년만인 1998년 해체했다. '반짝 가수'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획사와의 계약문제나 멤버 간의 불화도 있고 음악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하며 가수의 이미지를 너무 빨리 소비시킨 까닭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적 역량이다. 히트곡을 계속 내놓을 수 있는 음악적 역량이 결국 생명력을 좌우한다. 신화나 동방신기가 '한국의 듀란듀란'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