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마다 아이돌들의 `표준`은 있었다. 처음 서태지가 활동하던 즈음에는 작사 작곡 능력이 최우선이었고 HOT, 잭스키스, SES, 핑클의 등장과 함께 아이돌의 표준은 10대를 타깃으로 한 비주얼과 댄스실력이었다. 2010년 국내 가요계 아이돌의 표준은 소녀시대가 보여주고 있다.


◯ 콘셉트 공식 : 섹시하지 않아서 섹시하다

소녀시대는 유난히 섹시 콘셉트와 거리가 멀다. 여느 걸그룹들과 가장 큰 차별성은 섹시함을 어필하지 않는다는 점. 2007년 데뷔곡 `다시만난세계` 부터 최근 발표한 정규2집 타이틀곡 `Oh!` 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변화는 있었지만 단 한번도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기실 지금까지 소녀시대가 선보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스키니진, 아찔한 길이의 핫팬츠, 치어리더 콘셉트 등은 비교적 일반적으로 `섹시한` 아이템에 속한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흰색이나 밝은 파스텔톤 컬러를 선택함으로써 성적인 매력보다는 발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주력했다.

이같은 콘셉트의 분명한 제한은 소녀시대에게 `소녀다움`을 유지하게 하고 다소 보수적인 중년 이상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제공한다. 또 섹시 콘셉트로의 변신은 그 파괴력은 만큼 지속기간이 길지 못하다. 섹시한 콘셉트 이후에는 `좀 더 섹시하지` 않으면 관심을 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 가창력 공식 : 노래 못하면 망신이다

지상파 가요프로그램 대부분이 수년전부터 라이브를 요구하고 있다. 시청자들과 팬들 역시 라이브 실력에 대해 민감한 바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해야 하는 아이돌 가수들 입장에서는 가창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다.

특히 적게는 4명 많게는 9명 이상 되는 멤버들이 3~4분 내외의 노래를 나눠부르는 상황이라 작은 실수도 크게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소녀시대의 경우 가창부분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이는 10년 이상 아이돌 가수들을 전문적으로 배출해온 SM엔터테인먼트의 철저한 관리와 멤버 개개인의 피나는 훈련의 결과다.

가창력 대한 강조는 소녀시대의 개별 활동에서도 유난히 부각된다. 태연, 티파니, 서현, 제시카 등 소녀시대 외에 솔로 및 뮤지컬 등으로 활동을 펼친 대부분의 경우가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나 영역에 집중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 음악 공식 : 브랜드를 만들어라

가수는 기본적으로 음악으로 그 팀의 컬러를 드러낸다. 최근 가요계가 멜로디보다는 비트가 중시되고 오토튠이 난무하는 일렉트로닉 신스팝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소녀시대는 비교적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해오고 있다.

소녀시대는 매번 새로운 노래를 발표할 때 마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장르적 도전보다는 이미지 변신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트랜드에 맞는 일부 일렉트로닉 소스들의 사용은 소녀시대에게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부분 메이저 코드로 빠른 템포의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곡들로 꾸며지는 것.

소녀시대가 파격적인 시도나 새로운 도전보다 음악적 일관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음악적 일관성은 이 브랜드 형성에 절대적인 요소가 된다. 한번 만들어진 팀 컬러나 브랜드는 음반 및 음원판매 뿐 아니라 광고, 방송 등에서 고스란히 유지, 적용된다.



◯ 방송 공식 : 솔직한 게 전부는 아니다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아이돌 가수들이 필수코스가 됐다. 소녀시대 역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있는그대로` `리얼한`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기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일수록 표현수위에 대한 통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로그램 내에서 짜증, 경멸, 질투, 분노, 시기, 폭력과 같은 네거티브한 감정은 최대한 자제하거나 순화해 표현해야 하는 것. 실제로 짜증은 애교섞인 투정으로, 질투와 시기는 연약함으로 분노는 삐침 정도로 무지는 순수함으로 표현된다.

기본적인 전제하에 캐릭터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여운 외모지만 리더다운 진중함을 갖춘 태연,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의 제시카, 연약해 보이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윤아, 막내다운 순수함을 가진 서현 등 각자의 성격을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것.

소녀시대의 아이돌 표준 공식이 모든 가수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또 소녀시대 처럼만 한다면 소녀시대 아류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소녀시대가 표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의 치밀한 전략과 철저한 준비의 결과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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