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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거짓말쟁이가 펼치는 한 판 쇼 <캐치미이프유캔>



천재 사기꾼의 기막힌 행적과 FBI 수사요원의 추적을 유쾌하게 그린 <캐치미이프유캔>이 뮤지컬로 올랐다. 1960년대 실제 일어난 사기극을 바탕으로 동명의 영화가 소개된 데 이어, 뮤지컬로는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최신작이다. 


‘잡을 테면 잡아봐’ 장난기 어린 조소가 풍기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 기발한 천재 사기꾼과 FBI 수사요원의 소위 ‘밀당’ 을 가볍게 풀어나가는 쇼 뮤지컬이다. 미국 전역이 경악할만한 사기행각을 유유히 펼치는 십대 사기꾼 프랭크가 무대를 동분서주 휘젓고, 그가 파일럿, 의사 등으로 ‘변신’할 때마다 13명의 앙상블들의 화려한 군무가 따라 붙는다. 


재지(Zazzy)한 노래를 바탕으로 16인조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다양한 음악도 즐거움을 준다. 무대에서 거의 퇴장 없다시피 등장하는 프랭크와 등장할 때마다 강한 인상을 주는 칼이 선보이는 춤과 노래는 화려한 앙상블 없이도 그 신명에 박수가 갈 정도. 덕분에 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올해 대극장 뮤지컬들 사이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쇼뮤지컬로 주목해도 좋을 만 하다. 



물론 화려한 쇼와 노래가 있는 반면 범죄자와 FBI 수사요원의 긴장감 도는 추격이나 이야기 진행의 촘촘함은 아쉽다. 공항 게이트에서 FBI에 포위된 프랭크가 “변론의 기회를 달라”며 회상으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는 반짝거리는 조명처럼 화려하게 빛났다 흩어져 버리곤 한다. 그가 기지를 발휘하며 아슬아슬하게 FBI 포위망을 벗어나는 장면도 기대할만 하지만, 호텔에서의 에피소드 이외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쫓고 쫓김의 묘미 대신, 외로운 영혼(?)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인간애에 더 초점을 맞춘다. 둘도 없이 화목했던 한 가정의 일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했지만 외로움을 터 놓을 곳 없는 어린 사기꾼과 가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일에 빠진 FBI 요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이해해 간다. 섹시한 앙상블 군무와 화려한 조명 속에서 풍기는 외로운 사람들 이야기는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다가와 오히려 반갑다.


프랭크로 분한 박광현은 탄탄한 연기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무대를 누빈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다 연기와 노래가 쉼 없이 나와 부담감이 있을만 하지만 첫 뮤지컬임에도 무리없이 소화한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써니의 예상 밖의 호연도 만날 수 있을 것. 순수하다 못해 백치미가 흐르는 금발 소녀 브랜다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내 박수를 받았다. 물론 이정열, 이건명, 서지영이라는 배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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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가장 고민 해야할 부분은 프랭크 캐스팅이 다섯 명(엄기준, 박광현, 김정훈, 규현, 키)이라는 점이다. 초연 공연에서 이토록 많은 캐스트가 등장하면 관객은 어떤 배우를 봐야 이 작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규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