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donga.com/3/all/20110725/39072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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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고민을 멈추고 '소녀시대' 티켓을 끊었을까?
● 3시간의 환상 공장…세상의 중심에서 소녀시대를 외치다
● 아시아 메트로폴리탄의 기준은 '소녀시대 공연이 가능한 곳'

<소녀시대>는 이제 유명 아이돌 그룹을 넘어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소녀시대> 콘서트에서는 단순히 열정뿐만 아니라 시대의 비전까지도 엿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 5월에 열린 SM파리 콘서트. 연합뉴스


그러니까 '소녀시대' 공연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이라도 생긴 시점은 지난해 10월 타이페이 콘서트 실황이 유튜브를 통해 조금씩 흘러나왔던 때다. '미소녀 아이돌 콘서트'라는 것이 뭐 별 것 있겠냐는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던 기자는 현장에서 촬영된 조악한 화질의 동영상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버렸다.

이제껏 TV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막강한 무대장악 능력은 물론이고 콘서트 장을 가득채운 만 수 천명의 해외 관객이 그들의 몸 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함께 호흡하는 모습 자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게다가 35곡 가까이 라이브로 처리했다는 내용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자는 "드디어 3시간짜리 라이브 콘서트가 가능한 획기적 걸그룹이 탄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지만 그 지속성과 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새해가 밝고 소녀시대는 일본으로 진출하고 유럽으로 확장했다. 마치 몽골 기병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하듯 성큼성큼 주요 거점 지역을 공략하더니 파리 공연을 정점으로 아시아 최고 뮤지션으로 우뚝 서 버린 것이다. 그리고 올 여름 일본 6개주요도시 콘서트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아시아권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여신'이자 '괴물'급 이미지로 성장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한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평가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완벽한 소녀시대 콘서트는 일본인에게 마치 흑선(黑船)을 보는 것 같은 충격을 안겼다"
일본어로 '구로후네'라고 불리는 흑선이란 1853년 일본의 개항을 이끌어낸 미해군 페리 제독의 함선을 지칭한다. 시게키켄이치로라는 유명 뇌과학자가 소녀시대를 보고 평했다는 '흑선내항'에서 비롯된 이 '소녀시대=구로후네'론은 올 여름 일본 대중문화계의 화두가 될 정도로 자주 회자됐다.

■ "소녀시대는 일본 개항시킨 '흑선' 같은 존재…"

7월24일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 서울 콘서트. 2년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다. 콘서트에서는 TV에서 볼 수 없는 소녀시대만의 진짜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세상에 이렇게 기막한 일이 있을까? 한국에서는 괄시당했던 걸그룹이 '일본 강제개항'에 버금가는 충격을 안긴 존재로까지 격상됐다니…. 올 여름 서울 콘서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계기가 된 것이다.

기왕 콘서트를 보기로 한 것. 철저하게 '기자'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경험하기로 했다. 그 첫 관문은 지난 6월7일~8일 사이에 진행된 콘서트 예매과정이었다. 예매에서 실패하면 암표라도 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 예매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케이팝 스타들의 콘서트 티켓 예매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우선 지난 2년동안 소녀시대를 보고싶어도 보지 못했던 수십만명의 '소원(소녀시대 팬클럽)' 내부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실제 소녀시대 거의 모든 공연은 예매 5분 내에 매진되기 일쑤다. 물론 목표는 티켓이 있지 않다. 보다 가까이에서 소녀들을 만나기 위한 2차 전쟁도 존재한다.

6월8일, 기자는 저녁 8시가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미리 목표하는 일자(7월24일)와 좌석(스탠딩 A 혹은 B구역)을 점찍고 미리 결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차분하게 예매사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정각 8시가 되는 순간 고민하지 않고 예매사이트를 미친듯이 클릭했다.

종이 올리는 순간 전광석화같이 좌석이 사라져갔다. 이런 예매 전쟁에서는 한 번의 클릭 실수는 예매 실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워낙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경쟁이라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실수 안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기자는 천신만고 끝에 B구역 700번대 좌석을 한 장 예약할 수 있었다.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마땅히 감사해야 할 일이다.

