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마치 올해 5월부터 시작된 가요계 행사 부진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연이어 개최되는 연말 콘서트에 가요팬들은 풍성한 상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올해 첫 단독콘서트는 물론 각각 명품 브랜드를 내세우는 콘서트까지 다양하니 말이다. 그러나 각각 콘서트들의 특징을 보면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퍼포먼스나 뛰어난 가창력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가수가 있는가하면, 관객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가수가 있다. 또 아예 자신이 관객들과 한 몸이 되어 함께 즐기는 가수도 있다.


- 무대 위 나를 봐줘요



솔로 가수보다는 그룹이거나 퍼포먼스 위주의 콘서트를 여는 가수들이 대개 이 유형에 속한다. 지난 12월19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의 첫 단독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무대에 오른 후 자신들의 히트곡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멤버 개개인의 개인기를 살린 무대로 관객들을 열광케했다. 간혹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몸짓이 있기도 했지만, 첫 단독콘서트라서 그런지 짜여진 틀 안에서 관객들에게 최대한 많이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데 주력을 다했다.



가수로서 모습을 보인 박진영이 23일부터 26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보여준 '나쁜파티' 콘서트도 철저하게 보여주기를 지향했다. 과감한 퍼포먼스로 성인들만 출입시킨 이 공연에서 박진영은 자신의 히트곡을 불렀지만, 관객들은 청각보다는 시각적인 만족에 더 환호했다. 특히 일반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보여준 배드신과 키스신 등은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3만명을 모은 '더 보컬리스트' 공연도 이에 속했다. 바비킴-김범수-휘성 세 가수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자신들의 히트곡과 애뜻한 모습을 파트를 나눠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중간에 바비킴이 속한 부가킹즈 멤버들이 나와 분위기를 달궈놓기는 했지만, 콘서트 제목처럼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무기로 해 관객들에게 진정한 '노래'를 들려줬다.



지난 해 데뷔 후 첫 단독콘서트를 개최한 이효리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30여곡을 쉴새 없이 부른 이효리는 당시 가창력보다는 퍼포먼스 위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 같이 뛰고 같이 부르자



주로 히트곡이 즐비한 댄스가수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노래를 따라부르며 쉴 새없이 뛰는 사이 어느 새 콘서트 마지막 곡을 듣는 유형이다. 그 대표적인 콘서트가 싸이. 특히 올해 김장훈과 같이 전국 투어 중인 합동 콘서트 '완타치'는 관객들에게 쉴틈을 주지 않았다. 싸이는 관객들을 앉을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히트곡들이 많아 싸이가 노래를 부르면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관객들도 같이 뛰고 같이 부른다. "1층과 2층 관객들이 앉아서 나도 앉아서 노래하겠다"라는 말 한마디로 수 천명 관객들을 쉴 새없이 움직이게 하는 셈이다.



DJ DOC도 관객들과 함께 즐기면서 공연을 이끌어 나간다. '슈퍼맨의 비애''런투유''DOC와 춤을''여름 이야기''머피의 법칙' 등 1994년 데뷔이후 들려준 신나는 댄스 히트곡은 관객들로 하여금 노래는 물론 춤까지 쉽게 따라하게 만든다. 춤과 노래가 연이어 히트친 가수의 행복한 콘서트인 셈이다. 이들은 30일과 31일 올림픽홀에서 또한번 관객들과 같이 놀 준비를 하고 있다.



예능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MC몽의 콘서트도 만만치 않다. 현재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전국 투어 중인 MC몽은 방송에서 익힌 예능감과 그동안 꾸준히 개최한 콘서트 경력으로 어느 새 관객들과 같이 노는 수준으로 진행한다. 이같은 MC몽의 저력은 지방 투어에서 매번 매진의 결과로 나타난다.




- 여러분의 콘서트, 재미있게 즐기세요



히트곡들이 국민 대부분이 알 정도의 관록을 보이는 가수들은 관객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전국투어 중인 조용필이 대표적.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서울콘서트에서 조용필은 9000명 관객들에게 거대한 노래방을 제공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은 아예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내줬고, 9000여 합창단은 스크린을 보지 않고도 능숙하게 노래를 따라불렀다. "제 콘서트가 끝나면 노래방에 가시는 분들이 많다. 여기서 미리 목을 풀고 가길 바란다"라는 멘트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애인있어요'라는 2009년 베스트곡을 부른 이은미 역시 마찬가지다. '맨발의 디바'라는 별칭이 있는 이은미는 매 콘서트마다 관객들을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다. 7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하는 동안 늘은 입담과 거침없음은 관객들의 주목을 끌게 했고, 이에 뛰어난 가창력으로 들려주는 히트곡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따라부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명품콘서트의 대표적 브랜드 '동창회'에서 '붉은노을'로 컨셉을 바꾼 이문세은 여전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며 관객들을 놀게 만들고 있다. 이미 전국 10개 도시 투어를 마치고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1만여 관객을 끌어들인 이문세는 10개 도시에서만 480곡을 불렀다. 평균을 나눠도 한 도시에서 48곡을 부른 셈이다. '소녀''광화문 연가''조조할인''깊은 밤을 날아서''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 데뷔 30년 경력에서 응축된 '이문세 파워'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