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유치한 그룹 이름이 현실이 됐다”

그룹 소녀시대의 ‘Gee’ 열풍에 대해 가요계 한 관계자가 내린 평가다.

소녀시대가 29일 SBS 인기가요를 끝으로 미니앨범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난 1월 발표한 미니앨범 타이틀 곡 ‘Gee’는 그야말로 가요계를 강타했다.

최악의 가요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앨범 판매고는 10만 장을 돌파했다. ‘Gee’의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은 120만 건,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은 35만 건이 넘는다. 예상 매출액은 40억을 훌쩍 넘는다.

‘Gee’의 폭발적인 인기 행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KBS ‘뮤직뱅크’ 9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무려 두 달이 넘는 동안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을 점령한 셈이다. 라디오와 지상파, 케이블을 더한 ‘Gee’의 방송횟수는 1536회였다. 싱글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로 전환되기 쉽지 않다는 가요계 속설은 그대로 깨지고 말았다.

△‘Tell Me’ 노이로제 안녕=사실 그동안 소녀시대는 성공적인 데뷔와 정규 1집 활동을 펼치고도 뭔가 아쉬웠다. 그룹 원더걸스가 ‘Tell Me’로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것에 비하면 가요계를 뒤흔든 초대박 싱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Gee’는 이런 노이로제를 한 방에 날린 ‘메가 히트곡’이 됐다. 중독성 강한 후크(Hook)와 빠른 비트를 전면에 내세운 ‘Gee’는 ‘다시 만난 세계’로 단숨에 실력을 인정 받은 군무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Gee’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표현한 노래 가사와 수려한 멜로디 라인은 믈론, 각기 다른 9명의 보컬도 적재적소에 배치됐다는 평가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사실 ‘Gee’의 첫 인상은 별로였다”면서도 “소녀시대가 무대에 오르면서 노래와 안무가 섞이자 소녀시대의 에너지가 폭발했다. 곡도 좋았지만, 안무도 훌륭했고, 가창력이 나아진 것도 특기할 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Gee’의 성공은 소녀시대가 누리고 있는 엄청난 팬덤의 영향으로 이뤄진 것이 분명하다. 또 이로 인해 ‘Gee’ 신드롬이 생각보다 평가절하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나라 가요계에 등장한 아이돌 가수들이 모두 비슷한 조건의 팬덤을 어느 정도 향유한 시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S.E.S와 핑클은 가히 소녀시대를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남성 팬들의 팬덤을 보유한 바 있다. 하지만 ‘Tell Me’나 ‘Gee’처럼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비화될 정도로 특별한 잭팟은 터뜨리지 못했다. 10대와 20대, 30대와 중장년층을 넘어설 정도로 그룹의 인지도와 싱글의 인기가 동시에 치솟는 경우는 희귀한 이유다.

이는 그룹이 각인될 정도로 곡이 뛰어나거나, 곡이 뇌리에 박힐 정도로 그룹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봐야 옳다. ‘Gee’는 소녀시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아이돌 가수치고 앨범 퀄리티에 유달리 신경을 쓴 흔적이 묻어 있다. 주류 대중음악평론가 집단이 예상 밖으로 후한 평가를 내린 것도 그래서다.

△소녀시대는 안 나와도 인지도는 유지된다=소녀시대의 공식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됐지만, 소녀시대의 인지도는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태연은 MBC 라디오 ‘친한 친구’ DJ로 활약하고 있고,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서 유달리 빛을 발한 그녀의 상품성을 감안할 때 디지털 싱글 한 두 곡의 히트는 그렇게 어려운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기에 윤아가 MBC ‘신데렐라맨’으로 브라운관에 찾아온다. 소녀시대가 ‘Gee’를 내놓기 전에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으로 그룹 인지도를 혼자 떠맡은 경험이 있는 윤아는 이번에도 소녀시대 팬덤의 결집을 시청률로 노릴 수 있다. 문제는 그녀의 연기력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의외로 성장 곡선이 빠르다면 영화 데뷔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티파니는 이미 디지털 싱글로 시동을 걸었다. 26일 발표한 디지털 싱글 ‘나 혼자서’는 SBS ‘자명고’ O.S.T에 수록되자마자 인기 행진을 달리고 있다. 팝과 펑키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보이스와 성량을 가지고 있는 티파니는 사실 그동안 태연에게 가려져 있었을 뿐, 생각보다 괜찮은 보컬이다.

