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을 선택한 윤아의 이유 


[쿠키 연예]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 대한 평가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첫 방영된 ‘너는 내 운명’은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가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으로 인해 방송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평가는 매우 극단적이다. 예상보다 시청률이 부진하다는 지적부터 일일드라마의 특성상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상충되고 있다. 주연을 넘어 메인 타이틀롤을 맡은 윤아의 연기력에 대한 평도 쏟아지고 있다.


일일드라마는 KBS의 운명

지금까지 나타난 ‘너는 내 운명’의 성적표는 평균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전작 ‘미우나 고우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시청률은 한참 뒤떨어진다. 하지만 일일드라마의 승부수는 보통 60회에서 80회, 방송 3달 후부터 나타난다.

지금까진 시청자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인 셈이다. 불과 30분이 채 되지 않는 일일드라마에게 순간적인 임팩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극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승전결이 이뤄지고, 주인공들의 연결고리가 하나씩 드러날 때 절정으로 치닫는 것이 정석이다.

이는 ‘너는 내 운명’의 시청률 추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5일 첫 방송한 ‘너는 내 운명’은 24.8%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시작으로 첫 주 25.2%-22.9%-20.9%-23.7%을 기록했고, 둘째 주에는 20.9%-23.7%-23.7%-23.2%-18.6%의 시청률 분포를 나타냈다.

날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 약 23%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시청률로 따지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BC ‘이산’과 높은 인기로 종영한 SBS ‘온 에어’에 이어 2위권을 유지했다.

전체 시청률 1위를 석권한 전작 ‘미우나 고우나’도 시작은 미미했다. ‘미우나 고우나’는 종영 당시엔 무려 44.2%의 가공할 시청률이었지만, 지난 2007년 9월 3일 첫 방송 당시엔 26.8%에 불과했다. 방송이 계속되면서 약 18%의 시청률이 상승한 것이다.

물론 이런 시청률 상승세는 모든 일일드라마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유독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 강한 KBS이기에 가능한 공식이다. 시종일관 가족을 강조하는 KBS의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앞에 MBC와 SBS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은 전작 ‘미우나 고우나’와 ‘하늘만큼 땅만큼’의 시청률 상승 곡선을 단순 대입하면 약 35%의 시청률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윤아의 불안한 연기력은 계속해서 지적될 수 있는 문제지만, 반대로 소녀시대의 충성스러운 남성 팬들이 집결할 수도 있어 시청률 상승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실제 그동안 주로 주부 팬들이 중심이었던 일일드라마들과는 달리 ‘너는 내 운명’은 온라인 상에서 유난히 남성 팬들이 많다. 이른바 ‘윤아 효과’다.


윤아는 잃을 것이 없다

‘너는 내 운명’을 선택한 윤아는 연기력 논란을 제외하곤 잃을 것이 없다. 주로 일일드라마에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젊은 연기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불안요소도 극히 줄어든다. 무조건 끝까지 완주만 하면 된다.

우선 윤아는 소녀시대의 1집 앨범 활동 비수기에 연기자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얻었다. MBC ‘9회말 2아웃’ 출연한 적이 있는 윤아는 극도로 비중이 낮은 조연에서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일약 주연급으로 떠오를 수 있다.

물론 신인 연기자란 꼬리표가 붙긴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이 안전히 항해할 경우 시청률 1위의 일일드라마의 주연이란 성적표를 무난히 얻을 수 있다. 비교적 연기 경력이 오래된 고참 연기자들로부터 다양한 기초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동안 소위 인기 있는 젊은 연기자들은 하나 같이 일일드라마와 사극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방영 기간이 반 년을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외주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높은 개런티를 받고 16부작 미니시리즈 한 편만 찍어도 충분한 인기가 담보되는 상황에서 반 년 가까이 소요되는 일일드라마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실제로 이제 공중파 3사가 직접 제작하는 드라마는 일일드라마, 특집극 정도가 전부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일일드라마 출연을 기피하는 연기자들이 무척 많다. 전작 출연진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젊은 연기자들은 일정을 이유로 대부분 캐스팅을 거절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 노크한 젊은 연기자들도 많았다. 대다수가 기피하는 만큼 노력한 성과가 상대적으로 돋보이기 때문이다. 김아중은 KBS ‘별난여자 별난남자’에 출연해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고, ‘하늘만큼 땅만큼’에 출연한 한효주도 비슷한 또래의 연기자들에 비해 성장속도가 빨랐다.

그룹 ‘신화’ 출신 김동완도 주말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을 통해 성공적으로 연기자 겸업을 신고했다. 윤아가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안정적으로 연기자 진입을 노린다고 가정했을 때 ‘너는 내 운명’은 탁월한 선택이다.

이는 또한 윤아의 소속사인 SM 엔터테인먼트에도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다. 영상 레이블 회사 비트윈을 인수해 ‘SM 픽쳐스’를 설립한 SM은 그룹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영화 ‘꽃미남 연쇄 살인사건’을 제작하는 등 영화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젊은 청춘 스타가 나오는 영화 한 두 편 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SM에게 연기자 윤아는 미래를 향한 투자다. 나아가 그룹 소녀시대의 다양한 개별 유닛화 전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생각보다 잘하네 VS 아직 멀었어

‘너는 내 운명’은 비교적 연기 경력이 오래된 조연 연기자들 속에 다소 경험이 적은 주연 연기자들이 자리잡고 있다. 연기력 안정을 꾀한 전형적인 일일드라마의 구성이다. 안정된 조연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선이 분산될 수 있는 효과를 줄 수 있고, 중장년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드라마의 무게를 유지시킨다.

윤아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가수 출신으로 생각보다 수준급이란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역시 아직 연기 도전은 무리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느 정도 연기 트레이닝을 받은 것 같다”면서도 “일부 소녀시대 팬을 제외하면 윤아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 시청자들은 극히 드물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실제 극 중에서 윤아는 대사 전달에 비해 지문 소화력이 떨어지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 운명’은 윤아에게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다. 소녀시대의 서브 보컬에 불과한 인지도에서 단숨에 중장년 시청자들과 익숙한 연기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시청률까지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아가 연기력 논란을 무릅쓰고 고된 일일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