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탁발의 티비 읽기

[미디어스] 청불을 떠났던 써니가 돌아왔다.그리고 그 존재만으로 청춘불패 분위기를 싹 바꿔놓았다.사실 써니가 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마치 유재석이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처럼 써니의 귀환은 청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써니가 유재석급이라는 것은 아니니 급흥분 자제요망) 그렇지만 써니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기보다는 다른 멤버들이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했다.

가장 먼저 덕을 본 것은 소속사 후배언니(나이는 빅송이 많지만 데뷔는 써니가 선배) 빅토리아였다.홋카이도 비에이 마을에 도착한 청불 멤버들은 트렉터를 타고 농장으로 이동했다.그때 써니는 빅토리아 옆에 앉아 있었다.트렉터가 끝도 없이 펼쳐진 꽃밭을 지날 때 빅토리아가 탄성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여기 사고 싶어”라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써니는 이것을 “싸고 싶어”로 슬쩍 바꿔서 빅토리아의 말을 번역해버렸다.

이에 빅토리아는 좀 더 정확하게 발음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써니는 장난기를 멈추지 않았다.이번에는 “쌀국수도 안돼”하면서 빅토리아의 어눌한 발음을 예능식 통역을 통해서 재미도 주고, 빅토리아의 존재를 살려주었다.적어도 이 순간만은 써병커플이 아니라 써빅커플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라고 써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써병커플의 위력을 보였다.

비에이 마을에서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같은 방을 배정받은 써니는 피곤했는지 다른 멤버들은 열심히 분량 뽑는 와중에도 느긋하게 잠을 청했다.하기야 지금의 써니는 굳이 분량 욕심낼 필요 없는 느긋한 객원의 입장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그렇게 써니는 작은 몸을 이불 안에 둘둘 말아 꿈나라로 진작 가버렸는데, 문제는 효민이었다.효민이는 써병 콘셉트를 살려 카메라 앞에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였다.

잠든 써니를 뒤에다 두고는 써니가 뒤에 있다고 감동하는 모습은 거의 압권이었다.써병이 아니라면 누구도 생각할 수도 없고, 웃음이 될 수 없는 써니와 효민만의 특별한 재미였다.써니와 한 방을 쓰게 된 효민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써니와 놀고 싶어 했지만 현역에서 물러난 써니는 그저 잠만 자고 싶어 했지만 써니의 존재를 백퍼센트 살린 효민의 재치가 빛났다.다음 주에도 써니와 효민은 자주 같이 다닐 것으로 보여 기대케 한다.

물론 써니 하나만의 공로라면 과장이다.처음으로 해외촬영을 떠난 청불 멤버들이 평소보다 들뜰 수밖에 없고, 외국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해방감(?)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거기에 그리웠던 원년 멤버 써니까지 찾아오니 ‘유붕우자원방래’의 즐거움에 흠뻑 젖을 수 있었을 것이다.자신이 즐거워야 남을 웃길 수 있다는 당연한 웃음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그러나 혹시 필자가 너무 써니의 귀환이 반가워 모든 것이 그렇게 보였는지 모를 일이다.그렇다 하더라도 몇 주 만에 불만 없이 시청할 수 있어서 비로소 청춘불패 같았다.그리고 빼먹어서는 절대 안 될 두 가지가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나왔다.하나는 비행기 타고 동해를 건너는 그림이고 또 하나는 입 벌리고 자는 구하라의 최강 귀여움이다.먼저 그림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면적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과장이지만 청춘불패 PD의 귀여운 도발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부터 진행된 일정에 잠이 부족했을 구하라가 입을 벌리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혀 내밀고 자는 유리 이후 청불이 만들어낸 걸작 무덤짤(무덤까지 가지고 갈 사진)이었다.청불의 대세답게 구하라는 자면서도 분량을 뽑아냈다.몇 군데 살짝 지나친 장면들도 없지 않았으나 써니의 귀환과 기존 멤버들의 활약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그런데 왜 유리는 오지 않았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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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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