제시카와 서현은 이미 티파니와 함께 ‘제티현’이란 이름으로 싱글 활동을 한 바 있다. 같은 형식의 프로젝트 앨범을 생각해볼 만하다. 써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O.S.T는 물론, 특유의 목소리 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수영과 유리의 경우는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당장 MBC ‘쇼 음악중심’의 MC를 낚아챘고, 매주 시청자들을 MC로 찾아간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조 MC 내지는 초대손님으로 활약할 정도의 언변은 갖추고 있는 상태다. 수영의 경우 연기로 U턴할 수도 있다. 효연은 안무 쪽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소녀시대는 공식적인 활동은 중단했지만, 개별적으로 팬덤을 찾고 시청자들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것은 최근 가요계가 순진한 앨범 활동만으론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한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소녀시대의 상품성이 최고조로 달한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결국 ‘소녀’ 9명이 모두 모인 장면은 잠시 사라지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대’는 계속 이어질 공산이 높다.

△대안은 빨리 찾을수록 좋다=소녀시대는 ‘Gee’로 단발적인 인기가 얼마나 높게 치솟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젠 포커스를 얼마나 롱런할 수 있을지로 옮겨야 한다. 그동안 숱한 아이돌 가수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대안을 빨리 찾을수록 좋다.

먼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진출 여부다. 태국의 경우 소녀시대의 인지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사실 일본의 경우 소녀시대와 콘셉트가 비슷한 그룹이 부지기수다. 음악은 얼마든지 최신 JPOP을 지향할 수 있지만, 이미 10년 전에 휩쓸고 간 여성 아이돌 그룹의 후광에 갇힐 위험도 존재한다.

보아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간과하고 있는 유창한 언어 실력과 싱글의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일본 시장에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다. 적어도 라이브 실력 하나만큼은 부쩍 향상될 수 있고, 음악 장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단, 내수 시장이 조금 약화되는 것이 위험요소다.

다만, 동방신기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은 그룹 해체를 막아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도 일본에서 검증된 수익을 올리는 그룹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힘들다.

소녀시대 멤버들도 각기 다른 대안을 꿈꿔야 한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은 피로도를 누적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가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은 물론, 필연적으로 이미지 과다 소비를 불러 온다. 일부 소녀시대 팬들이 자주 TV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표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선 태연은 전문적인 DJ로 나갈 원대한 꿈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보컬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가창력에 기반을 둔 가수가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DJ를 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매일 성대를 쓰고, 생방송의 특성상 피로도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태연의 데뷔 당시와 지금 현재의 보컬을 비교하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음색의 깊이는 더욱 짙어졌지만, 성량과 고음 처리는 데뷔 당시에 비해 불안해진 것이 사실이다. ‘가장 완벽한 아이돌’이란 칭호를 붙여준 태연의 팬들도 무작정 매일 만날 수 있는 DJ의 소모성 보다는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의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

제시카와 서현, 티파니와 써니의 경우도 보컬적인 면모의 부각을 단발적인 현상으로 끝내선 안 된다. 디지털 싱글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거나, 기존 가수의 피처링, 활발한 O.S.T 참여를 꾀해 보다 가수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수영과 유리는 성공적으로 예능 MC에 안착한 이효리를 롤 모델로 삼을 필요도 있다.

물론 소녀시대의 열성적인 팬덤은 ‘Gee’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그룹에게 조언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팬덤이 소녀시대의 해체를 결코 바라지 않고, 최근 가요계의 하나의 경향이 해체 없는 무한 개별활동으로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소녀시대 테두리를 벗어났을 때의 멤버들의 모습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hrefmailto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