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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되고 춤도 되는 멤버는 유리야." "아니야, 노래하면 태연이지."

16일 밤 10시 서울 송파구 신천역 인근 삼겹살 집.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성, 넥타이를 단정히 맨 직장인 등 30~40대 남성 40여 명이 모여 소주를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이 날은 10대 여성그룹 '소녀시대'의 팬 커뮤니티 '소녀시대당'의 모임. 이들이 멤버들의 특징과 매력을 분석하는 모습은 10대 팬처럼 진지했다. "잠깐만요!" 누군가 이들 옆의 빈 자리에 앉자 한 남성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 남자가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갈고 앉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년 남성, '소녀'에 빠졌다!

최근 원더걸스, 소녀시대 같은 여성그룹, 피겨여왕 김연아 등 10대 소녀 스타들에게 열광하는 30~40대 중년 남성들의 'My Girl'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소녀스타'와 관련된 상품을 대량 소비하고 이들의 공연장, 경기장을 찾아가 응원하기도 한다. 영상자료를 직접 만들어 상영하기도 하고 달력이나 액세서리를 제작하기도 한다. 소녀 그룹 팬 커뮤니티 정기 모임에는 중년 남성이 70명 씩 모인다.

국회 4급 공무원 최모 씨(40)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소녀 그룹의 사진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회사원 김모 씨(33)는 10대 여성그룹과 관련된 상품 구입을 낙으로 삼는다. '소녀시대'의 노래인 'gee'가 새겨진 목걸이, 휴대폰 고리를 달고 다닌다. 최근엔 소녀시대 화보집이 딸린 여성잡지도 구입했다. 김 씨는 "음반은 평균 5개, 많게는 25장을 구입하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녀 그룹 커뮤니티 중 팬들의 30%는 30대 이상의 남자 회원인 경우가 많다"며 "마음 속에 나만의 소녀를 담고 있으며 이를 서로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년 남성 팬들은 연예기획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했다. 기존 10대 팬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원더걸스의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의 한수정 씨는 "공연장에서 가장 비싼 티켓을 구매하면서도 10대 팬들처럼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응원해 최고의 고객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소녀 그룹을 데뷔시킬 때 30~40대 팬층의 취향을 중요하게 반영할 정도"라고 말했다.







●아저씨 팬들, 활동도 10대와 차별화

이들은 스스로 기존 팬덤 문화와 차별화를 추구한다. 팬덤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의 문화를 일컫는 말. 상당수 소녀그룹 중년남성 팬 모임에는 '자체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한 소녀그룹 커뮤니티 모임의 경우, 회원이 되려면 '플래카드 등 과도한 응원행위 지양', '상대 그룹 비방 금지', '팬들 간 예의를 지킬 것' 등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중년 남성 팬들은 최근 한 방송사 모바일 인기투표에서 10대 팬들이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의 순위를 올리려고 중복 투표를 하자 '왜곡된 팬 문화를 바로 잡자'며 개선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소녀시대당'의 대표 정재민 씨는 "처음에는 '변태', '로리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려고 기존 10대 팬과는 다른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 팬들은 단순히 소녀들에게 열광하는 10대와 달리 자신의 특기, 전공, 관심사와 소녀들을 연결시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국회 공무원 최 씨는 소녀시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소시학회'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인용해 "나에게 소녀시대는 존재의 이유다. 소녀시대에 대한 욕망에 충실한 삶이 바로 스피노자가 말한 코나투스(삶의 의지)를 실천하는 삶"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모 씨(30)는 "10대 팬들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만 소녀시대를 표현하지만 나는 세익스피어를 인용해 소녀시대의 아름다움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팬덤 문화 비판자에서 지지자로

그동안 팬덤 문화의 주인공은 늘 10~20대였다. 전문가들은 최근처럼 중년남성이 팬덤의 중심이 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한국의 30~40대 남성들은 아이돌 그룹을 찾는 어린 소녀 팬들을 '빠순이'라는 말로 비하하고 일본에서 배용준 열풍으로 일본아줌마들의 팬덤 문화가 부각되자 이를 폄하했던 계층"이라며 "기존 팬덤 문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였던 이들이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 것은 놀라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쌓아놓은 고정관념 때문에 적지 않은 내면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소녀그룹이 출연한 TV프로그램을 찾아본다는 회사원 김모 씨(40)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와 갈등을 겪었다. 아이에게 "텔레비전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꾸짖자 딸이 "아빠는 밤 늦게까지 소녀시대 보면서 난 왜 안돼"하고 대꾸한 것. 김 씨는 "내가 소녀시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고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회사원 김유리 씨(26)는 "마흔이 넘어 여성 아이돌 그룹 팬이라면 변태로 오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이유진 씨(19)는 "대상이 소녀일 뿐 개인적 취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롤리타 콤플렉스, 변태 등 일각의 싸늘한 시선을 이들이 모르는 바는 아니다. '소녀시대당' 모임에 온 사람들은 말끝마다 "우리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다"는 말을 붙였다.

중년 남성들이 소녀에 빠진 이유에 대해 경제 불황을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명퇴, 실직 등 현실의 불안을 잊기 위한 '판타지'가 필요했고 그 판타지는 남자의 첫 사랑이자 순수성의 상징인 '소녀'에 대한 갈망으로 투영됐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중년 팬들 중 대다수는 "소녀들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끼기 보다 삶이 힘들고 재미가 없는데 이들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보면 힘이 나고 그냥 좋다"고 말했다.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학과 교수는 "아저씨들이 소녀들에게 열광하는 현상은 그만큼 한국 중년 남성들이 향유할 만한 문화의 폭이 좁고 즐길만한 문화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롤리타 콤플렉스 등 부정적으로 만 볼 수 없고 새로운 문화적 취향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우리의 우월하신 삼촌팬분들~~~

저 같은 10대팬도 뭐하는 짓이냐며 많은 비난을 받는데 삼촌팬분들은 오죽하시겠어요 ㅠㅠ

우리 모두 힘내자구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