■ 소시팬들, 전 세계인들의 인종 전시장…

한 방송사와 인터뷰 중인 미국에서 찾아온 '소시파이드' 팬. <소녀시대>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 체조경기장은 한국 아이돌 산업을 일군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경기장이지만 국내에 1만 이상 수용이 가능한 실내조형물은 이곳이 언제나 1순위다. 얼마전 4만 명을 수용했다는 일본 도쿄돔 같은 무대는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서글픈 얘기지만 이제 국내에서는 서울만이 유일하게 '소녀시대 단독 콘서트'가 가능한 도시임을 인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일본의 6개 도시와 방콕 타이페이 상하이 정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가 된 셈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아시아 대도시 '소원'들의 SM콘서트 유치 전쟁도 불이 붙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게 "소녀시대를 오게 해달라"는 동영상 시위를 벌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7월24일 일요일 오후 4시에 개최되는 막콘(마지막날 콘서트)는 일찍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몰렸다. 이들은 팬클럽 티셔츠와 소녀시대 코스프레를 하고 공연 전의 흥분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촬영하는 국내외 방송사들도 상당수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청소녀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가족팬이었다. 이들을 위해서 SM은 가족석을 마련할 정도로 소녀시대는 세대를 초월한 티켓파워를 갖고 있었다. 호기심반 취재반의 심정으로 콘서트장을 두리번 거리던 기자는 콘서트 시간 5분을 남기고 입장하는 순간 안면이 있는 한 S그룹 사십대 임원을 마주쳤다.

"앗, 어떻게 여기에…" 서로가 깜짝 놀라 반가워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뭘요…이런 데서 만나니까 100배 더 반갑네요. 재미있게 감상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공연시간에 맞춰서 달려갔다. 그러고 보면 소녀시대 앞에서 우리 모두는 인종과 세대를 뛰어넘어 '하나의 팬'인 셈이다.

■ 35곡에 가까운 노래를 라이브로 처리하는 실력…


첨단 IT기기인 아이패드를 통해 '유리'를 응원중인 아시아 팬들.

스탠딩으로 3시간이 넘는 콘서트를 관람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대기시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5시간 넘게 서 있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철저하게 몸을 가볍게 하고 운동화를 신는 편이 좋다. 게다가 화장실이라도 한번 다녀오면 좋은 자리를 빼앗기는 위험도 있다.

그러나 열혈 팬들은 스탠딩 A-B-C구역을 포기하지 않는다. 꿈꿔온 스타들과 '아이컨택(눈맞춤)'을 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A-B구역은 상대적으로 앞쪽이지만 측면을 볼 때가 많고 C구역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무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연시작 시간 5분전에 입장한 B구역 통로에는 "무단촬영 발견시 즉시 퇴장조치!"라는 조금은 살벌한 문구가 적혀있다. 카메라나 휴대폰을 검사하지 않는 대신 공연 스태프들의 감시하에 컨텐츠 보호를 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외국인이 1/3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당국가 언어의 경고문구가 없다는 것은 효과의 실효성을 의심케 했다.

예전에는 거대해 보였던 올림픽 체조경기장이 이제는 조금 작게 느껴진다. 1만여명의 국내 팬들이 2년만에 펼쳐지는 소녀시대의 복귀 무대를 '보랏빛' 형광등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 역시 침을 삼키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B구역은 외국인이 태반이었다.

'소시파이드(Soshi-fied)라는 로고가 박힌 일군의 백인들이 눈에 띈다. 언론에 소개된 미국에서 건너온 가장 늦깍이 소시 팬들이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아시아 출신 아이돌에 환호한다는 것은 중대한 변화다. 이 밖에도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이에서 두둥을 둘러쓴 인도네시아 소녀, 그리고 '대만소시'라는 한글 간판을 내건 대만 소녀들도 눈에 띄었다. 홍콩 팬들은 아이패드2에 움직이는 소녀시대 응원구호를 가져와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밖에도 다종다양한 연령대의 인종들이 각자 자신들의 응원도구를 움켜쥔채 소녀시대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 시작전에 흘러나오는 소녀시대를 모델로 사용한 한 제약회사의 광고가 '지나친 상업화'에 노출됐다는 비판적인 생각이 일기도 했으나 그것 마저도 팬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이벤트로 승화하고 있었다.

