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과 '패떳'과 비교됐지만, 현재는 그런 말 사라져"


약 2년이 넘게 걸그룹들이 대세다. 가요계 뿐만 아니라 드라마-영화-뮤지컬-예능-광고까지 접수했다. 너무 많은 걸그룹에 어느 순간 팀 구분마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을 어필하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짜여진 안무 내에서 자신을 보여야하는 음악프로그램 무대나 드라마-뮤지컬 보다는 자유롭게 행동하며 말할 수 있는 예능에서 이들의 모습은 그 어느 장르보다 역량을 발휘했다. 물론 걸그룹 멤버들의 다양한 진출은 이들의 색깔을 흐리게 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걸그룹이라는 팀 차원에서보자면 단점일 수 있는 이런 진출은 멤버 개개인의 미래를 본다며 다소 시각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정점에 KBS2TV '청춘불패'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23일 첫 방송된 '청춘불패'는 소녀시대 유리와 써니, 카라 구하라, 브라운아이드걸스 나르샤, 포미닛 현아, 티아라 효민, 시크릿 한선화 등 걸그룹 멤버 7명(G7)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초반 걸그룹판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이라는 혹평을 받으면서도 이 프로그램이 눈에 띈 것은 그동안 걸그룹 멤버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게스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청춘불패'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모든 동선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사이에 치열함도 존재하고, 걸그룹이라는 동질감도 형성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위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현재 걸그룹 멤버들을 이끌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김호상PD(42)가 자리잡고 있다. 여의도 KBS본관 앞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PD는 제작 초반 부터 쉽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었다.

"참 우여곡절 많았던 프로그램이죠. 처음 시작할 때 저랑 신여진 메인작가랑 가을 개편 공모를 해보자 해서 '청춘불패' 제안을 했는데 이게 최우수작에 당선된거에요. 그래서 정규로 바로 들어가려했는데 막판에 윗분이 이것을 해야하나 말아야되나 고민을 하시는 거에요. 그 당시 윗분들은 걸그룹이 나오니까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괜히 시골사람들에게 민폐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죠. 또 주변에서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와 과연 차별화가 뭐가 있냐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죠. 그래서 우리는 그 해법을 '우리는 정착형 버라이어티다. 매주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장소에서 자급자족한다'라며 그쪽으로 특화를 시켰죠. 그리고 나서 시골로 갔는데 예상 외로 초반부터 이 프로그램에 대한 언론 반응이 너무나 폭발적이었어요. 첫 방송 전에 언론이나 블로거들이 어느 멤버가 어떻게 구성될 것이냐는 추측성 이야기가 오갔죠. 오죽하면 제 이름이 네이버에 검색순위에 올라서 프로필 요청도 없었는데, 자체적으로 프로필이 생겼어요.(웃음) 5개월정도가 흐른 지금은 어느 정도 저도 만족하고 있어요. 물론 어른들이 편하게 못보고 편성시간대가 금요일이라 여타 예능프로그램처럼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는 등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봄부터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면 반응이 오겠죠. 지난 10월 첫 방송때는 사실 농사일이 끝난 시점이라 타이밍이 안 좋았거든요"

"어느 순간 '패떴'보고 우리 닮으라는 글 올라와"

사람들은 김PD가 부럽다고들 말한다. 다양한 걸그룹 멤버 7명을 매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시작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섭외를 한 후 프로필 촬영을 위해 모은 7명의 걸그룹 멤버들의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나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처럼 기존에 몇년씩 활동하던 걸그룹들이 있는가하면 포미닛, 티아라처럼 겨우 만들어진 그룹도 있고, 시크릿은 섭외 당시에는 아예 데뷔조차 하지 못한 그룹이었다.

