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의 새로운 지평 여는 ‘너는 내 운명’
[기자수첩] 이 세상엔 새벽을 중심으로 한 가족관계 뿐이다?
입력 :2008-12-17 17:02:00  
▲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 왼쪽부터 새벽의 친모 미옥(유혜리 분), 주인공 새벽(윤아 분), 새벽의 시모 민정(양금석 분)(왼쪽부터) 

[데일리서프] 진정 ‘막장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가. 대단한 제작진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KBS 1TV의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연출 김명욱, 극본 문은아)’의 대책 없는 ‘뒤틀림’에 대한 시청자들의 짜증이 폭발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드라마는 그동안 새벽(윤아 분)과 호세(박재정 분) 등 출연자들 사이에 잡다한 사건을 무리하게 집어넣어 스토리를 끌어왔다. 예정된 결혼식을 두 차례나 무산시키는 묘수도 선보였다. 그것도 상대가 같은 집안이었다.

비록 입양됐다지만 사촌언니의 약혼남인 남주인공과 결국 결혼에 성공한 여주인공. 여기에 새벽의 양아버지 대진(장용 분)은 호세의 아버지 칠복(현석 분)의 운전기사였고, 한동안 칠복이 운영하는 회사의 하청을 받아 사업을 운영했다. 새벽의 양어머니 영숙(정애리 분) 역시 호세 가정의 가사도우미였다. 호세의 가족과 새벽의 작은집은 이미 파혼과정을 거쳤다.

이것뿐 아니다. 입양 이후 가족이 된 태풍(이지훈 분)은 새벽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통 크게’ 가족애로 승화(?)시켰지만, 호세의 여동생 유리(이설아 분)와 결혼식까지 갔다가 신부가 도망가면서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를 다시 이어줬고, 한동안 새벽에게 각막을 이식해준 영숙의 친딸 나영(김효서 분)의 사망 원인이 새벽이었다는 무리한 설정이 전개되기도 했다.

남주인공이 새벽의 사촌언니가 된 수빈(공현주 분)과 약혼에서 파혼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리멸렬했다. 수빈은 상식이하의 방식으로 새벽을 집요하게 괴롭혔고, 성격파탄 성향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런 ‘몰상식한’ 캐릭터가 괜찮은 안과의사 건우(최원영 분)를 만나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하필 수빈의 죽은 사촌의 과거 남자친구였다.

여기에 초반부터 수빈, 풍금(사미자 분), 민정(양금석 분), 칠복, 연실(이혜숙 분), 대구(강석우 분), 유리 등 거의 전 출연진에게 ‘이지메’를 당했던 새벽은 한동안 가족이던 영숙, 태영(이필모 분), 태풍에게도 설움을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지만 그 설정만으로는 시댁의 ‘높은 코’를 누를 수 없었는지 갑자기 친어머니 정미옥(유혜리 분)을 미국에서 귀국시켰다.

▲ 무리한 설정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드라마 ‘너는 내 운명’(화면캡처) 

그런데 친모가 고용한 남자가 또 하필 태영의 부인 소영(김정난 분)을 임신시킨 전 남자친구 조상기(정재곤 분)란다. 비상식적인 캐릭터가 워낙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힐만한 ‘막장캐릭터’다. 새로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소영의 친정에 들어가 기숙한다거나, 심지어 소영이 같은 집안에서 상기와 생활한다는 설정은 나가도 너무 나간 느낌이다.

최근 국제적인 경기침체를 틈타 새벽의 시댁 ‘로하스’에도 위기가 찾아왔지만 유독 경기가 좋은 새벽의 친모는 유력한 건설회사를 소개하기도 하고, 로하스 주식을 싹쓸이하기도 한다. 여기에 좋은 곳 다 놔두고 하필 새벽의 친정집에 기거한다. 친모는 새벽을 위한답시고 주거침입을 밥 먹듯이 하지만 새벽은 친자확인 이후에도 여전히 ‘그냥 아줌마’로 취급한다.

20여명의 출연진만으로 전 인류의 인연과 우연과 억지스러움을 몽땅 담아낸 드라마. 짜증내면서 보는 드라마. 게시판은 폭발직전인데 제작진은 마냥 한가하다. 이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까. 또 어떤 무리수를 등장시킬까. 제작진의 ‘개척정신’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