4시13분. 조명불이 꺼져갔다. 팬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드디어 뮤직비디오로 소녀시대 공연을 알린다. 그리고 4시15분 무대 정중앙의 천막이 올라가더니 거대한 큐브 모양(혹은 연꽃)의 철제 무대장치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소녀시대 멤버 9명이 모습을 내비쳤다. 쇼가 시작된 것이다.

첫 모습은 일본 방송을 통해 봤던 바로 그 무대다. 허리가 드러나는 제복 스타일의 흰색 옷. 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어깨의 견장과 롱부츠…. 그러나 이들의 언어는 이제 한국어였다.

이들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객석은 환호성의 물결을 이뤘고 소녀시대 9명의 멤버들은 때론 철제 와이어를 타고 공중부양을 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무대 중앙에서 뒷좌석까지 뒤어다니면서 무대 전체를 활용했다. 철저하게 계산했는 지 소녀들의 무대 활용은 중복되지 않았다.

멤버들을 무대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특히 스탠딩 B구역은 전면이 소녀시대 멤버들이 움직이는 통로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순식간에 위치를 변경해 가며 소녀시대를 '영접'할 수 있었다.

과거 아이돌의 공연을 찾아가기 겁났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의 노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웬걸, 지난 4년간 소녀시대의 노래에 필자가 얼마나 학습됐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 3시간의 환상 여행…아이돌이 아니라 괴물

3시간에 달하는 <소녀시대> 무대를 경험하고 나면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아이돌은 사라지고 아티스트로서의 <소녀시대>를 받아들이게 된다.


'택시'나 '배드걸' 같은 일본용 신곡이 많았음에도 소녀시대 노래의 절반가까이는 부지불식간에 노래 가사를 거의 암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팬들의 구호대로 '현재 우리 가요계는 소녀시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순식간에 히트곡 열전이 끝나고 멤버 개개인의 단독노래가 이어졌다. 애당초 3시간 단독콘서트란 서구 탑밴드들의 전유물이었다. 수십곡에 달하는 히트곡은 물론이고 그 무대를 열정적으로 채울만한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신생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단독콘서트의 꿈을 어린소녀 9명의 무대로 적절한 순환 배치로 극복한 것이다. 전략과 기획의 승리라고 칭송해도 될만한 성과다. 춤꾼 효연은 자신의 장기인 댄스 솔로로 장식했고 제시카는 피아노가 곁들어진 솔로곡으로, 귀염둥이 써니는 의외로 섹시한 춤으로, 서현은 탭댄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락 밴드가 아닌 여성들의 무대이기 때문에 의상 교체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서 효과적으로 준비된 영상을 배치하는 노련미도 발휘했다. 단순한 무대영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무대설치와 조화를 이룬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2년 전과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라면 '소녀'보다는 '여인'의 모습을 살포시 내비친 점이다. 특히 이런 모습은 집단 군무보다는 개인 무대에서 자주 비쳤는데, 티파니와 태연의 듀엣에서 티파니의 의상은 보는 이를 미묘하게 만들었고, 윤아의 솔로 댄스무대의 변신 의상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20대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무대 기획자의 입장에서도 아이돌의 '섹시함'을 드러내는 것이 어찌보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지켜보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절묘한 경계를 지키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필자가 가장 인상을 받은 대목은 3시간 내내 뛰어다니고도 라이브 무대를 계속했다는 점과 팬들의 환호성과 열정적인 함성이 지속하는 동안에도 9명의 멤버들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대매너를 지켜냈다는 점이다.

특히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선 팬들 하나하나에게 아이컨택을 해주는 모습은 "이들이 과연 20대 초반"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데뷔 4년차 아시아 무대를 수없이 누비는 최고의 베테랑들이 아니던가?

무대가 진행된 중간쯤 팬들은 형광등으로 '소/녀/시/대'라는 문자를 만들어 내는 이벤트로 소녀시대를 감동시켰다. 써니는 이에 대해 감동하며 눈물을 지으며 분위기는 고조됐다. 태연이 인트로를 처리하는 '런 데빌 런'에서 관객 반응은 절정에 이르렀고 전 국민의 여름 애창송이 된 '냉면'에 이르러서는 1만여 관객이 하나가 됐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라고 해도 후렴구 하나만큼은 정확하게 따라하고 있었다.

