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녀시대’다. 유치한 그룹 이름은 현실이 됐다.

그룹 소녀시대가 1월 발표한 미니앨범 ‘Gee’는 한 달 만에 10만 장을 육박하는 판매고는 물론,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음원과 CF 수입을 합친 Gee의 매출액 규모는 35억 이상을 넘어섰다. 국내 경기 불황이 연예계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인기다.

△S.E.S, 핑클 넘어선 신드롬=소위 ‘오타쿠’ 문화를 낳을 정도로 팬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은 소녀시대가 기존 아이돌 가수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는 화려한 군무를 내세우면서도 의외로 탄탄한 보컬 실력을 자랑한다. 라이브 무대에서의 실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태연은 보컬 하나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과거 아이돌 가수들은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가창력에서 단점이 꼽히기 일쑤였고, 앨범 퀄리티의 수준도 처참했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앨범은 미국이나 일본 현지에서 자체적인 마니아 팬들이 생길 정도로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소녀시대 이미지에 꼭 들어맞는 가사를 강조하는 한편, 그동안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되던 리듬과 멜로디를 대폭 강화했다. 섬세한 보컬과 풍부한 코러스를 돋보이게 하는 레코딩 기술도 안정적이다.

원조 여성 아이돌 그룹인 S.E.S와 핑클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두 그룹은 1집 데뷔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소녀시대의 Gee나 원더걸스의 ‘Nobody’처럼 한 곡의 싱글로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S.E.S는 ‘I’m Your Girl’, ‘너를 사랑해’의 귀여운 이미지로 대박을 터뜨린 1집이 절정이었고, 핑클은 섹시 콘셉트를 차용한 3집 ‘Now’로 이미지를 모두 소비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소녀시대는 단순한 콘셉트 가수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며 “S.E.S의 바다, 핑클의 옥주현 만큼 압도적인 보컬은 없지만, 평균적인 실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녀시대는 보컬, 원더걸스는 콘셉트을 지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그동안 원더걸스에 비해 싱글 파워 면에서 뒤진 소녀시대가 Gee를 터뜨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소녀시대는 이제 시작=소녀시대의 인기는 편안한 개별 유닛활동도 큰 몫을 차지했다.

태연은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블루칩으로 떠올랐고, 제시카와 티파니, 서현은 언제든지 ‘오빠 나빠’ 같은 싱글 한 곡 정도는 내놓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윤아는 ‘막장 드라마’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2008년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너는 내 운명’으로 성공적인 연기 데뷔작을 마쳤다. 다른 멤버들의 유닛 활동도 언제든지 가동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귀여운 콘셉트로 대중적인 리듬과 멜로디를 탑재, 화려한 군무를 보인다면 당분간 소녀시대의 인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형태의 여성 아이돌 그룹이 판을 치고 있는 일본 오리콘 차트 진출은 다소 어렵겠지만, 국내 시장 장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넷을 만난 것도 긍정적이다. 단편적인 텍스트를 올리는 수준의 PC통신에서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소녀시대의 일거수일투족과 동영상 UCC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녀시대의 숙제도 있다. 아이돌 가수가 ‘공장 생산형 인형’이란 소리를 듣는 것은 기초적으로 앨범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 능력을 차근차근 밟을 이유가 있다. 다른 가수들과의 피쳐링 참여도 한 방안일 수 있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 단기적인 촉매제로 활용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낫다.

기사제공: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