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쿤과 빅토리아 반응은 어떤가. 시청률은 올랐던데.


정윤정 : 시청률은 오르긴 했는데, 지난주는 비도 오고 월드컵도 있어서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같이 연출하는 강궁 PD가 40대 여성 시청자들이 되게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닉쿤은 말 그대로 좋은 성인 남자"


박미선의 마음이 아마 그 분들의 마음 같을 테니까.


정윤정 : 닉쿤이 너무 꽃미남이고 인기도 많은 사람이라 오히려 "너무 센 카드 아닌가"하는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좋아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내 유부녀 친구들도 되게 좋아하고.


그 센 카드인 닉쿤을 캐스팅한 이유는 뭔가.


정윤정 : 사실 <우결>에서 이렇게 인기 있는 사람을 캐스팅한 적이 없었다. 보통은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사람, 재발견 될 수 있는 사람이 출연했는데, 닉쿤은 그래도 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아이돌로서 잘 생기고 몸 좋고 이런 게 멋지다는 게 아니라, 사전 인터뷰를 해보니까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 있었다. 매너가 정말 좋고, 외국에서 혼자 생활을 많이 해서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한 내면을 가졌다. 말 그대로 좋은 성인 남자다. 이런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닉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회에 닉쿤을 혼자 버스에 태운 것도 그것 때문이었고.


버스에서 가짜 가상 아내인 김나영을 만나는데, 특별히 의도가 있었나.


정윤정 :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닉쿤으로 시간을 뽑아 먹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하지만 그게 아니라 우리가 닉쿤에 대해 궁금했었다. 예상 밖의 여자가 들어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버스에서 혼자 있어서 일반인들과 섞였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왜냐하면 닉쿤은 워낙 많이 노출된 스타고, 사람들이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닉쿤이 <우결>에 나오면 어떻게 할지 다 예상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혼자 버스를 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솔직했다. 그 부분을 촬영하면서 남아있던 걱정도 다 사라졌다.


닉쿤은 상대를 정하기도 곤란했겠다. 일단 비주얼로도 어울려야 하고, 외국인이라는 특수성도 있고.


정윤정 : 사실 그래서 빅토리아를 캐스팅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외국인 둘은 부담스럽긴 하니까. 그런데 빅토리아가 닉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부분이 많았다. 조권-가인 커플에선 조권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한 적이 없고, 정용화-서현 커플도 서현이 너무 어려서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그리고 조권이나 서현은 상당히 독특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고. 그런데 닉쿤이나 빅토리아는 비주얼은 비현실적인데 성격은 가장 일반적인 성인 남성과 여성 같다. 특히 빅토리아가 이 커플의 키가 될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정윤정 : 여성의 공감대를 너무 잘 짚는다. 처음에는 빅토리아가 외국인이라는 게 장벽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빅토리아가 무슨 반응을 해도 그게 여자라서 저런 건지, 중국인이라서 그런지 시청자가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한 번 찍어보니까 아, 여자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빅토리아가 "저 유치한 거 좋아해요"라고 하지 않나. 그 모습을 보면서 여자는 다 여자구나 싶었다. 황정음과 김용준부터 시즌 2를 시작하면서 결혼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있어야겠지만 "저런 남자 만나면 여자가 저렇지"하는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빅토리아가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인 것 같다.


"리얼한 상황보다 거기서 나오는 솔직한 감정이 중요하다"


"조권과 가인은 방송을 위해 뭔가 보여주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솔직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황정음과 김용준이 나오면서 <우결>의 성격도 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왜 실제 커플을 생각했나.


