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룹 '소녀시대'의 정규 1집 앨범 활동이 끝났다. 리더 태연이 봄 개편을 맞아 MBC 라디오 '친한친구' DJ로 낙점됐고, 소녀시대의 첫 번째 유닛인 제시카와 티파니, 서현이 부른 디지털 싱글 '오빠 나빠'가 온라인을 강타하고 있지만, 지난 주 공중파 3사 음악 프로그램 무대를 마지막으로 그룹 활동은 사실상 휴식기에 들어갔다.

Hit, Hit, Hit, Hit

지난 해 8월 발표한 데뷔 싱글 '다시 만난 세계'부터 11월 정규 1집 앨범에 이르기까지 소녀시대의 데뷔 활동은 전력질주, 그 자체였다.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으론 비슷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려 9개월 동안 장기간 활동했고, '다시 만난 세계'와 '소녀시대', 'Kissing You', 'Baby Baby'가 4연속 히트를 기록할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비록 객관적인 기준이 부족한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이고, 열성적인 팬들의 집중으로 높은 인기를 모으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가수가 한 앨범에서 트리플 히트를 기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실 소녀시대의 출발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국내 아이돌 그룹의 원조 생산공장 격인 SM 엔터테인먼트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그룹이었지만, 데뷔 싱글 '다시 만난 세계'의 인기는 비슷한 시기에 정규 1집 앨범을 발표한 그룹 '원더걸스'의 'Tell Me'에 기세가 꺽였다.

지난 해 한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 올해의 가요에 뽑힐 정도로 'Tell Me'의 인기는 대단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Tell Me'는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누렸고, '원더걸스는 몰라도 Tell Me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Tell Me'는 지난 해를 강타한 독보적인 싱글이었다. '텔미열풍', '텔미광풍'이란 수식어가 나온 것도 당연지사.

와신상담 끝에 소녀시대는 정규 1집 앨범 퀼리티로 이를 정면 돌파했다. 여전히 원더걸스의 'Tell Me' 가 대세였지만, 원더걸스의 후속곡 '이 바보'가 부진함을 겪고 있던 순간에 내놓은 소녀시대의 1집 타이틀 곡 '소녀시대'와 'Kissing You'는 대박을 터뜨렸다.

가수 이승철의 동명 곡을 리메이크해 빠른 비트로 새롭게 편곡한 '소녀시대'는 '다시 만난 세계' 당시 보여준 완벽한 군무를 더해 높은 인기를 기록했다. '소녀시대'는 그룹 이름을 한 번 더 각인시키는 일석이조의 부가적인 효과까지 누렸다.

서브 타이틀 곡 'Kissing You'의 히트는 소녀시대 인기의 절정이었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와 S.E.S, 신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SM 엔터테인먼트는 H.O.T 1집의 'Candy', S.E.S 1집의 'I'm Your Girl'과 같이 팬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곡을 후속곡으로 내세웠다. 소녀시대의 팬들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절대적인 남성 팬들은 'Kissing You'의 애교에 녹아내렸다.

'다시 만난 세계'와 '소녀시대'가 소녀시대의 데뷔를 알린 신호탄이라면, 'Kissing You'는 소녀시대의 인기의 완성이었다. 강하고 역동적인 소녀 이미지를 그린 '다시 만난 세계'와 '소녀시대'가 'Tell Me'의 복고적인 귀여움에 밀리자, 'Kissing You'를 통해 다소 강한 모습을 감추고 부드럽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다가간 것. 이는 'Kissing You'의 가사인 '그대와 발을 맞추며 걷고 너의 두손을 잡고 네 어깨에 기대 말하고 싶어'란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남성 팬들의 로망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세 번째 후속곡인 'Baby Baby'는 단순한 트리플 히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소녀시대 1집의 앨범 퀄리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곡이다. 가수 이승환의 앨범을 프로듀싱할 정도로 소위 뮤지션 계열의 작곡가로 이름이 높은 황성제는 아이돌 그룹의 곡으로 믿기 힘들 정도로 'Baby Baby'에 음악성을 담았다.

'다시 만난 세계'와 '소녀시대'가 다소 JPOP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시종일관 외국 팝 적인 느낌이 흐르는 'Baby Baby'는 기타 사운드와 스트링 편곡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녀시대 1집이 전형적인 한국형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JPOP과 영미권적인 느낌이 감지되는 것도 그래서다.

소녀시대 데뷔 싱글과 정규 1집의 앨범 판매량은 각종 리패키지를 합쳐 약 10만 장에 육박한다.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음반 시장을 감안하면 호성적이다. 물론 아이돌 그룹의 앨범 판매량은 충성스러운 팬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앨범 퀄리티와 네 곡의 연속 히트를 무시하는 것은 지나친 비하다.

우리는 보컬 그룹이예요

1인 프로젝트 그룹 TOY의 작곡가 유희열은 소녀시대에 대해 "완벽한 아이돌", "엄청난 군무"라는 표현을 써가며 극찬한 바 있다. 실제 소녀시대는 '다시 만난 세계'에서 매우 역동적인 안무를 구사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들어맞는 모습은 군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고, 데뷔 전 엄청난 연습량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모습은 일본 JPOP 아이돌 그룹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철저히 보컬 그룹을 추구했다. 거의 모든 공중파 TV 무대를 라이브로 소화했고, 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태연과 티파니, 제시카 등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면서 보컬을 강조했다. SM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초창기 아이돌 그룹들이 립씽크 이미테이션 그룹이라는 악평을 들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이는 최근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동방신기도 마찬가지다.

