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는 정녕 김연아가 될 수 없는가 [최두선의 나비효과]
마이데일리|   입력 2012.02.24 08:46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그런 생각이 든적 있다. 춤을 추는 발레리나, 노래를 하는 오페라가수, 나도 그들처럼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근데 왜 내가 하는 일을 사람들은 아이돌이라고 부를까. 흔히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사람들은 예술이라고 말한다. 김연아 선수도 종목에서 그것을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같은 측면에서 나도 가수란 종목에서 그 음악과 에너지를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왜 나에겐 예술가란 칭호가 따르지 않는 것일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인가?" -소녀시대 수영의 '나는 예술가다' 중에서-

 

 

그야말로 K팝세상이다. 모든 문화 콘텐츠가 K팝을 중심으로 기획되고 있고 가요계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 모든 측면에서 K팝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다. 외교적으로도 K팝이 추진제가 돼 경제, 산업 분야의 여러 협약이 체결되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초록색 눈에 비친 우리 가수들도 멋있어 보이나보다. 과거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에 열광하고 성룡, 이연걸의 현란한 액션에 밤잠 설치던 모습을 회상해 보면 지금 한국 아티스트에 쏠린 관심이 행복하다. 무엇보다 진정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막중한 책임감까지 든다.

지난해 11월 21일 방송된 KBS 2TV '스타 인생극장' 소녀시대 편에서 나온 수영의 문제제기를 봤을 때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유럽, 남미 등 우리 문화가 생소한 지역에서 콘서트를 열고 그들에게 감동을 전한 가수들, 국위선양에 성공한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인식은 '딴따라' 그 이상이 아니다.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보면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문화적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연아, 박지성 선수에게 사회적 공헌도가 인정되고 존경의 시선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을 봤을 때 의아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 이면에는 아이돌과 연예인 특히 '딴따라'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숨어있다. '딴따라'는 연예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예전에는 노래부르며 춤추는 사람들을 '딴따라'라 부르며 천시하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팬덤문화를 일궈내며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도한 아이돌 그룹들에게도 역시 차가운 시선이 공존했다. '얼굴만 잘생긴 사람들',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지'라는 꼬리표가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물론 전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연 얼굴만 잘생기면 어느정도의 연습만으로 무대 위에 설 수 있을까.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노력한다. 무대 위에 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우리의 아이돌 가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수년 길게는 수십년을 연습한다. 연습시간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할 정도다. 말 그대로 하루종일 연습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요즘은 춤 잘추고 노래잘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닌만큼 인성교육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자기관리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정상에 자리에 오른 수많은 가수들이 그렇게 살아왔고 이름을 알리지 못한 연습생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박진영은 SBS '일요일이 좋다'의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우승후보 이미쉘에게 이런 충고를 남겼다. "노래만 잘해서는 잘 될 수가 없다. 자기관리가 되는 사람이 잘 되는 것이다."

또 그는 아침 6시까지 연습하고 왔지만 가사를 숙지하지 못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한 박정은에게 "가수들은 연말 시상식에서 한번도 하지 않았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들은 매일 밤을 새우면서 그 모든 동선, 가사를 하루만에 외워 무대에 오른다. 박정은양은 연말 시상식에 설 수 없다. 자기관리, 노력, 성실함, 끈기가 합쳐져서 가수가 된다. 정신적으로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금 무대 위에서 팬들을 열광시키는 아이돌들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대변한 충고라고 생각된다.

스포츠 스타만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만이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 가수들도 모든 것을 버리고 무대를 준비한다. 그들은 무대 밖에서도 많은 것을 포기한다.

아이돌가수와 예술가 사이의 경계선은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이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궁금하다. 저급하고 눈요기에 불과한 퍼포먼스와 가슴에 감동을 주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퍼포먼스의 차이는 무엇이고 누가 규정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 예전부터 박혀있는 이 편견들이 계속된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과시하고 있는 문화파급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문화 전도사를 우리가 무시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소녀시대(위쪽)-소녀시대 멤버 수영과 그녀의 리포트. 사진 = 마이데일리 DB, KBS 2TV 방송캡처]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press@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