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girl) 그룹 ‘소녀시대’의 윤아(본명 임윤아.18)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지 6개월이 됐다. 윤아는 KBS 일일극 ‘너는 내운명’의 ‘장새벽’ 역을 맡아 무난히 극을 끌어오고 있다.

‘장기기증’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소시민 가정의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는 이 드라마는 시력을 잃은 새벽이 각막을 기증해준 사람의 가정으로 들어가고, 가구회사에 근무하는 엘리트사원 강호세(박재정)와 우연히 맞선 장소에서 만난 인연으로 로맨스가 진행돼 왔다.

초반에는 윤아 연기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생각보다 잘한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주연을 맡기에는 모자람이 있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하지만 갈수록 신인치고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편안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어렵게 자랐지만 밝은 성격인 캔디가 흘리는 눈물연기에 빠지는 중년시청자들도 나왔다.

“눈물연기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눈물이 잘 안 나와서요. 그런데 이제 감정연기도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는 파트너인 호세오빠 등 많은 사람이 편하게 대해주세요. 이번이 연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드라마 주인공 맡은 이후의 변화

연기자로서 윤아의 매력은 귀여움이다. 그런데 그 귀여움은 나이가 어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천방지축형이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며 똘망똘망하다. 웨이브가 있는 긴 머리 스타일은 청순한 느낌도 준다. 윤아는 “사슴처럼 눈이 똘망똘망 예쁘다”는 의미로 ‘사슴윤아’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직 안 좋은 모습만 보이고, 이상한 부분이 많아요. 고쳐야 될 부분이 많아서 고민이에요. 가끔 가다 발음이 꼬일 때도 있고 감정신을 찍고 나면 좀더 집중해서 연기할 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어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족하고 허점투성이라고 답하는 윤아에게 “연기가 좋던데?”라고 말해주자 “정말요? 설마요?”라고 말꼬리를 올리며 너무 좋아했다.

윤아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진 데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새벽이라는 캐릭터 분석부터 발성, 표정 연기를 익히면서 드라마를 찍느라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새벽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한쪽 눈을 감아보기도 하면서 캐릭터에 접근했다.

그런 윤아가 연기를 통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소녀시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아무래도 ‘소덕후(소녀시대와 오타쿠의 합성어)’ 등 팬층이 10~20대가 주류를 이뤘다. MBC ‘9회말 투아웃’과 MBC ‘천하일색 박정금’에 출연할 때만 해도 단역 내지는 카메오여서인지 팬층의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너는 내운명’에 주인공으로 분량이 확대되고 시청률이 가장 높은 드라마로 떠오르자 팬층이 크게 넓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에서 삼촌팬, 이모팬, 유치원 꼬마까지 거의 전세대로 팬층이 확장됐다.

“녹화장에 매일 오시는 분이 8명 있어요. 또래도 있고, 연세가 있는 분도 있고요. 지나가는 아주머니께서 손을 잡아주시는 것도 드라마 출연 이후 생긴 변화예요. 식당에서 공짜로 음식을 얻어먹기도 했어요. 요즘은 인터넷 리플에 윤아는 새벽이로 보인다는 글을 봤을 때는 기분이 참 좋아요.”

윤아의 연기는 제작진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친근하고 사교성 있는 성격으로 적응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너는 내운명’의 정해룡 선임 프로듀서는 “윤아는 연예인 같지 않게 싹싹하고 긴장도 별로 하지 않는다. 요즘 청소년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면서 “분량이 적지 않은 주연인데도 잘 어울린다.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좋은 성품이 연기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래와 연기는 50대50의 비중

이처럼 윤아는 단순한 귀여움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귀여우면서도 가볍지 않고, 발랄하면서도 차분하다. 윤아는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털털해요. 사람들이 저를 여성적이고, 새침할 것 같다고 하는데 친해지고 나면 ‘너 이럴 줄 몰랐다’고 그래요. 목소리 톤도 낮아 남자 같아요. 힘도 세요.”

자신에 대한 환상을 지우라는 얘기 같다.

이번 드라마가 끝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다음 드라마에서는 판이한 역할을 맡고 싶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비해서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죠. 고아로 자랐지만 맑고 긍정적인 성격의 ‘애어른’이라 할 수 있는데, 다음에는 귀엽고, 밝고, 발랄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윤아는 연기를 하면서도 노래도 꾸준히 부를 계획이다. 둘 다 똑같은 비중으로 생각하고 있다. 윤아는 “드라마에 나오니까 노래는 그만둘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노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요. 요즘 트렌드로 볼 때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히려 연기가 노래하는 데 도움을 주고, 노래는 연기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래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에는 공연장에 갈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천상지희의 다나가 윤아의 노래 선생 역할을 맡아왔다고.

아티스트보다는 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듯한 윤아에게 버라이어티 예능에 출연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

“재미있죠. 아직은 말주변이 떨어져요. 인생 경험도 별로 없는데 나가서 할 말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경험을 더 쌓아 할 말이 좀더 많아졌을 때 나가고 싶어요.”

▶기획상품이 아니다. 소속사는 저의 능력 발휘 도와주는 곳

윤아는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SES와 핑클을 보고 노래와 춤을 따라했다. 6학년 때인 2002년 경험삼아 본 SM엔터테인먼트의 토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그리고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소녀시대’로 선을 보였고, 동방신기 ‘마법의 성’과 슈퍼주니어 ‘U’ 등 5개의 뮤직비디오와 7개의 CF에 출연했다.

‘10대, 여성, 기획 연예인, 그룹’이라는 건 악플이 가장 많이 생기는 요인들이다. 윤아에게도 악플은 피해가지 않았다.

“안티팬은 줄은 것 같지만 아직 악플은 남아 있어요. 제가 몰랐던 것을 지적해주면 고치려고 노력해야지요. 하지만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악플도 있어요.”

말이 나온 김에 ‘소녀시대’가 기획사의 상품이라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우리에게 시키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이용당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에요. 기획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잘 드러낼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러니 도와줘서 감사하게 생각하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섭섭할 때가 있어요.”

딱 부러지게 대답하는 윤아의 얼굴은 여전히 귀여웠다.

<‘소녀시대’ 멤버들 ‘연기자 윤아’에게 한마디>

태연: 회를 거듭할수록 연기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 같은 소녀시대 멤버로서 뿌듯해요.

써니: 주위 어른 분들이 ‘새벽’이 연기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제 얘기처럼 기분이 좋아요.

유리: 멤버들 모두 ‘너는 내운명’ 보면서 열심히 모니터하고 있어요. 윤아가 열심히하는 만큼 ‘새벽’이가 많은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받아서 기쁩니다.

수영: 처음 드라마 준비할 때부터 숙소에서 같이 연습하기도 했었는데, 드라마도 잘 되고 윤아가 연기자로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너무 좋아요.

티파니: 드라마를 열심히 봐서 그런지, 윤아라는 이름보다 ‘새벽’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해진 것 같아요. ^^ 윤아 최고!

제시카: 연기에 대한 스태프분들의 의견이나 멤버들의 작은 소감들도 주의 깊게 듣는 윤아 모습이 보기 좋아요.

서현: 윤아 언니가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같이 많이 울었어요. 드라마 끝날 때까지 파이팅!

효연: 주인공이라, 출연 분량이 많아서 부담도 클 텐데,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소녀시대 멤버들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서병기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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