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사진 위)와 소녀시대.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지지지지 베이베베이베…’

올 상반기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유행어다.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가 아니다. 한 가수의 노래 후렴구인 이 대목은 다름아닌 소녀시대 최대 히트곡 '지(Gee)'에 나온다. 소녀시대가 올해 대중문화계에 미친 영향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각종 브라운관에선 나이를 막론하고 소녀시대 따라하기에 열을 올렸다. 박미선, 정선경, 최은경 등 30대 출연자가 등장하는 MBC ‘태희혜교지현이’는 소녀시대 '지'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를 찍었으며 '무한도전'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오빠, 언니들도 잇따라 소녀시대 '지'를 패러디해 선보였다.

각종 차트를 휩쓰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이들이 입고 나온 패션은 다음날 바로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소녀시대의 스키니 팬츠는 이미 패션계의 아이콘이 됐고 이들의 이름을 딴 일명 소시지 룩(소녀시대와 타이틀 곡 '지(Gee)', 패션 경향을 뜻 하는 '룩(Look)의 합성어)도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소녀시대를 따라하는 사람들은 10대를 넘어 30, 40대까지 나이 구분이 없다. 소녀시대 멤버들의 이름을 아는냐, 모르느냐를 놓고 아저씨와 총각을 구별하는 방법까지 등장할 정도로 소녀시대는 이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성공은 불황의 시름을 잊게 하는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노래말이 큰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이들은 오락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면서 세대차를 극복하게 됐고 이는 30, 40대 팬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됐다.

소녀시대와 함께 올해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틴 문화의 주체로 떠오른 이는 김연아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지난 3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9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207.71점이라는 전설적인 점수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 눈물을 흘리자 사람들은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누리꾼들도 감격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요즘도 하루 평균 수십만명의 네티즌들이 다녀가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평균 시청률 24.6%를 기록했다. 김 선수가 연기한 시간대에는 평균 시청률이 29.9%까지 치솟았다. 일요일 오전시간대 시청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으로, 이 같은 시청률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업체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연아 에어컨'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매출 증가에 기뻐하고 있고, 김 선수를 공식 후원하는 현대차는 최근 모터쇼에서 김연아를 내세워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연아 광고가 나오기 전에는 하루 8만~8만5천개 정도가 팔리던 'ELS 저지방&칼슘' 우유는 이달 하루 48만개가 팔리는 등 판매량이 5배로 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김연아와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밖으로 드러나는 외형적인 성과에 열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녀들이 남몰래 흘린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온 중년들에게도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는 중년세대들과 달리 우리의 10대들은 어떤 장애도 극복해내고야마는 에너지 덩어리들이다.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존재감을 드높인다.

전문가들은 “한계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중년세대들에게 에너제틱한 10대 대중문화 스타들은 한마디로 자신들이 되고자 하는 워너비와 같은 존재"라면서 "그들이 흘리고 있는 열정과 땀 그리고 자발적 봉사활동과 기부는 과거 기성세대들에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트렌드이며 세상을 이끌어가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OBS경인TV '독특한 연예뉴스', '윤피디의 더 인터뷰' 프로듀서(sanha@o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