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퍼왔긴 했는데... 기사방에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팬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잘 표현해주는 거 같아서 퍼왔습니다


지금 TV 속에서 웃음보 좀 터뜨려보려면 누구 옆으로 가는 게 좋을까?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의 입심 좋은 중견 연예인들, 한국방송 <스타 골든벨> ‘벨 라인’의 터줏대감들, 문화방송 <무한도전>이 불러모은 ‘돌+아이들’? 모두 그럭저럭은 된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웃겨보려면 ‘반짝반짝 눈이 부신’ 곳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언제부턴가 ‘소녀떼’가 버라이어티쇼의 관객석이 아니라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 지-지-지-지- 지금은, 소녀시대가 숱한 웃음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 SBS <일요일이 좋다> ‘골드미스가 간다’ 사진 SBS 제공

중년시대, 줌마시대, 에너Gee, 외롭Gee…. 소녀시대의 ‘Gee’ 따라하기가 봇물이다. 여러 팀이 나름 화려한 영상효과를 써가며 도전했는데, 확실하게 빵 터뜨려주는 팀은 못 본 것 같다. 섹시 안무 따라하기가 너무 상투적인 수단이 돼서일까. 요즘 이게 웃음의 맥을 찌르기는 쉽지 않다. 너무 잘해버리면 멋있긴 하지만 웃기진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어설프게 하면 왜 했냐 싶다. 안무는 제대로 소화하지만 원래의 이미지가 섹시 스타와 확실한 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본인은 그걸 의식하지 않고 천연덕스러워야 한다. 역시 신봉선만 한 재목이 없다. SBS <일요일이 좋다> ‘골드미스가 간다’에서 긴 머리의 살랑거리는 소녀로 변신한 모습이 최고의 포인트다.

노홍철의 말대로 요즘 소녀시대는 “수도꼭지야. 틀면 나와”다. 이 시대의 코미디언들에게는 소녀시대를 누가 더 능숙하게 다루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욕먹지 않고도, 그녀들을 먹잇감으로 웃음을 퍼뜨려낼까? 한국방송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는 소녀시대 8명을 데리고 나와서도 시청률을 끌어올리지 못해 눈총을 받았다. 그래도 삼촌 팬과의 만남을 주선한 데서는 호평을 받았는데, 그게 포인트다. 그녀들의 열광적인 팬층이지만 분명한 괴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30~40대 남성들과 소녀들을 어떻게 부딪히게 할 것인가?

문화방송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는 ‘걸스어워드’ 코너에 카라와 소녀시대 13명을 불러 호화로운 잔치를 벌였는데, 정작 웃음의 맥은 빈곤했다. 김원희의 말대로 ‘추접스럽게’ 좋아만 하는 유재석과 네 아저씨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다. 웃음을 만들려면 상대를 찔러야 하는데, 소녀들에겐 찬사만 던지고 애꿎은 김원희만 잡는다.

문화방송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는 달랐다. 이 아저씨들은 소녀라고 봐주지 않는다. 자칫하면 무표정해지는 제시카에게 ‘정색 모드’라고 놀려대다, 한번 웃어주니 ‘경축 제시카 웃었다’며 폭죽을 쏘아준다. 멤버들 중에 누가 제일 인기가 많냐고 하니 분위기 좋게 “윤아, 태연”이라고 대답하는데, 김구라는 그럼 왜 걔들은 여기 투입 안 했냐고 깐죽댄다. 소녀시대도 기죽지 않는다. 발끈하며 그럼 가겠다고 일어서고, 제시카는 특유의 냉랭함으로 대든다. 그러면서도 소녀의 발랄함을 잃지 않는 모습. 이게 삼촌들이 소녀들과 놀고 싶은 방식이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면 더 놀리고 싶은데, 그때 삼촌을 역으로 놀려대는 맞장구가 정말 재미있는 거다. 이제 소녀들도 깨닫고 있다.
 

이명석 저술업자

[2009.04.03 제754호]
[이주일을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