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눈빛 하나, 스타일 하나까지도 모든 사람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있는 윤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얼마만큼일까. 조금만 힘을 줘도 금세 부서질 것 같은 여린 몸과 예쁜 미소를 간직한 그녀에겐 카메라 앞에서 미처 눈치채지 못한 진지하고 아름다운 스무 살의 윤아가 숨어 있다.




인터뷰는 소녀시대 노래 중에서도 윤아가 맡았던 파트의 가사를 소재 삼아 진행했다. 소녀시대 속 9분의 1이 아닌 윤아와 일대일로 마주한 시간. 이는 화보 촬영 중간중간 집어낸 현장 보고서이자 인터뷰를 넘어 어느새 즐거운 수다가 되어버린 그녀와의 이야기,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스튜디오 밖으로 넘쳐나던 윤아의 웃음소리에 대한 기록이다. 촬영을 마치고 보름 후, 수화기 너머 그녀와 수다를 이어나갔다. 한참을 신나게 조잘거리다가 문득 그녀의 몇 안 되는 휴일을 방해한 것이 미안해 지금은 뭘 하던 중이었느냐고 물었다. “인터넷도 하고, TV도 보면서 멤버들과 그간 있었던 일을 보고했어요. 지금은 티파니 언니 방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데 언니가, 지금 계속 놀러 가자고 해요. 아까 인터뷰 중에 나왔던 얘기를 듣고서 2009 F/W 버전 신상으로 옷 방 채우러 가쟤요. 이따가 쇼핑하러 갈 것 같아요”란다. 윤아를 인터뷰한다고 하니 정신없이 쏟아지던 주변 남자들의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의 눈초리, 그리고 갖가지 뇌물을 동원한 애교 어린 청탁 모두 너그러이 이해한다. 나 역시 촬영 중인 그녀를 미니어처처럼 줄여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니, 배시시 흐뭇했음을 이실직고하겠다. 인터뷰 내내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뼈에 박힌 성실함이 눈에 그대로 보이는데 안 예뻐하고 배길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녀를 관찰하다 얻은 정보 하나를 공개하자면, 그녀는 아파 할 순간에는 아파 하고, 거침없이 자기 고민을 파헤칠 줄 알며, 자신에게 돌아온 쓴 소리를 질질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소화해 결론을 도출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이 마냥 신기하고 즐겁기만 한 스무 살 소녀 윤아가 야무지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터뷰가 깊어지자, 열세 살부터 사회에 뛰어든 그녀에게 성장촉진제가 과다 투여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은 ‘제대로 안심’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 걸 그룹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소녀의 여린 어깨는 생각보다 꽤나 단단했던 모양이다. 앞으로 몇 발짝 더 멋지게 피어날 그녀의 미래를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어졌다. 소녀시대가 그랬던가, 소원을 말해보라고. 행운의 여신아, 윤아를 부탁해.



얼굴은 빨개지고 놀란 눈은 커다래지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_ 소녀시대

Q 데뷔한 지 벌써 2년이에요. ‘아이코, 우리 애기들’로 바라보는 삼촌들이 전부였는데 어느덧 ‘언니, 누나’란 호칭이 붙어 있더라고요. 선배님이라 부르는 후배들도 생겼고요. 시간 참 빠르죠.
후배들을 보면 참 어색해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막내가 아니구나 하는 섭섭함도 들고, 저희를 예뻐해주시는 분들이 그들에게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희가 이만큼 사랑 받았으면 후배들이 그만큼 사랑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TV에서나 보던 분들이 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환상 같아 신기해요.

Q 어릴 때 꿈꾸던 스무 살의 윤아 씨 모습은 어땠어요?
다섯 살 차이 나는 친언니를 보면서 어른들끼리만 아는 세상을 나도 볼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어요. 막상 스무 살이 되자 주변 세상이 ‘팡’ 하고 터지면서 달라지는 일은 없더라고요. 어릴 때 친구들은 아직도 제 친구들이고,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이 그대로 잖아요. 이제는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 ‘몸은 30대인데 마음은 20대’라고 하는 말들이 이해돼요.

Q 그래도 상상하던 꿈들은 이루어진 셈 아닌가요?
데뷔하기 전 잡지나 CF에 얼굴을 내밀 때, 내 옆에도 든든한 팀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녀시대가 되었잖아요. 슈퍼주니어 선배님들이 ‘우리는 슈퍼주니어예요!’라고 소개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 보였거든요. 커다란 극장 광고에도 제 얼굴이 나오고요. 이제는 더 큰 꿈도 꿔야겠어요. 자수성가하는 캐릭터 말고 오늘처럼 부잣집 딸 역도 맡아서 드라마에서도 예쁜 옷을 입는 꿈도 좋겠는데요. 일단 상속녀 꿈부터 꿔볼까 봐요.