정윤정 : 나는 개인적으로 황정음과 김용준 커플이 내 실질적인 입봉작이다. 그 전에는 김현중-황보 커플부터 특정 커플만 연출하다 시즌 2부터 메인이 됐는데, 황정음과 김용준은 당시 CP이던 여운혁 선배님의 추천을 받아서 한 번 인터뷰를 했었다. 처음에는 실제 커플이라는 점에 대해 걱정도 많았는데, 한 번 인터뷰를 하면서 모든 걱정이 풀렸다. 두 사람의 첫 회 소제목이 "용준이가 변했어요"인데, 그게 황정음이 인터뷰할 때 실제로 말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었다. 예전에는 말 잘 듣고 잘하던 용준이가 사귄지 3년이 되니까 변했다는 거다. 인터뷰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계속 얘기하더라. 그 때 저렇게 예쁜 여자애도 다른 여자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 순간 그렇게 철저한 공감으로 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템도 실제 커플만 할 수 있는 걸로 골랐고. 정말 사람들이 연애하면서 하는 걸 똑같이 많이 담으려고 했다.


시즌 1은 로맨틱한 이벤트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시즌 2는 좀 더 일상적인 느낌이나 연애 심리가 많이 가미된 것 같다. 변화를 준 이유는.


정윤정 : 시즌 1과 2가 달라진 느낌은 맞는 것 같다. 시즌 1은 포맷 자체가 워낙 새로웠다. 연예인들이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워낙 세니까 거기에 호기심을 느껴서 보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후 <우결>이 많은 일들을 겪었고, 그러면서 가상 결혼의 포맷이 주는 신선함이 약해졌다. 반대로 사람들의 의심은 많아졌고. <우결>에 대해서 "얼마나 가식 안 떨고 잘하는지 보자" 같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았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숙제였다. 이제는 포맷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결혼해서 김치 담그고 마트를 가는 그런 미션보다 사람이 잘 보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조권과 가인이 들어온 게 운이 좋았다.


어떤 기준으로 캐스팅을 했나.


정윤정 : 출연자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무슨 척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키포인트다. 이젠 시청자들을 속이려고 해서 속여지지 않는다. 상황이 리얼이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감정이 솔직한 게 중요한 거라고 본다. 아무리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도 그 상황에 솔직하기만 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조권과 가인은 자기들이 방송을 위해 뭔가 보여주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솔직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람이 실제 커플은 아니지만 자기들이 선을 넘나들면서 <우결>의 범위를 훨씬 넓혀줬다.


그런데 그렇게 뽑은 출연자들이 모두 아이돌이다. 아이돌이 더 특별한 부분이 있나.


정윤정 : 사실 아이돌이라서 생각하고 뽑은 건 아니다. 우리는 원하는 조건을 갖췄다면 아이돌보다는 오히려 다른 쪽의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모두 아이돌이면 캐릭터는 다양하지만 나이가 비슷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고, 더 다양한 모습의 연인을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좀 어렵다.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요즘 느끼는 게 있다.


어떤 점이 그런가.


정윤정 : 아이돌은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서인지 사회적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솔직하다. 그게 스스로 솔직하자고 마음먹어서 솔직해지는 게 아니다. <우결>은 촬영 시간이 굉장히 긴데, 그런 상황에서 체력이 떨어지는 솔직하겠다는 마음이 벗겨진다. 그런데 그 벗겨진 모습이 정말 솔직하고 우리가 보기에도 만족스럽다. 그게 아이돌의 특징인 것 같다.


"현실에서 붕 뜨지 않게 가려고 노력한다"


솔직한 모습과 아이돌의 특징이 만나면서 <우결>의 성격이 굉장히 달라진 것 같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도 모호하고, 어떻게 보면 다 현실이나 가상 같기도 하다. 저런 커플이 현실 어디선가 그냥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정윤정 : 그런 생각은 한다. 사실 조권은 워낙 독특한 캐릭터라서 <우결>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조권 같은 사람은 주변에 없으니까. 숙소에서 '생활백서 100개' 같은 걸 보여주면 사람들은 조권이 일부러 예능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임슬옹이 조권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조권의 캐릭터를 보여줘서 그 시간이 반의 반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아이돌은 오랜 시간동안 연습생 생활을 함께 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인간관계를 갖는다. 형은 아니지만 형이고,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다. 사생활이 그들의 세계 안에서 정해져 있고. 24시간 내내 숙소 생활을 하니까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관계 자체가 리얼인 거다. 그들의 관계가 보여주는 모습이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지만, 그게 그들에게는 리얼한 생활인 거다. 그래서 출연자들의 마음도 현실과 가상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정용화와 서현이 상대방의 그룹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선가.


