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그룹에만 관심 쏠려



[세계닷컴] 2009년 가요계 제1의 키워드는 이견의 여지없이 '걸그룹' 열풍이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양분한 2008년과 달리, 2009년에는 기존의 걸그룹을 포함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걸그룹이 브라운관을 장식했다.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2NE1, 포미닛, 티아라, 카라, 에프엑스, 시크릿, 햄, 애프터스쿨, 제이큐티…한동안 방송사 가요순위프로그램 대기실은 걸그룹 멤버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예능계까지 모조리 휩쓸었다. '걸그룹 특집'이라는 타이틀로 예능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켰고, 결국은 '청춘불패'처럼 걸그룹 멤버들로만 구성된 리얼리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지기 이르렀다.



이에 가요계의 관심사는 단연 2010년까지 걸그룹 열품이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세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그 첫번째는 아직까지 걸그룹 열풍은 유효하다는 점이다. 소녀시대 등이 연말 가요시상식을 휩쓸다하다시피한 상황이며, 대중들의 소비행태가 그다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엠넷에서 발행한 '핑크페이퍼'에서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창력, 외모, 친근감, 트랜드, 음반, 예능프로그램, 공연, 음원, 방송, 광고 등의 각 분야별 순위에서 남성들은 가창력에서 '빅마마', 예능프로그램에서 'MC몽'을 뽑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소녀시대를 꼽았다.특히 가요계를 바라보는 남성팬들의 시선을 끌만한 특별한 대상이 없다는 점도 걸그룹 열풍의 유효성을 뒷받침한다.



두번째로는 걸그룹에 대한 동경이 사실상 선두그룹에 고착화된 상태에서 후발 주자들은 물론 향후 대기 중인 걸그룹은 사실상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요계가 바라보는 걸그룹 열풍의 막차는 티아라, 에프엑스 정도로 평가받는다. 이후 등장한 걸그룹의 경우에는 멤버 개개인이 잠깐 주목받는 정도에서 끝나거나 아예 방송 한두번 출연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대형기획사인 DSP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레인보우 마저도 등장 전에는 관심을 받았지만, 실체를 드러난 후 보여준 파급력은 사실상 미미했다.



이때문에 선두그룹인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2NE1, 포미닛, 티아라 등 선발주자들은 2010년에도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별다른 특징을 내보이지 못하는 후발주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중적인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아예 걸그룹 열풍의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2009년 걸그룹들이 비슷비슷해지는 상황이 벌어져 더이상 대중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받지 못하며, 동시에 2PM, 엠블랙, 비스트, 제국의 아이들은 물론 빅뱅 등도 다시금 활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성그룹의 부재가 걸그룹의 흥행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이그룹 등장으로 걸그룹의 위축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때문에 원더걸스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면 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것처럼 걸그룹들의 해외 진출이 걸그룹 열풍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활로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소녀시대가 내년 아시아투어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대중들이 걸그룹들에게서 뚜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 비슷비슷해지는 상황에서 선발 걸그룹들도 '열풍'의 주인공에서 그냥 걸그룹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사회가 좀더 엄숙해지고 무거워지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열풍까지는 아니더라도 걸그룹들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진=세계닷컴 DB, JYP엔터테인먼트, 코어콘텐츠미디어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www.neocro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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