2시간30여분, 30여곡의 노래과 춤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를 끝으로 정규 공연이 마무리 됐다. 중간중간 소녀들은 이 자리를 빛낸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공연은 소녀들의 가족은 물론 이수만 대표가 찾아주셨다는 사실을 전했다.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케이팝 세계화'의 1등공신을 떠올릴 때 SM의 이수만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1989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모두가 가요시장이라고 하면 좁디 좁은 국내 시장만을 떠올릴 때 과감하게 HOT를 선두로 해외로 치고나가 오늘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 완벽한 무대, 무결점의 소녀들 그리고 헌신적인 팬들

이제 소녀시대는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 여인의 모습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다. 2011년은 성숙한 소녀시대의 첫 모습을 여는 셈이다.  


무대 조명은 꺼졌지만 팬들은 '앵콜 공연'을 요구했고 9명의 요정들은 기꺼이 앵콜 무대로 팬들을 쉽사리 그녀들이 이룩한 '환상의 성'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모아 '다시만난 세계'와 '판타스틱'을 끝으로 모든 공연이 막을 내렸다.

시계는 7시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계산이라도 한 것 처럼 소녀시대의 공연은 3시간을 지속한 것이다.

모두 합쳐 40개의 춤과 노래 그리고 영상이 진행된 것이다. 괴력이라 칭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 역시 이들 무대에 압도당했다.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뒤따랐지만 그런 피곤함 정도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어째서 연 이틀 공연을 찾는 팬들이 생기는 지도 이해가능했다.

공연은 완벽했고 몇가지 실수들은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로 미미했다. 하늘을 나르는 천사와 마술을 보는 것 같은 환상적인 무대예술, 그리고 어린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노래와 영상, 무대위를 꽃사슴마냥 뛰어다니는 젊은 소녀들의 열정만으로 마치 딴 세상을 경험한 것 같은 전율이 일었다. 그것도 매순간 찾아온 것이다.

수준높은 대중문화를 자랑하던 일본 관객들이 소녀시대 무대를 본 이후 "흑선을 본 것 같은 충격"을 어느정도 이해할 것도 같았다. 더 이상 예쁘장한 아이돌이 아니라 3시간의 무대를 장악하는 파워풀한 뮤지션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미래가 궁금한 것은 비단 필자 뿐이 아닐 것이다.

공연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은 미흡했던 체조공연장의 음향시설, 그리고 범람하는 UCC 차단 정책에 대한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스탠딩 B구역에서 관람하는 내내 공연 관계자들은 순식간에 무대로 치고들어와 사진을 촬영하는 외국인들의 카메라를 빼앗는 등 분란이 계속됐다.

한 두명이 촬영을 하면 단속이 가능하겠지만 수천명의 팬들이 카메라를 지닌 상황에서 이러한 단속은 관람객의 불쾌감을 자극하고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기념사진 한 장 촬영하려는 팬들이 마치 도둑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만한 상황이 반복됐다. 팬이 된 입장에서 슬쩍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을 어떻게 제어가 가능하겠는가?

아무리 막아도 소녀시대 공연 영상은 '팬캠'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쉽게 감상할 수 있고 이런 유튜브 영상은 소녀시대 세계화에 큰 힘이 된 것이 사실이다.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면 서로가 적당하게 타협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 경험한 유아대통령 '뽀로로' 공연에서 해답을 얻은 적이 있다. 뽀로로 공연에서는 후반 10여분 정도 촬영할 시간을 관객에게 부여한 것이다. 소녀시대 공연 역시 막판 '앙콜 공연' 정도는 촬영을 허용함으로써 관객과 컨텐츠 보유 회사 사이의 적당한 대타협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팬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들은 집에 가는 내내 소녀시대 얘기로 꽃을 피웠다.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이순간은 케이팝의 한 전성기로 기억될지 모른다. 소녀와 여인 그리고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간 쯤에 위치한 '소녀시대'의 전성기 말이다. 그런 절정의 순간에 함께 한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소녀시대>의 9멤버들은 끈끈한 팀워크와 살가움으로 오랜기간 전성기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녀시대'가 어디까지 성장해 나갈 지는 팬들의 또 다른 관심거리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blog_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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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 돋는 소녀시대 네요 정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