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에 대하여
SMP는 ‘SM Music Performance’의 줄임말. 단어 그대로 SM 소속 가수들이 부르는 자사의 퍼포먼스 음악이다. SMP는 분명한 그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범위가 자사 가수들로 지극히 한정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장르라기보다는 일종의 ‘경영 방침’일 수도 있다.

SMP의 음악적 특징은 간단히 말해 ‘록과 테크노가 합쳐진 화려한 댄스 음악’이다. 헤비 록의 거친 기타 굉음, 테크노의 자극적인 신시사이저 효과음이 크고 비장한 스케일의 합창에 실려 흐른다. 대표적인 곡이 동방신기의 ‘O-正.反.合’이다.

‘강렬함’을 그 선두에 내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록과 테크노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앞서는 경우도 있지만 양쪽 음악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자극적 힘’에 있어서는 늘 공통분모를 가진다. 아이돌 음악이라 하면 늘 ‘가벼운’ 것을 생각하지만, SM은 이렇듯 늘 ‘무거운’ 음악을 선보인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원더 걸스의 ‘Tell me’를 비교해보면 더 확연하다.

음악이 자꾸 무겁고 강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속에 계속해서 ‘메시지’를 심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SM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은 늘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아이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여성 그룹인 경우에는 그 농도를 다소 희석시켜 내놓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계속해서 무언가 ‘머리에 남는 것’을 주려고 한다. 학원폭력 문제를 다룬 에이치오티(H.O.T)의 ‘전사의 후예’, 반목만 있는 사회와 갈등의 문제를 다룬 동방신기의 ‘O-正.反.合’, 여성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한 보아의 ‘Girls on top’은 이런 면에서의 대표적인 예다.

무거운 메시지를 강렬하게 새겨 넣으려고 했으니 보컬도 ‘비장’하게 가는 수밖에 없다. SM 출신 가수들의 목소리가 흔히 감정 오버로 보일 정도로 비장미를 띠는 것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클라이맥스에 드라마틱한 고음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것의 반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룹 내에 이렇다 할 보컬리스트가 없으면 생략한다) 이들은 비록 10대들이 좋아할 음악을 만들면서도 이에 개의치 않고 늘 ‘세게’ 말을 건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SMP의 첫 맹아는 에이치오티의 음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때는 바야흐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 1996년. 당시 10대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주목한 SM은 일본식의 아이돌 그룹 마케팅을 고안해 한국에 선보인다. 이들이 들고 나온 음악은 놀랍게도 바로 힙합. 전혀 아이돌답지 않은 이 어둡고 음산한 랩 댄스곡을 통해서 SM은 ‘강렬한 음악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외치는 5명의 댄스 군단’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컨셉을 발전시키고 음악적으로 강화하는 도정에서 SMP가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한다면, SMP의 두 요소인 ‘헤비 록’과 ‘테크노 댄스’는 각각 ‘강렬한 메시지’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빠르고 센 비트와 드라마틱한 멜로디 전개가 만나면 전형적인 SM 식의 ‘놀면서’, ‘생각도 하는’ 댄스 음악이 완성된다. ‘열맞춰’와 ‘We are the future’가 하나의 곡으로 합쳐졌다고 생각해보자. 이게 바로 SMP의 전형 아닐까.

SM 소속의 가수가 모두 SMP를 구사하는 건 아니다. 동방신기의 2004년 싱글 ‘Hug’는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던 미드 템포 알앤비를 차용한 것이었고, 에스이에스(S.E.S) 같은 경우는 한 번도 SMP를 구사한 적이 없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도 애초에 ‘댄스’를 지향하지 않으므로 SMP와는 전혀 무관하다. 주로 비장한 각오와 강렬함을 보여줄 수 있는 댄스 음악으로 그 활용이 한정됨을 알 수 있다.

SMP도 시대에 따라서 변화를 겪어 왔다. 가수의 특질과 상황에 맞게 장르적 터치나 편곡의 성향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천상지희는 ‘The club’과 ‘Sweet flower’에서 어반한 흑인 음악 경향을 차용해 신세대의 스타일리시 경향과 발을 맞추고자 했다. 보아 역시 ‘Girls on top’에서 당시 세계를 휩쓸던 클럽 및 레이브 경향을 반영해 신시사이저 음이 강하게 부각되는 클럽 댄스 음악을 선보였다.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SM 가수인 소녀시대도 전형적인 SMP 음악을 구사한다. 드라마틱한 멜로디 전개와 강렬한 헤비 기타의 공존, 빠른 댄스 비트와 적절히 파고드는 전자음 장식들, 가벼운 메시지를 벗어난 제목, 클라이맥스에서 확실히 고음으로 치솟는 하이라이트까지. ‘다시 만난 세계’는 SMP의 가장 표준적인 구현이라 할 만하다.

SMP가 시사하는 것은 이 음악이 가장 상업적인 곳에서 나온 매우 기본에 충실하고 진지한 음악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기획과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틀 속에서 나왔지만, 막상 들어보면 멜로디는 늘 확실한 한 방을 들려주고, 혼을 쏙 빼놓는 화려하고 흡인력 강한 편곡이 있으며, 여타 댄스 음악들과 구별되는 진지한 가사들이 있다. ‘웰-메이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아이돌을 매우 혐오하는 ‘아티스트’ 지향의 음악인이라면, 과연 이 음악에 대해 어떤 반격을 가할 것인가. ‘진정성’의 테두리에 가두고자 하면 쉽다. 록의 역사 50년과 함께한 대중음악의 도정 속엔 이들을 단박에 무력화 시킬만한 여러 담론 틀이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음악적’으로는 어렵다. 분명 잘 만든 음악임은 부인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SMP는 평론가를 곤혹케 하는 장르 중 하나다.
2008/08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출처: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19568&bigcateidx=15&subcateidx=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