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나온 외신 보도만큼이나 이번 신드롬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도 다양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국위를 선양한 한국 가수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러한 열풍을 진작에 기획하고 준비해온 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한편으론 대형기획사와의 노예 계약이나 스파르타식 아이돌 가수 육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시적 바람에 그칠 수 있으니 호들갑 떨지 말자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류의 경제적 가치를 수치화하면서 수출 산업에 활용하자는 시각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견해 속에서 정작 이번 유럽 한류의 주인공인 가수들의 생각은 빠져 있었다. 그들이 파리 콘서트를 거치면서 무엇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오늘의 한류를 있게 한 원동력을 그들에게서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을 스튜디오에 불렀다.
녹화장에 둘러앉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에프엑스의 가수들은 아직도 파리 공연의 생생한 기억에 흥분돼 있었다. 유럽 팬들이 그토록 열정적 반응을 보이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직접 만든 태극기를 흔들고 서툴지만 한국말로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은 한류 주역들도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었던 것이다. 언어 장벽 때문에 벌어진 재미있는 해프닝도 소개됐다. 발음이 어려워서인지 소녀시대 효연은 계속 ‘요년’으로 불렸다고 한다. 팬들이 직접 만든 플래카드에도 수영은 ‘수염’으로, 예성은 ‘여성’으로 빅토리아는 별명인 ‘둥둥’ 대신 ‘빅토리아 뚱뚱’으로 잘못 적혀 있기도 했단다.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아이돌 가수들이 겪었던 고생과 외로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들은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으로 들어가 엄청난 트레이닝을 받는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의 훈련 과정은 혹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노래, 춤, 연기, 외국어를 맨투맨 형식으로 맞춤식 수업을 진행하고, 따라오지 못하면 어김없이 도태된다. 언제 데뷔할 지 기약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고 또한 같은 연습생끼리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슈퍼주니어 이특은 연습실 옥상에서 우는 여자 연습생들이나 우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벽을 치며 흐느끼는 남자 연습생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고난은 연습생 시절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데뷔 이후에 겪었던 자기 재능에 대한 끝없는 회의와 자책을 이야기하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흘리는 신동을 보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의 무게를 느꼈다.
한류를 낳은 원동력에 대한 답을 녹화가 끝날 즈음에 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소녀시대의 수영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때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가 좋아서 춤이 좋아서 가수가 됐고 앞으로 최고의 가수가 되는 게 수영의 꿈이리라. 이런 수영의 꿈이 또 다른 꿈들을 만난다. 최고의 작곡가가 되려는 꿈, 그리고 최고의 기획자가 되려는 꿈, 그런 꿈들이 모여서 오늘의 한류가 태동된 게 아닐까.
10년 후 한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때 열풍처럼 불었다가 제 풀에 사라져 기록 필름에나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과거의 유산이 돼 있을 수도 있고 유럽을 넘어 중동, 남미, 미국의 젊은이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을 수도 있다. 제발 후자였으면 좋겠다. 그때쯤 꿈을 이룬 소녀시대 수영의 모습을, 그리고 이젠 다른 이가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수영의 모습을 보고 싶다.
MBC PD |
멋지네요 우리 수영이~ 작은 힘이지만 옆에서 함께 달리며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