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비상식적 설정 '도 넘었다'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아직은 부정적으로 기피되고 있는 장기 기증의 문제를 건강하게 그려냄으로써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 모두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행복하게 변화하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기획의도다. 그러나 '너는 내 운명'은 최근 기획의도에서 벗어난 스토리 전개와 몰상식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은 고아인 새벽(윤아 분)을 둘러싼 태풍(이지훈 분)과 호세(박재정 분)의 사랑, 태풍의 부모가 딸 나영의 각막을 이식받은 새벽을 입양해 친딸처럼 대하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형적인 홈드라마를 기본 토대로 한 이 드라마는 시청률도 30%대를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주인공인 새벽에 대한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자극적으로 변질되면서 시청자들의 화를 돋구고 있다.

나영의 죽음이 새벽과 무관치 않다는 설정이 그것. 태풍의 동생 나영이 행인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행인이 바로 앞을 못 보는 새벽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 새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태풍의 괴로움이 드러나면서 이제서야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있는 새벽이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자극적인 스토리는 일일드라마의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치더라도 이같은 과정을 끄집어내기 위해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개입시키면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롭게 투입된 안과 의사이자 나영의 애인이었던 건우(최원영 분)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건우는 옆사람과 장난치며 부주의하게 운전하던 나영의 과실은 생각하지 않고 새벽이 나영을 죽음으로 몰고 간 교통사고의 가해자로 몰고 가고 있다. 당시 지팡이에 의존해서 조심스레 횡단보도를 건넌 새벽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동차 법규 원칙에는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극중 안과의사인 건우가 각막 이식을 받은 새벽에게 "과분한 눈이다"라고 말한 극중 대사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각막을 이식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기회임을 아는 의사가 그런 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은 이같은 건우의 태도와 극중 분위기가 장애인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비난을 쏟고 있다.

'너는 내 운명' 시청자 게시판에는 '앞으로 장애인들은 잠재적으로 정상적인 사회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바깥 출입을 삼가라는 말인가' '장기 기증 문제를 건강하게 드러내겠다니 오히려 장애인을 모독한다.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다'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글이 대부분이다.

시청자들은 또 비상식적인 극 전개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에 대한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각막 이식의 대상에 대해 제3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수혜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 의료법 위반일 뿐더러 교통 사고를 당한 환자를 응급차에 수송하지 않고 등에 업고 가는 것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극중 잘못된 장면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같은 사소한 실수가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데서 작가가 책임감을 갖고 드라마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드라마 전개상 상당 부분의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는 '너는 내 운명'이 제작진의 기획의도에 따라 따뜻한 해피엔딩의 결말을 낸다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시청자들은 결말만이 따뜻한 홈드라마가 아닌, 과정까지도 밝고 건강한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