"처음 만날 때 생각하면 지금은 굉장히 많이 친해졌죠. 첫 타이틀 촬영하는 날 스튜디오를 갔는데 분위기가 굉장히 냉랭했어요. 7명이 서로 기싸움하려는 모습이 보였죠.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안 밀리려 하는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요. 그래서 제가 자리를 계속 바꿔주는 등 정리를 했어요. 그때는 서로 서먹서먹한 것도 있고 신인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친해져서 음악프로그램 대기실에 가보면 서로 찾아다녀요. 같은 팀 멤버보다 친한 사람도 있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평소에 문자도 서로 많이 주고받죠"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가장 먼저 뒷말이 나온 것은 멤버 구성이었다. 당시 2NE1나 애프터스쿨 멤버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데뷔도 안한 그룹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구성을 보니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해가 존재했다고 말하며, 여타 프로그램과의 차별화 역시 현재는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 당시 걸그룹을 뽑아놓고 2NE1이 제외된 것은 소속사 성향 때문이었어요. YG엔터테인먼트가 2NE1 멤버들은 예능에 아예 출연을 안시키기 때문에 접촉은 아예 안했죠. 애프터스쿨은 유이를 염두에 두고 접촉을 했는데, 유이가 드라마와 겹쳐서 스케줄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시크릿 한선화의 경우에는, 출연 멤버가 기존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가수들만 있어서 새로운 신인 발굴 차원에서 오디션을 본 케이스에요. 당시 앨범 발매 직전이었죠. 선화가 얼굴은 이쁜데 한달 정도는 통편녀로 나가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기 캐릭터가 나온 것이죠. 초반에 계속 말이 나왔던 '1박2일'이나 '패떴'을 따라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안나와요. 도리어 '패떴'은 어느 새 침체되고 어느 순간 게시판에는 '패떴'이 우리를 배우라는 글들이 올라오더라고요.(웃음) 우리는 오락적인 장치를 인위적으로 넣지 않아요. 그래서 애들이 잘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청춘불패'는 인기있는 걸그룹 멤버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장점과 함께 중심이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1박2일'의 강호동이나 '패떴'의 유재석과 같이 프로그램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걸그룹 멤버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기도 하지만, 자칫 쉽게 흐트러질 수 있기도 하다.

"사실 프로그램의 장점은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을 모았다는 점이죠. 그런 면에서 굉장히 주목을 끌어서 쉽게 시작한 면도 있어요. 그러나 단점은 '예능 선수'가 없다는 거에요. 제가 예능이나 리얼프로그램을 오래한 작가들이나 동료들에게 이런 기획을 제안했을 때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어요. 모두 강호동이나 유재석 스타일의 예능선수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죠.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애들이 빼는 것 없이 죽기살기로 열심히 하니까 방송관계자들이 어느 순간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또 라이벌 관계가 있다는 것도 이런 것을 보완하죠. 소녀시대가 다른 걸그룹 멤버에게 밀리는 것도 이상하지만, 다른 신인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치고 올라가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르샤가 완충 지대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죠"

'청춘불패'에는 걸그룹 멤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이외에도 노주현, 김태우, 김신영이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전에 남희석도 함께했지만 현재는 하차한 상태다. 물론 이런 도우미 역할을 하는 이들 역시 사실상 자신들이 이끌어가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초짜나 다름없다.

"나르샤 든든한 맏언니…현아와 말트는데만 두달 걸려"

"사실 현재 많이 부족하죠. 우리가 간판이라 내세운 메인MC인 희석씨가 3개월만 빠지고 나서, 그런 역할을 맡은 사람의 부재가 없지않아 있어요. 그러나 사실 유재석이나 강호동같은 분들이 들어오지 못할 바에야 리얼프로그램에서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전무한 상태잖아요. 지금은 그런 면을 못 끌어주는 것이 아쉽죠. 그러나 노주현 선생님은 촌장으로서 시골에서 빛이 나요. 시골 마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시니까요. 사실 시골에서 누가 걸그룹 애들을 알아보겠어요.(웃음) 노촌장이 동네와 G7을 연결해주고 융화하게 만들어요. 태우나 신영이야 지상파에서는 신입MC나 다름없잖아요. 태우는 섭외를 하는데 한달이상 답변이 없다가, 분장실 앞에서 만나 소녀시대 유리 나온다고 말하고 섭외를 했죠. (웃음) 가수로서는 성공했지만 예능도 겸해야하는 현실이잖아요. 지금은 미흡하지만 노력을 하죠. 사실 프로그램에서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은 태우죠. 사람들은 태우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말해요. (웃음)

멤버들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들에게는 친근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힙합 성인돌' 나르샤, '백지공지' 선화, '개그돌' 써니, '실신공주' 유리, '징징' 현아 등으로이들은 불리운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 구축에 작가나 PD가 개입하지는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만들었고 여기에 PD가 자막 등으로 다소 알기쉽게 만들어준 것 뿐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다른 멤버들에 묻혔던 소녀시대 써니가 적극적인 예능감이 있었던 것을 발견했고 대중적인 인지도나 호감도도 올라갔다. 시크릿 선화도 넑을 빼놓고 하는 것이 의도적인 것이 본능이 그렇다. 그렇다면 김PD가 보는 멤버들의 모습은 어떨까.

