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준 특파원 joyjune@chosun.com >

지난 11일 삼성전자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법인 출범 행사를 하면서 전시했던 TV와 각종 휴대전화와 컴퓨터, 세탁기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몰린 제품은 새로 출시된 LED TV였다.

첨단기술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이 TV에서 한국가수 소녀시대와 2NE1의 뮤직비디오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행사장에 초청된 '내로라'하는 칠레 현지 백화점 사장들과 유통업체 임원들도 세련된 한국 여가수들의 음악과 파워풀한 동작에 발길을 한참씩 멈추고 뮤직비디오를 봤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리플레이 백화점 LG전자 매장에서, 판매원인 미구엘 미투라나씨가 한국 가수‘소녀시대’의 뮤직 비디오를 틀고 있다. 그는 더듬거리는 말로“인, 기, 가, 요”라고 말했다./산티아고=조의준 특파원

 

이날 행사의 축하 공연도 '소녀시대'가 했다. 삼성전자는 산티아고 남쪽으로 500㎞나 떨어진 콘셉시온에서 결성된 소녀시대 팬클럽을 비행기로 모셔왔다.
이 팬클럽이 한국의 소녀시대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춤을 추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삼성전자의 홍현칠 칠레법인장은 "비행기로 학생들을 부르다 보니, 칠레 최고의 가수를 부르는 것만큼이나 비용이 들었지만 호응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리플레이백화점 내 LG매장의 점원 미구엘 마투라나(Maturana ·24)씨는 매장에서 일부러 스페인어가 아니라
한글로 '음량' '채널' 등이 적힌 리모컨을 들고 다닌다. 그는 "매장에 있는 제품들은 LG의 해외 공장에서 생산됐지만,
한글이 적힌 리모컨으로 조작해 한국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마투라나의 호객(呼客) 수단도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다.
그는 "소녀시대를 틀면, 옆의 소니 매장보다 손님이 몇 배는 더 온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펌프'란 한국 오락기에 빠지면서 한국을 처음 접했다.
그 이후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 프린스 1호점' 등 한국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는 한류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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