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들의 자급자족 버라이어티 KBS ‘청춘불패’가 한달여밖에 되지 않은데도 시청률이 두자리수에 올랐다. 요즘 아이돌, 걸그룹은 만능 해결사인 모양이다.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시청률을 10년만에 두자리수로 올린 데에도 아이돌, 걸그룹이 중심에 있었다.

이런 인기 걸그룹들에서 뽑은 일곱 멤버(G7)로 하여금 시골 체험에 나서게 하는 ‘청춘불패’는 유리한 면을 안고 출발했지만 이것만으로 빨리 자리잡을 수는 없다.

‘청춘불패’는 야생 체험 버라이어티들이 이미 몇차례 방송된 상태에서 시작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가 매주 다른 장소를 찾아가는 형태임에 반해 ‘청춘불패’는 강원도 홍천 유치리의 산골 농가라는 한 공간에 정착해있다. 따라서 이장 등 이웃 주민들과 빨리 친해지는 구조다.

‘청춘불패’는 도회적인 느낌의 대명사인 걸그룹 멤버들이 생전 맛볼 수 없는 농사와 시골 일 등을 통해 성장기를 그리는 1차적 의도외에도 지역주민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휴머니즘이 발견된다.
이는 아이돌 멤버들이 단순히 예능에 참가한다는 의미 이상을 담게 한다. 노래를 부를 때는 발견되지 않던 인간적 매력들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멤버들이 김장을 나눠주기 위해 방문한 한 할머니의 TV가 오래된 로터리형이라 이를 새 것으로 바꿔주고 건강검진도 받게 한다. 할머니는 홍시 3개를 이들 손에 쥐어준다.

‘청춘불패’의 훈훈한 분위기는 내부 멤버뿐만 아니라 외부인까지 캐릭터가 예상보다 빨리 잡혀가는 조짐을 만들고 있다. 내부 멤버중 가장 빨리 캐릭터가 잡힌 사람은 카라의 구하라다. 이미 ‘구샤인 볼트’ ‘팔씨름 장사’ 등으로 예능촉을 발휘한 바 있는 구하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걸그룹 예능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머리가 좋은 구하라는 적재적소에 망가져 자신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멤버들과의 관계를 활용하는 데도 능하다. 팀으로 나눠 미꾸라지를 잡으러 나가 남의 미꾸라지를 슬쩍 훔치는 역할도 자처한다.  

구하라는 김태우 앞에서 펼친 유치개그가 의외로 터졌다. “김태우가 김을 구으면 김 태우나”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이제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하라구의 유치개그’ 아이디어를 계속 올리고 있어 유치 개그 소재는 걱정없을 정도가 됐다.

소녀시대의 써니는 시골 상황에 가장 동화가 잘 되는 멤버다. 몸빼 입고 장화 신고 머리 뒤로 묶으면 현지인과 똑같다. 두려움 없이 닭도 잘 잡는다. 써니보다 ‘순규’라는 본명이 더 잘 어울린다. 써니에게는 ‘개그돌’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냐르샤가 ‘성인돌’이라면 써니는 ‘개그돌’이다. 김신영과 2인조로 코미디 상황을 자주 만들어 웃음을 준다. 편집송도 만들고 허경환의 코미디도 패러디한다.

소녀시대의 유리는 ‘패떴’에서 이효리에 해당한다. 얼굴을 믿고 나태하지 않다. 코미디에서는 한계를 보이기도 하지만 성격이 밝고 무엇보다 열심히 한다. 유리가 부녀회 회원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귀엽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도 어필하는 호감도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 며느리’급이다.

한달도 안돼 비연예인의 캐릭터가 잡힌 것은 놀라운 일이다. 멤버들을 매번 일 나가는 현장까지 경운기로 태워주는 로드매니저 역할을 맡아 ‘로드 리’로 불리는 이기욱 씨다. ‘로드 리’는 멤버들의 애장품 경매때 심사위원으로 나와 지나치게(?)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 금세 캐릭터가 잡혔다. 걸그룹이 입던 구멍난 바지를 걸레로밖에 쓸 수 없다며 0원 처리했고 음반을 내놓자 “줘도 안가져간다”고 말했다.

이제 ‘로드 리’는 ‘청춘불패’의 주요한 캐릭터가 됐다. 덩달아 ‘로드 리’의 사모님까지 출연해 메주를 치고 요가를 배웠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몸빼 입고 장화 신고 머리 뒤로 묶으면 현지인과 똑같다 흠..ㅋㅋ
달콤
살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