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숙녀 변신중

KBS 일일극 '너는 내 운명'서 첫 성인 연기

"씩씩하고 당차게 소녀 이미지 벗을래요"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의 시대다. 비단 축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멀티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예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출연하는 배우 중 한 명은 꼭 가수 출신이 꼽힐 정도다.

최근 안방극장을 살펴만 봐도 이런 현상은 쉽게 알 수 있다.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극본 문은아ㆍ연출 김명욱)에는 주인공으로 나선 윤아와 이지훈이 출연하며 그 맥을 잇고 있다.

윤아는 여성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도 활동중이다. 이지훈 또한 19세의 나이로 가요계에 입문한 이후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인 배우 생활에 합류했다. MBC 일일극 <춘자네 경사났네>(극본 구현숙ㆍ연출 장근수, 주성우)에도 그룹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이 주연급으로 출연하면서 성인 배우로의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윤아는 아직 10대 고등학생으로서 가수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윤아는 지난달 <너는 내 운명> 제작발표회에서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당당히 밝히면서 어리지만 당찬 인상을 풍겼다. 그러더니 <너는 내 운명>에서 스무 살의 씩씩하고 당찬 장새벽을 잘 소화하고 있다. 마치 윤아를 위해 만들어 놓은 캐릭터처럼 실제 모습을 보는 듯 자연스럽다.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말은 그냥 한 소리는 아니예요. 욕심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어느 것 하나 흐지부지하게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직 10대라고 어리게 보시는 분들이 있는 만큼 제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한다면 곧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윤아는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2,3년간 지냈다. 윤아는 연습생 시절 가수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보컬과 춤 연습에 매진했다.

그런데 윤아에게 기회를 준 것은 무대가 아닌 드라마였다. 윤아는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김희철이 함께 했던 썬키스트 레몬에이드 CF로 얼굴을 알린 뒤 MBC 드라마 <9회말2아웃>에서 얄미운 여고생 캐릭터로 등장했다. 배우로 먼저 안방극장에 데뷔한 셈이다. 그것이 인연이 됐는지 윤아는 소녀시대의 다른 멤버들보다 가장 먼저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같이 출연하는 이지훈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동변상련이라고 할까요? 저를 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으시다며 이것저것 가르쳐주시기도 해요. 가수 출신으로 연기를 해야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자리를 잡기도 힘들고요. 그렇지만 <너는 내 운명>이 잘 되어서 저 또한 성장하고 싶어요.”

윤아는 소녀시대라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력 논란에 대한 걱정도 있다.

가수 출신 배우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임에 틀림없다. 여성그룹 핑클 출신의 성유리 또한 얼마전 종영한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 그간의 연기력 논란에 대한 오명을 씻어버리고자 중성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성유리는 극중 허이녹이 선머슴같고 불 같은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조금씩 어필했다.

성유리가 드라마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쾌도 홍길동>을 통해 이제 그만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요. 그 동안했던 역할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니 발전할 수 있을 것이예요”라며 연기력 향상에 대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성유리는 그의 바람처럼 <쾌도 홍길동>으로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윤아도 <9회말2아웃>과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10대 새침데기로 등장했다. <너는 내 운명>으로는 첫 성인연기에 도전하게 돼 부담도 크다. 하지만 여전히 말투와 표정에서 10대 여고생의 티를 벗지 못해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사실 <9회말2아웃>과 <천하일색 박정금>의 강한 연기는 오히려 어렵지 않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 해냈다고 평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죠. 하지만 장새벽이 20대 성인인데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에도 신경을 쓰면서 서서히 변신하려고 해요.”

윤아는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만큼 소녀시대의 이미지는 벗고 싶다. 이런 저런 것에 욕심이 생기다 보니 눈물연기도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윤아는 평소 눈물이 많아 눈물을 흘리는 신은 자신있었다.

하지만 극중 장새벽의 씩씩하고 밝은 성격에과 눈물까지 펑펑 쏟아야 하는 극한 상황이 많아 부담스럽다. 감정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아가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 할수록 배우로서 충분히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아닐까.

강은영 기자 kiss@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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