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이 돌아왔다. 90년대 홍콩스타 장국영·유덕화와 경쟁하며 전성기를 이끌었던 남성듀오 더 블루(손지창과 김민종)가 화려하게 무대에 돌아왔다.

1990년대의 대표 꽃미남 스타들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순 없지만, 그들과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면 30대 아줌마들의 얼굴에도 소녀시절 수줍은 웃음이 피어난다. 손지창·김민종, 돌아온 오빠들과 함께 90년대 화려했던 우리들의 추억의 장면들을 재생해 봤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라

- 오랜만에 재킷 사진을 찍고 녹음을 했을 텐데. 감회가 어땠나

김민종(이하 김): "너무 어색했죠. 폼잡을 때도 서로 웃겨서 분위기 잡느라 좀 걸렸습니다. 또 예전 만큼은 아니어도 날카로운 선이 살아야 하니까요."

- 손지창씨가 먼저 재결성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손지창(이하 손): "처음엔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어요. 제가 공연이벤트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어느 기업 행사장에서 민종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우리가 활동할 때 불렀던 반주 테이프도 안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급조해서 반주를 만들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 "그렇게 무대에 섰는데 더 블루에 대한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20대 후반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관객의 대부분 이었는데 사춘기 시절로 돌아간 듯 열렬한 반응이었죠. 우릴 아직도 이렇게 기억해 주신다는게 감사했고 즐거웠어요. 그래서 이수만형님께 제대로 CD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부탁했고 흔쾌히 작업을 도와주셨어요."

-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손: "처음에는 사실 베스트 앨범을 내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녹음은 작년에 다 끝났죠. 그런데 작업이 거듭될 수록 주변의 기대가 너무나 큰 거예요. 신곡을 안내면 욕먹겠다 싶었죠."

김: "어,어 ,어 하다가 사실 이렇게 까지 일이 커졌어요. 더 블루를 한다는 사실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반응이 너무 뜨거워졌죠. 대충 냈다가는 안하는것 보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제대로 하자고 했어요. 사실 우리 둘이 녹음을 할 땐 서로에겐 정말 까칠하거든요. 녹음도 계속 다시 하면서 질을 높이려고 했죠. 그런데 소녀시대가 녹음할 땐 '너무 좋다, 한 번에 끝내자'고 했어요."

▶소녀시대와 있으면 영혼이 맑아져

-아, 소녀시대와 '너만을 느끼며'를 불렀는데…. 전국 삼촌 팬클럽의 시기와 질투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손: "아, 저희는 정말 삼촌-조카 관계예요. 여기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증거로 갖고 있어요. (손지창이 수영이 '삼촌~'이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기자에게 찾아 보인다) 그런데 민종이는 아직도 오빠 동생 관계라고 하네요. 우리끼리 부르면 재미 없을 것 같아 소녀시대 조카들에게 부탁을 했죠. 팬서비스 차원에서요. 개인적인 취향, 이런 거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소녀시대가 더 블루의 히트곡을 알던가요

김 : "아니요. 모르죠. 우리가 '너만을 느끼며'를 냈을 때가 92년인데 수영이가 90년, 티파니가 89년생이에요. 도저히 알 수가 없죠. "

-소녀시대와 녹음한 소감은 어떤가요

손: "그저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어요.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죠."

- 14년전엔 연기자와 가수를 겸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개념이 약할 때였죠

김 "우리가 거의 원조격이었죠. 당시에 장국영·유덕화가 유명 초콜릿 CF를 찍고 나서 그 다음에 내가 모델로 발탁됐어요. 이후에 고현정·손지창 씨와 광고를 찍었는데 지창이 형과 CM송을 함께 불러보라는 제의가 있었어요. 자신이 없었는데 CM송이 대박이 나면서 완곡을 수록해 1집을 냈습니다. 그렇게 더 블루가 탄생한 거예요. 1집이 58만 장 팔렸어요."

▶몇 년 동안 서로 연락도 끊어

- 당시 인기는 요즘 동방신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 였죠

손: "에이 괜히 안티팬 생겨요. 많이 사랑 받기는 했어요. 당시에 일주일에 하루씩 다른 연예인들과 돌아가면서 라디오 DJ를 했는데 우리가 가는 날은 스튜디오가 선물로 넘쳐났으니까요."

- 어느분이 더 인기가 있었나요

김: "지창이 형이 대세였어요. 아주 끝내줬죠."

손: "아니에요. 민종이 앞으로 온 선물은 산처럼 쌓이고, 제 선물은 조그만 탑 정도? (웃음) 제가 앞 부분을 부르고 민종이가 뒷부분 노래를 불렀는데 민종이 부분이면 아주 난리가 났어요. "

- 몇 년 동안 두 분이 연락을 끊은 적이 있다고 하던데….

손: "제가 먼저 소속사에서 나왔거든요. 전 그때 민종이가 따라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오더라고요. 제가 민종이를 생각하는 거랑 민종이가 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생각에 서운했죠. 그러면서 몇 년 동안 만날 기회도 없이 연락이 끊겼어요. 민종이가 영화 시사회에 초대한 적도 있었는데 제가 가지 않았고, 그러다가 민종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 가서 자연스럽게 풀었죠."

김: "지창이 형이 전형적인 A형이에요. 제가 전화 연락을 몇 번 했는데 받지도 않더라고요. 그런데 또 풀리는 성격이라 전 기다리고 있었어요. 같이 지내봐서 형의 스타일을 잘 알거든요."

▶손지창"소녀시대 피처링에 아이들이 놀라"

- 주변분들 반응은 어떤가요. 오연수씨 반응이 궁금한데요.

"와이프는 다시 한다는 얘기에 음 그렇구나 이 정도였는데 아이들이 신이 났어요. 아빠가 연예인이라고 하는데 TV에서 통 보이질 않으니까요. 요즘 방송에 나온 걸 보더니 '와~'하고 소리를 지르며 신기해해요. 동방신기·빅뱅 노래가 아니라 내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어요."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되나요

김: "더 블루로 몇 개월 동안 추억에 젖어 행복하게 활동 할 겁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너무 많은데 몇 개만 하려고요. 많이 나오면 질리잖아요. 16일에는 소녀시대와 함께 '쇼!음악중심'출연이 있어요. "

손: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더 블루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우리 노래도 부르고 90년대 추억이 어린 노래들도 부르고요.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우리 팬들의 어깨가 무겁잖아요. 힘내시라고 응원하면서 옛날 즐거웠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이면서 기운이 빠져있는 우리 아줌마, 아저씨 팬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면 합니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