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걸그룹 소녀시대가 2집 리패키지 타이틀곡 ‘Run Devil Run’으로도 각종 온ㆍ오프라인 차트와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석권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노랫소리를 듣기 힘든 와중에도 소녀시대는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소녀시대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부터 ‘소녀시대’ ‘Kissing You’ ‘Baby Baby’ ‘Gee’ ‘소원을 말해봐’ ‘Oh!’ 그리고 ‘Run Devil Run’까지 발표한 8곡이 모두 히트했다.

 ‘Gee’와 ‘소원을 말해봐’가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에 비해 ‘Oh!’와 ‘Run Devil Run’으로 오면서 퀄리티가 떨어지고 가사도 유치해지고 있다는 게 평단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올킬’ 행진은 위력적이다.

 소녀시대는 걸그룹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희소가치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강해진 인기와 팬덤을 구가하고 있다. 네티즌은 심지어 소녀시대가 동요를 불러도 대박이 날 것이라고 한다. 음악적인 평가는 약화됐는데도 화제성과 인지도는 오히려 상승하는 ‘괴리’는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우선 소녀시대는 그룹으로는 많은 9명으로 구성됐지만 멤버 모두 개인적으로 ‘가십’을 지닌 채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핑클도 멤버 개개인의 이름으로 소비됐지만 지금은 걸그룹 환경 자체가 그때와는 크게 다르다. 걸그룹 멤버들의 숫자를 합하면 100명을 넘어선다. 멤버 이름은커녕 그룹명도 제대로 각인시키기 어렵다. 소녀시대는 멤버 개개인으로 소비되는 거의 유일한 걸그룹이다. 그래서 대중이 좋아하는 소녀시대 멤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점은 멤버들의 개별 또는 유닛(unit) 활동을 용이하게 해주며 팬층의 확장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

 걸그룹 팬층이 10대를 넘어 오빠와 삼촌팬으로 확장된 것도 소녀시대가 큰 몫을 했다. 한국의 중년들은 힘들다. 중년들은 밝고 활기차게 노래하는 소녀시대를 보는 순간 괴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중년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팀이 소녀시대 콘서트를 찾은 것은 그런 의미를 지닌다. 한국 남자들의 피로회복제 같은 성격을 갖는다.

 소녀시대가 요즘 부르고 있는 ‘Run Devil Run’은 케샤(Kesha) 곡의 가사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배신한 남자를 악마(Devil)로 규정하고, 7대양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대포(cannon)를 쏘겠다는 호전적인 원곡마저 부드럽고 예쁘게 바꿔 부른다. 티파니가 “나 없을 땐 넌 Super Playboy 고개 들어 대답해봐”라고 하고 써니가 “더는 못 봐 걷어차 줄래”라고 부르지만 공격성보다는 귀여움이 묻어난다.

 이는 남자팬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술인지도 모른다. 소녀시대는 이를 위해 이미지를 잘 확장시켜왔다. ‘Kissing You’의 풋풋함에서 ‘Gee’의 빠른 템포의 발랄함으로 가다 ‘Oh!’에서는 ‘오빠에게 앙증과 아양 떨기’라는 이미지를 후진시키는 여유를 보여줬다. 그리고 ‘Run Devil Run’에서 섹시한 블랙소시 의상으로 파격적인 매력을 선사했다.

 소녀시대는 ‘Kissing You’ 시절의 핑크와 파스텔톤에서 ‘Run Devil Run’의 검은색 의상까지 색깔을 활용하는 전략도 폭넓게 구사하고 있다. 흔히 검은색 의상은 걸그룹이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도하는 ‘섹시+성숙’ ‘완숙’ 이미지 전략이지만 소녀시대는 블랙과 화이트 컬러 의상을 교대로 선보여 세련됨이 부각됐다. 블랙소시는 옷을 입은 게 노출하는 것보다 더 섹시함을 잘 보여준다.

 소녀시대의 춤으로 표현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와 세련된 패션은 항상 화제와 함께 관심을 유발한다. 이 밖에 미성년자인 팀 막내 서현을 ‘우리 결혼했어요 2’에 투입해 유부녀 놀이를 하게 하는 것도 이미지를 확장시키는 소녀시대만의 발 빠른 전략이다.

 소녀시대가 10대 팬에서 다양한 기호의 연령으로 팬층을 넓힌 것은 이미지 전략만으로는 어렵다. 음악으로도 새롭게 확장 시도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즐겨 찾는 심야 라이브음악 프로그램인 MBC ‘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한 것이다. ‘음악여행’에 몇 차례 출연한 소녀시대는 시종 차분한 스타일로 노래해 아이돌로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쾌활ㆍ섹시 등을 콘셉트로 하는 걸그룹의 차분함은 기존 스타일과 벗어난 모습이어서 “아니, 소녀시대에게 이런 점이 있었어?”라고 주목하게 했다.


 소녀시대의 존재감이 유독 강한 건 발랄함과 귀여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과 미약하나마 음악적 시도로 그 효력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원문 링크: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00414000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