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활력소’, 써니(이순규·20)입니다. 지난 몇달 간 ‘지(Gee)’ 활동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지금은 잠시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여유가 생기면 꼭 해야지 생각했던 일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대형 서점 들르기에요.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보다 느긋하게 서점에 들러 베스트 셀러 목록도 살펴보고, 맘에 드는 몇 권 골라 사오는 걸 좋아하거든요.

방송에선 제가 애교 많고 장난도 잘 치는 멤버로 나오지만 집에서는 그다지 살가운 딸이 못 돼요. 특히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은 아빠한테는요. 그래서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마음에 깊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읽은 건 중학교 때 교회 학생회 독서모임에서였는데, 최근 다시 읽다가 또 엉엉 울었답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다들 아시겠지만, 마지막이 아버지의 편지로 끝나잖아요. 앞 부분에서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의 고통을 모르는 딸이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을 원망하는 편지를 보내죠. 근데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딸을 이해하며 “난 처음부터 그게(딸의 마음이) 사랑임을 알고 있었다”고 말씀하세요.

저 역시 아빠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자랐어요. 큰 언니랑 15살, 작은 언니랑은 11살이나 차이가 나는 늦둥이 막내딸을 아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죠. 가수가 되겠다는 제게 “넌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으니 꼭 잘 될 것”이라 응원해주신 것도 아빠였어요. 지금 사업차 쿠웨이트에 가 계시는데 얼마 전 방송사 대기실에 있을 때 “우리 막내 딸 목소리 듣고 싶어 인터넷 전화 개통했다”며 전화를 걸어오셨더라구요. 너무 반가웠는데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아빠, 저 지금 리허설 가야해서 바빠요” 하면서 끊고 말았어요. 그때 하고 싶었던 말 지금 할께요. ‘아빠, 너무 사랑해요. 먼 곳에서도 건강하셔야 해요. 아빠의 자랑스런 딸 써니도 열심히 노래할께요.’

솔직히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대기실에서 시간 날 때 읽으려고 두세 권씩 꼭 가방에 넣고 다녀요. 소설을 좋아하는데, 최근엔 주제 사마라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눈 뜬 자들의 도시』를 읽었어요. 무지 어려웠는데요.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어도 멈추지 않고 쭉 읽은 다음, 전체적인 메시지를 머리 속에서 정리해봤어요. 제가 책이 든 가방을 둘러매고 밴에 타면 멤버들이 구박도 해요. “그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키가 안 크는 거”라나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아무래도 또래들보다 사회 경험을 많이 못하니, 책을 통해서라도 내가 모르는 세상을 맘껏 접하고 싶어요.

정리=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