소녀시대는 방송 뿐만 아니라, 각종 대학교 축제와 소위 말하는 행사에서도 라이브 무대를 곧잘 선보였다. 공중파 TV와 라디오에 비해 열악한 외부 무대의 사정을 생각한다면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소녀시대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립씽크로 일관하던 예전 아이돌 그룹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태연이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O.S.T에 참여한 '만약에'도 비슷한 맥락이다. 소녀시대의 'Kissing You'와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만든 '만약에'는 별 다른 훅과 브릿지 없이 시종일관 조용한 건반 연주에 태연의 목소리가 얹히는 구조였다. 태연의 애절한 보컬이 당연히 강조될 수 밖에 없는 곡이자, 보컬 하나 만큼은 자신 있다는 표시였다. 실제 태연은 동방신기 시아준수, 원더걸스 선예와 더불어 아이돌 그룹 보컬 중 단연 으뜸이다.

로리타 콤플렉스와 오타쿠 문화

소녀시대의 높은 인기는 원더걸스와의 의도치 않은 라이벌 구도도 한 몫 했다.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의 라이벌 구도로 한껏 아이돌 그룹 시장이 팽창하던 90년대 가요계와 매우 유사하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팬들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팬덤 경쟁은 일본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연예인 오타쿠 문화를 본격 상륙시켰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멤버들의 이름에 각기 다른 별명이 붙었고, PC 통신 시절 팬들이 직접 쓴 소설 문화와 카툰이 살아났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팬 커뮤니티 사이트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방송 영상 뿐만 아니라 직접 촬영한 무대 영상과 사진이 쏟아졌다.

한 발 먼저 앞서 간 것은 역시 SM 엔터테인먼트. 고가의 소녀시대 인형이 불과 몇 일만에 동이 났고, 소녀시대 멤버들의 사인이 배터리에 새겨진 PMP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녀시대가 시구를 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야구장을 찾았고, 축하공연 한 번을 보기 위해 프로농구 올스타전 티켓을 구매했다. 디시인사이드 소녀시대 갤러리는 최단 시간에 10만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오타쿠 문화는 남성들의 로리타 콤플렉스와 전혀 무관치 않다. 어린 소녀들의 깜찍한 모습에 열광하는 20대 이상, 30대 팬들이 많아진 것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관련 게시물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것에서 그대로 증명된다.

1세대 여성 아이돌 그룹인 S.E.S와 핑클을 경험한 20대와 30대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팬덤의 결정체는 10대고, 각종 앨범과 캐릭터 상품의 주 구매층도 10대다. 이는 아이돌 그룹의 팬 층이 10대를 넘어 20대, 30대로 확장될 개연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다가온다

소녀시대 1집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2집이다. 물론 유명 기획사가 만든 아이돌 그룹은 충성스러운 팬덤으로 인해 일반 가수가 호되게 겪는 소포모어 징크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더걸스의 경우 과연 'Tell Me' 이상, 아니 'Tell Me' 만큼의 전 국민적인 인지도를 누린 싱글을 다시 한 번 만들어 낼 수 있는 지가 핵심이다. 반면, 소녀시대는 얼마나 다른 소녀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S.E.S와 핑클의 경우 2집의 경우, 전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귀엽고 발랄한 모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비록 나중에 소녀시대와 멤버 각각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녀가 숙녀로 변해가는 시기가 한 번쯤 올 것을 감안한다면 의외로 성숙한 모습을 탑재할 수도 있다.

멤버 개개인이 직접 앨범에 참여하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의도된 전략도 가속도를 밟을 공산이 크다. 예를 들면, 태연이 직접 작사를 하고, 제시카가 작곡을 하는 식이다. 이는 아이돌 그룹의 오랜 치부 중 하나인 공장 프레스형 가수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음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단계 빠른 유닛 전략이자, 멤버 개별 활동과 함께 해외 활동을 본격 추진할 수도 있다. 이른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형태를 섞은 격이다. 소녀시대의 어학적 능력은 SM 엔터테인먼트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얼마든지 메꿀 수 있고, 목적지는 동방신기와 보아가 활동하는 일본보단 중국과 태국 등 중화권이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유형의 선배 아이돌 그룹이 많은 일본이 비해 여러 명의 멤버가 활동하는 그룹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안정된 착륙과 비상, 그 다음은?

소녀시대의 데뷔 싱글과 1집은 안정된 착륙에 이은 비상으로 요약된다.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배경이라면, 아이돌 그룹치곤 수준급의 퀄리티를 지닌 앨범과 보컬 그룹의 면모는 실력이다. 원더걸스와 함께 다시 한 번 여성 아이돌 그룹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 제친 소녀시대의 2집은 어떤 모습일까. 물론 아직까지는 또 한 번의 비상이 될 확률이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보기 드물게 긴 기사가 떳네요
한번쯤 진지하게 읽어볼만한 기사인듯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