정윤정 : 관계를 통해 캐릭터가 드러나게 되니까. 그래서 사전 인터뷰를 할 때도 출연자의 그룹 전체를 만난다. "이창민이 생각하는 조권은?" 이런 식으로. 그리고 정용화와 서현은 조권, 가인과 또 다르다. 서현이가 너무 어려서 예비부부라고 따로 유예기간까지 둘 정도였다. 그래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미션을 많이 줬다.


그런 점에서 설정은 드라마지만 캐릭터는 다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이돌이 <우결>에 최적화된 사람들일 수도 있고.


정윤정 : 현실에 착 붙어있는 채로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 조권과 가인도 처음에는 서로 알아가기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둘의 역량이 워낙 뛰어나서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미션을 자주 준다. 홍콩에 간 것도 그런 거였고. 그래서 미션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


그래서 요즘 미션을 보면 커플들의 캐릭터에 따라 자연스럽게 데이트할 수 있는 동선을 짜주는 것 같다. 콘셉트는 결혼이라도 연인과 그의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데이트 코스 같다.


정윤정 : 현실에서 붕 뜨지 않게 가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솔직한 감정이 나올 수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애들이 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다.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힘들다.


요즘엔 카메라 워크도 달라진 것 같다. 전에는 카메라 무빙도 많았고, 약간 드라마 같은 느낌의 영상도 있었다.


정윤정 :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특히 컷을 끊어간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다. 그러면 출연자들이 진짜 감정을 가지기 어려울 테니까. 한 번에 가고, 끊고 가지 않고, 마음대로 하도록 놔둬야 한다.


이벤트나 로맨틱한 분위기보다 감정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면서 <우결>이 더 장기적으로 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조권과 가인은 굉장히 천천히 서로의 관계를 쌓아갔고, 닉쿤과 빅토리아도 첫 회에서 서로의 존재를 아는 정도에서만 끝난다.


정윤정 : 시청자들이나 출연자나 사람에 대해 적응하지 않으면 뭘 하든 진심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닉쿤과 빅토리아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하니까 천천히 간다. 예를 들어 조권과 가인의 경우 커플링을 서로 만들었는데, 조권이 피곤해서 짜증을 내면서도 계속 만드는 게 보여서 너무 재밌었다. 그만큼 진심으로 했던 거다. 그리고 닉쿤이 오면 입이 나오는 게 너무 보이니까. 그리고 가인도 너무 잘해줘서 서로 상승효과가 있고. 그리고 출연자가 상대방에게 뭔가 해주는 이벤트 같은 경우도 출연자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면 절대로 안한다. 아니면 시즌 1과 같을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아이돌은 갑자기 큰 스케줄이 생겨서 빠질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은 걱정 안 되나.


정윤정 : 그들에게는 <우결>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관계를 맺는 프로그램이라 갑자기 나가면 아픔이 매우 크겠지만, 그건 <우결>의 어쩔 수 없는 아픔 같다.


<우결>에서 아이돌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는 소속사에서 어떤 반응인가.


정윤정 : 많이 유연해진 것 같다. 시즌 1 시절에는 이미지 관리에 굉장히 신경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는다. 다들 <우결>이라는 프로그램에 적응한 것 같다.


<우결>의 커플들이 점점 장기화된다는 느낌이 든다. 황정음과 김용준이나 조권과 가인도 안정적인 연인들을 보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고 싶나.


정윤정 : 그건 되게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사실 시즌 2에 내가 연출을 시작한 것부터 계산하면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다. 다만 황정음이 마지막 회 에피소드에서 <우결>을 학교 같다고 말했다. 뭔가 졸업하는 기분이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우리도 그런 것 같았다. 학교에 들어오면 뭔가 배우고 변하듯이, <우결>을 통해 출연자들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조권은 <우결>을 통해서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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