Stupid baby 나도 기도했죠 _ Perfect for you(소원)
 

Q 사람은 위급한 순간에 신을 찾죠. 가장 절박하게 기도해서 이루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어요?
소녀시대 데뷔를 앞두고는 매 순간 찾게 되던걸요.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 많이 했어요. 타이틀곡 ‘다시 만난 세계’를 매일매일 들으며 연습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 노래가 좋다, 별로다란 판단 기준 자체가 흐려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을 붙들고 끈질기게 모니터링을 부탁했는데, 좋다는 의견도 있고 파워가 약하다는 의견도 있어 다들 반신반의하던 중이었어요. 걸스 제너레이션으로 탄생하고자 하는 바람이었으니까, ‘아 새롭다!’ 하는 반응을 바랐어요. 우리 덕에 모두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빌었죠. 열심히 하자고, 저희끼리 손잡고 만날 기도했어요.

Q 요즘 윤아 씨의 기도 주제가 있는지 궁금해요. 종교적인 질문은 아니고, 본인의 고민과 관심사가 궁금해서요.
의욕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요즘 활동하면서 느낀 건데, 매 순간 탄력적으로 힘이 들어가 있어 제 안의 에너지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최근 들어 몸이 비실비실해지고 있어요. 체력이 바닥난 건 아닌지 무섭기도 하고요. 집중력도 달리는 것 같아서 흠칫하죠. 이번에 제가 활동한 지 2년 만에 처음 쉬어봤어요. 음반 활동 휴식기도 있었지만, 전 그때마다 드라마를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한 번 쉬고 나니까 계속 쉬고 싶은 거예요. 그 짧은 사이에 마음이 늘어진 것 같아요. 드라마도 찍어보고, 가수도 해보고,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하다 보니 그새 익숙해진 건가 봐요. 옛날처럼 무조건 열심히 매달릴 수 있는 무언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일상의 양념을 쳐주는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군요. 이번에 그동안 못 놀았던 걸 창고 대방출해야겠어요.
활동할 때 쉬는 날이 있으면, 그 하루를 몰아서 어떻게든 놀려고 모두 머리를 맞대 계획을 짰어요. 물론 멤버들끼리요. 밤에 모자 푹 눌러쓴 다음 영화도 보러 나가고 맛 집도 갔죠. 지금은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완전 집순이예요.





답답한 맘 미안한 맘 언젠가 전해줄 매일 쌓여가는 선물 전하고 싶은데 작은 목소리로 가까이 너만 들리게 말해줄게 _ Baby Baby
 

Q 사람인데, 가슴 속 응어리 하나씩은 품고 있게 마련이죠. 마음에 쌓아놓고 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나요?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줘봐요.
음… 머릿속에 사람들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요. 말 한마디 하기가 조심스러워요. ‘이런 말을 하면, 혹은 이런 행동을 하면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순간순간 올라오거든요. 그러면서 미리 걱정해요. 이게 쌓아지니까 힘들어요. 고치고 싶어요.

Q 대한민국의 절반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를 대입해서 생각해보니 조금 무서운데요. 특히 아이돌이란 패키지로 쌓여 있는 스무 살의 ‘나’라면 더욱 그렇고요. 그럴 때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있어요?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상담을 받으면서 해답을 찾으려는 편이에요. 멤버들 붙들고 얘기하기도 하고, 저를 트레이닝해주시던 선생님들과 소속사 사무실 언니들에게 의지하죠. 저를 애기 때부터 봐주신 분들이니까요. 주변에 좋은 말씀 해주시는 멘토가 많아서 다행이에요. 참, 효연 언니는 제 얘기 듣다가 새벽에 해 뜨는 모습 보고서 잔 적도 많아요.

Q 요즘 들어 스타이기 때문에 받는 오해도 많이 받았잖아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잘 견뎌낸 것 같아 보여 다행이에요.
이런 안 좋은 사건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다시금 그 일을 떠올리니까 사무실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진실을 말하면,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아, 그랬구나’라고 이해해 줄 수 있잖아요.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또 두렵기도 해요. 좀 전에 이야기했던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발동하나 봐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반대로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을 텐데 지레 겁먹는 거죠. 이런저런 고민들 때문에 지치나 봐요.





어디쯤이니 많이 기다렸어 노을이 예뻤던 그 골목길 _ Merry go round

Q ‘9회말 2아웃’부터 ‘천하일색 박정금’ ‘너는 내 운명’을 거쳐 ‘신데렐라 맨’까지 왔어요. 그 중에는 여주인공이 두 편이나 돼요. 데뷔 전부터 준비를 했으니까 당신에게는 많이 기다리고 준비한 셈이지만 회사로 치면 초고속 승진이에요. 두렵진 않았어요?

인터넷에서 ‘연습생 때부터 받은 연기 수업이 몇 년인데 연기를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이해해 달라는 건 어불성설이다’라고 하는 리플을 봤어요. 그런데 변명이 아니라 막상 실전에 들어가는 건 정말 달라요. 연기 수업을 받을 때도 완벽하지는 못했지만요. 선배님들 말씀이 연기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실력은 쌓이고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거다’라고 해주신 말씀을 깊이 새겨요. 이 나이에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달게 받을 수 있어요. 연기 실력은 차곡차곡 쌓아질 거라 믿어요. 어떤 땐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오그라들 때도 많거든요. 나도 오그라들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이해해야죠. 악플을 생각하면서 상처를 받기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다짐하는 쪽을 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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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차인선(화보) 박소현(인터뷰) | 사진 홍장현(장관 스튜디오) |


출처 : http://ceci.joins.com/article/article.asp?aid=2196&code=0201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