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화려한 변신을 했다. 대신 그가 택한 것은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다양한 일상복과 마이크로폰이었다. 얼음판 위가 아닌 무대에서 마이크를 든 김연아의 자태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가수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때는 해맑은 미소가 환하게 빛났다. 김연아는 23일 KBS가 내년 1월 1일 밤 9시 방영할 '2009 국민의 희망―김연아 스페셜' 녹화에 참였다.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했고, 자신과 함께 다가올 2009년에는 '힘찬 점프'를 하자고 약속했다.

 ◇여성미 물씬 풍긴 '삼색' 변신
 내년에 어엿한 대학생이 되는 김연아는 이날 녹화장에서 다양한 의상을 통해 여성미를 물씬 풍겼다. 세가지 의상을 준비한 그는 모든 의상을 완벽히 소화하며 '삼색'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크림색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 등장하더니 곧 붉은 자켓과 청미니스커트를 통해 '스쿨걸 룩'을 완벽히 소화했고 이후 크림색 원피스로 다시 갈아입으며 방청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발랄하고 다채로운 의상 만큼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를 연출했다. MC 신동엽을 비롯해 노사연, 신봉선, 알렉스, 태연 등 연예인들이 슬럼프가 찾아올 때 극복 방법을 묻자 "안좋은 일이 있을 때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면 그 순간 갑자기 일이 잘 풀리는 경험을 자주 했다. 어린 나이지만 내가 피겨를 할 수 밖에 없는 '팔자'라고 생각했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자신이 평소 외국을 나갈 때 들고 다니는 손가방 속을 방송 패널들이 살펴볼 때 숨기고 싶은 물건이 나오자 "어, 이것은 보시면 안되요. 제 사생활이에요"라고 말하며 소녀다운 수줍음도 드러냈다. TV카메라가 낯설고 어색할 법도 했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빙상장에서 당당함과 자신감이 그대로 배어나왔다.

 ◇가수 태연과 듀엣곡,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
 이날 프로그램은 김연아가 다른 패널들과 함께 '거위의 꿈'을 부르며 시작됐다.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고, 자신의 피겨 작품 배경 음악을 모은 클래식 음반을 발매하는 등 음악에 남달리 관심이 많은 김연아는 이날 '전문 가수'들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노래 솜씨를 과시해 노사연, 알렉스, 태연 등 출연 가수들을 놀라게 했다.
 '하이라이트'는 프로그램 마지막에 선보인 가수 태연과의 듀엣곡이었다. 지난 5월 한 TV프로그램에서 태연의 '만약에'를 불러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김연아는 이날 태연과 '들리나요'를 부르며 다시 한번 '음악적 인연'을 맺었다. 음색이 비슷한 둘의 듀엣곡을 들은 노사연, 알렉스 등은 김연아의 완벽한 곡 해석에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연아는 "평소 태연의 팬이다. 노래를 자주 듣는데 함께 노래를 부르게 돼 좋았다"고 말했고, 태연은 "언제 내가 김연아와 눈을 마주치고 노래해 보겠냐"고 화답했다.
 김연아는 프로그램 마지막에 "잠시 주춤했지만 2009년 힘찬 점프를 하려는 대한민국, 저 연아가 함께 하겠습니다"며 자신을 아껴주고 지지해주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