나르샤

"나르샤의 경우에는 7명 중에서 맏언니로서 굉장히 포용력이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싫은 소리나 이런 것을 내색을 잘 안하죠. 다른 애들도 잘 챙기고요. 또 '성인돌'이라는 자기 캐릭터가 확실하고 있어서 나중에 예능이나 시크콤 등에서 커갈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유리

유리는 처음 시작할 때 팀의 인지도를 높혔던 에이스·얼굴마담 역할이었어요. 우리 프로그램에서 간판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본인이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 것이냐 고민을 하길래 '너를 편하게 내려놔라 예뻐보이거나 잘하려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라'라고 이야기를 해줬죠. 이 친구는 근성과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요. 자기 욕심이 강하기 때문이 미션이 주어지면 절대 지지않으려고 하죠. 한번은 신종플루 때문에 쉬었는데 저와 작가, 태우에게 계속 문자를 보내는거에요. 수영이가 대신 나왔는데 절대 열심히 하지 말라고 전화를 하더군요. (웃음) 착하고 예의바르고 인사성이 제일 밝아요.

써니

써니는 굉장히 현명한 아이인 것 같아요. 한번은 희석씨와 태우 포함해 남자들끼리 녹화하고 쉬는 시간에 와이프 삼고 싶은 사람을 꼽았는데 모두 써니를 뽑았죠. 살림살이도 제일 잘하고 집안도 일으킬 것 같다고요.(웃음) 써니는 사업적인 수완도 있어보이고 유머감각도 있어요. 애도 나르샤와 둘이 예능감각이 뛰어난 멤버 중에 하나에요.

효민

효민이는 티아라 데뷔 한달 이후에 캐스팅해서 성격을 잘 몰랐는데 통편녀를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죠. 효민이는 과감하게 지르지를 못해서 적극적으로 나가라고 이야기하죠.

선화

선화는 첫 회때부터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캐릭터인데, 희석씨가 첫 녹화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선화는 일단 지르는 스타일이이라 행동부터 하고 생각을 나중에 하죠. 그래서 백지캐릭터가 등장했고 신인에서 빨리 탈출한 것 같아요. 현아는 낯가림이 심해요.

현아

현아와 얼굴을 트고 말을 하기 까지 두달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애가 잘 어울리지 못하더라고요. 겉돌고 말도 소극적으로 하고요. 그런데 두달이 지나고 친해지니까 언니들과 입을 열기 시작한 거에요. 현아가 징징대는 캐릭터인데, 본능 자체가 징징대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시골에서 자란 애라 서울에서 자란 애들과 달라요. 현아가 어릴 적 어른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은지 시골 생활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더라고요. 말도, 예를 들어 선화를 보고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이라고 어머니가 말했다'는 식으로 대해요. (웃음)

구하라

구라하도 어릴 적 할머니와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정이 많아요. 생각도 깊고 잘 울기도 하죠. 그래도 승부욕 자체가 유리와 붙으면 쌍벽을 이룰 정도로 장난이 아닌데, 조금 시골애 같다는 느낌이 나요"

어떻게보면 '청춘불패'는 G7 멤버들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멤버 개개인이 많은 것을 얻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만 자신있어 하는 걸그룹 멤버들에게 인생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항상 대중들 앞에서 이뻐보여야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어느 때 자신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애들이 녹화 중간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진짜 여기와서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요. 언젠가 유리가 언제 수정과를 담가보고 김치를 만들어보고, 소 여울도 주고 닭도 키우고 할 수 있겠어요. 이런 것에 대해 매주 인생 공부를 한다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너는 방송생활과 별도 인생을 배운다'고 말했죠. 연습생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으니,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만 했겠죠. 지금 하는 일들은 나중에게 애들이 감성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애들도 어느 순간 여기와서 방송을 한다기보다는 즐겁게 놀러온다는 생각을 해요. 대본도 없으니까요. 어디 행사 2~3개씩 하는 것보다는 자기들 엠티온 기분인 이곳이 낫죠"


김PD는 '청춘불패' 이전에 '체험 삶의 현장'을 비롯해 '비타민''경제 비타민' 등을 맡았다. 인포테인먼트만 6년 가까이 해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부도 해야하고 내용에 대한 검증도 해야하니 머리 아픈 일이 많았다. 경제비타민 때는 한계도 왔다. 그래서 조금 편하게 하고 싶었고, 지난 해 대세인 걸그룹을 떠올린 것이다. 아직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이슈를 생산해내는 '청춘불패'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김PD는 향후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사람들은 멤버의 변동에 대해 가장 궁금해했다.

"우리가 이번 봄 개편을 맞아서 변화가 있을 수 있어요. 남자 멤버가 태우 이외에 없기 때문에 남자 멤버를 영입했으면 해요. 또 지역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요. G7멤버들이 굉장히 바쁘기 때문에 똑같이 시작해 똑같이 끝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매주 촬영을 진행해야하니까요. 그 이외에는 멤버를 추가하거나 뺄 변동 계획은 없어요. 현재 팀웍이 너무 좋아서요. 누가 새로 들어올 일이 없는거죠"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청춘불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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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예능 PD편 ② '청춘불패' 김호상PD, 7인 멤버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