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log.naver.com/2b14u/100132355683   >

 

 

비아시아권 국가로의 영역 확대와 아이돌 그룹의 일본시장 진출 - 최근 널리 보도되어 '모르기도 힘든'일이 되어버린 3차 한류는, 위의 두 가지 모습을 함께 지니고 있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들로서는 기대하지 못했을 성과를 3차 한류는 이루어내고 있으며,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흐름과 K-POP이 지닌 독특한 강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클리프 리차드 내한공연 등을 떠올리며 청산벽해라 뿌듯함 호소하는 언론보도는 그간 수없이 많았으니, 여기서는 3차 한류의 두 흐름 중 후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실 한번에 싹 정리해 올릴까도 했지만,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많더라.)

 

 

1. 소녀시대

 

 

며칠 전 일본 레코드협회 발표를 통해 소녀시대 일본 정규 1집 'Girls' Generation'이 더블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이는 해당 음반이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뜻으로, 한국 출신 가수로서는 보아와 동방신기에 이어 역대 3번째에 해당하는 성과다. 지난 6월초 발매된 이 음반은 6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상위권 TOP10을 지키고 있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그 최종 판매량이 80만에 달해 올 한해 일본 음반판매량 연간 랭킹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이 음반은 일본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사실 소녀시대의 성공 자체를 의심한 이는 드물었지만, 현재의 추세는 웬만한 낙관적 기대조차 뛰어넘어 사뭇 놀라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부터 일본활동을 병행해왔다고는 하나 발표한 싱글은 모두 기존의 한국곡을 번안한 것, 이렇다할 방송/예능 노출이나 지근거리 마케팅 없이 '담장 밖'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과시한 것이 전부에 가까웠던 소녀시대가 자신들의 첫 일본 현지 앨범으로 80만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리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일이다. 예전 음반시장 전성기라면 모를까 현재의 일본시장에서 100만장 밀리언셀러란 1년에 한둘 나올까 말까한 것, 일본의 국민 아이돌이라 할 수 있을 아라시나 AKB48 정도만이 100만장 선을 겨우 넘기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같지 않다 해도 일본 시장은 여전히 거대하다. 소녀시대의 일본 정규 앨범이 세계 음반판매량 3위까지 올랐던 것은 순전히 일본 내에서의 판매량에 의존한 것이었으니.)

 

위에서도 가볍게 언급한 바 있지만, 소녀시대의 일본시장 접근법은 그 성격에 있어 다른 걸그룹/가수의 경우와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외국 가수'로서의 접근이라 할 수 있을 소녀시대의 선택은, '외국 태생의 (현지) 가수'로 그 종착점을 잡은 이전의 보아나 현재의 카라 등과는 분명 그 성격이 다르다. 물론 이는 일본시장에 올인할 필요가 없었던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일본시장 내에서의 기대성과만을 놓고 보자면 손해를 감수한 모험적 선택임이 분명했다. 방송/예능 출연을 통해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이고 팬사인회/악수회를 통해 음반/굳즈 판매고를 높인다는 것은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일본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참으로 먹음직스러운 미끼였을테니.

 

여하튼, 결과적으로 소녀시대의 모험은 성공한 셈이다. '외국 가수'라는 자리를 고수하면서도 소녀시대는 일본 자국내 S급 스타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여신의 방일'이라는 활동코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가는 가운데 향후 시장 내 파괴력이 어디까지 성장할지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시장에 올인하지 않은 덕에, 소녀시대는 유럽과 남미를 비롯한 비아시아권 진출에 있어서도 그 추진력에 여유를 갖게 되었음은 물론, 한류의 체질 개선이라는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다시한번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실로 '대박'이라 할 수 있을 음반시장에서의 성과에 더해,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거둔 성과의 또다른 축은 바로 아레나 투어다. 이미 그 관객동원이 10만을 훌쩍 넘어선 이번 투어를 통해 소녀시대는 일본 현지 팬들에게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예쁘장한 외모의 소녀들이 발랄한 노래와 귀여운 안무를 선보이는 것 - 그것이 아이돌 걸그룹에 대한 일본의 기존 관념이었던 가운데, 실력파 이미지의 K-POP 걸그룹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인 스테이지 장악력을 지닌 소녀시대의 콘서트 현장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가창력과 군무는 물론 이전 국내와 해외 각지에서의 단독 콘서트를 통해 3시간여 공연을 알차게 채워낼 역량을 확보한 소녀시대는 기존 일본의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무대장악력을 과시했다.

 

공연수익 자체는 물론, 이번 투어의 성공은 소녀시대의 향후 전망을 더더욱 밝게 만들고 있다. 가깝게는 출시 1년이 넘은 프로모션 DVD가 TOP10에 재진입하는 등 음반시장에서의 성과에 보탬이 되고 있으며, 멀게는 이번 투어를 통해 줄이은 호평이 대중적 관심도와 팬덤의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기도 한 것. 이는 멀티미디어 친화성이라는 K-POP 걸그룹 특유의 경쟁력에 더해 또 하나의 강력하고도 고유한 무기가 되어 소녀시대의 향후 약진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