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칼럼]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자체최고시청률 12.9%(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로써 지상파 3사는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두기 위한 새로운 접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MBC와 KBS는 한 발 앞서 1차전을 치른 상태다. 새로 시작한 두 드라마만 놓고 보자면, 결과는 첫 회부터 MBC 드라마 '내 생애 봄날'(연출 이재동·극본 박지숙)의 승리였다. 드라마의 소재 자체는 별 다를 게 없다. 그저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남자와 그 아내의 심장을 이식한 여자가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보았을만한 것이다. 더욱이 괴이한 주인공을 이끌고 나온 KBS 2TV 드라마 '아이언맨'(연출 김용수·김종연, 극본 김규완)에 비한다면 지극히 평이하다.

 

낭만이 가득했던 그 옛날의 드라마를 보듯, 특별한 무리 없이 흘러가는 드라마의 도입부는, 시청률을 소폭 상승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거대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한 멤버가 연기를 한다는 것도 일정 영향을 미쳤겠지만. 무엇보다 드라마가 맛보고 있는 안정적인 초반 시청률은 '감우성'이 견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연애시대'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감우성'은 이혼한 아내(손예진)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 거의 10년 만에 만나는 '감우성'의 연기는 여전했다.

사실 그만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젊음의 치열한 열기는 지나간, 다시 순수한 설렘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상실감이 맴도는 그 나이 때의 사랑 연기를 '감우성'만큼 잘 그려내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생각보다 나쁘진 않지만 "나 연기하고 있어요"란 느낌을 차마 지워내지 못하는 수영의 빈 공간을 덮어줄만 한(아직까진), '내 생애 봄날'의 몇 없는 믿을 구석이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경쟁작인 '아이언맨'의 매력은, '내 생애 봄날'과는 완연히 상반된 부분에서 출발한다. 별 다를 게 있는 소재, 분노하면 온 몸 곳곳에서 칼이 솟아오르는 기이한 신체를 가진 남자를 주인공으로 두었으니까. 곧 드라마 속에서 풀어나가겠지만 남자가 가진 이 같은 신체의 장애는 개인적인 상처, 즉, 심적 장애와 연결되어 있어, 유난히 사랑 많고 정 많은 여자 주인공과의 관계를 통해서 치유된다는 내용이다.

충분히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이지만, 시청률엔 그다지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심지어 2회에서는 첫 회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예상과 좀 다른 결과였다. '내 생애 봄날'의 이야기는 자칫 상투적이라 느낄 수 있는 고루한 것이었고, 감우성을 제외한다면 출연배우들의 연기력도 '아이언맨'이 몇 뼘은 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이다(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동욱, 신세경에서부터 이미숙, 라미란 등의 조연들까지 '아이언맨' 속에서 어느 하나 눈에 거슬리는 연기자들이 없다. 비약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다소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전개도 늘어지지 않고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 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굳이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대중이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기발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자연히 시청률 확보가 어려워지니 이전보다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형국이다. 조금이라도 끌어올 수 있다면 자극적인 소재나 장면들도 개의치 않는다.

처음엔 효과가 있다. 재미있으니까, 흥미로우니까. 하지만 참 알 수 없는 게 한 길 사람 속이라고, 마냥 좋아할 줄만 알았던 시청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지나치면 끝일뿐인 일회성의 자극이 아닌, 한 시간만이라도 내 마음 편히 둘 수 있는 곳, 보통의 삶이 스며들어 있는 드라마를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다.

'내 생애 봄날'이 '아이언맨'과의 일차전에서 거둔 승리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어떤 것들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힘껏 반영된 결과다. 솔직히 작품의 완성도로 보자면, 말하기에 이르긴 하지만, '내 생애 봄날'이나 '아이언맨'이나 어금지금한 수준이다. 한 쪽이 약간 높을 뿐, 하향평준화된 시청률도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는가. 한 마디로 드라마 외적인 요소가 대중의 선택을 이끌어낸 경우다. 아울러 입증된 연기자 '감우성'의 몫도 빼놓을 수 없겠다.

또 하나의 드라마가 그 시작을 앞두고 있다. '내 생애 봄날'과 같은 선상에 놓일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후속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연출 박형기, 극본 노지설)다. 사랑이야기이고 아이돌 출신의 연기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참 닮은 이 드라마가, 수목드라마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비록, '내 생애 봄날'보다 더 믿을만한 구석은 없긴 하지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내 생애 봄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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