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여주인공의 첫 대사처럼 따뜻한 휴먼 멜로가 돌아왔다. 자신에게 심장을 이식해준 여인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유 모를 이끌림으로 가슴 아픈 사랑을 시작하는 봄이(수영 분)의 로맨스가 바로 그 주인공. MBC 새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이 '세포 기억설'이란 소재를 로맨스에 버무려 가을 안방극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일 오후 첫 방송된 '내 생애 봄날'에서는 봄이와 동하(감우성 분)의 티격태격 첫 만남이 풋풋하게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봄이가 심장을 기증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우도를 찾았다. 봄이는 그곳에서 동하와 그의 자녀 푸른(현승민 분) 바다(길정우 분)와 자주 엮이며 막을 수 없는 인연의 첫 신호탄을 쐈다.
봄이는 멀리서 아내를 그리며 바다에 술을 뿌리는 동하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왜 자연을 훼손하느냐"며 술병을 빼앗는가 하면 푸른과 바다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뜨리며 평소와 다른 자신을 느꼈다. 또한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졌을 때 누군가 자신의 발을 힘껏 밀어올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겪기도 했다.
연결점은 하나였다.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여인이 바로 동하의 죽은 아내이자 푸른, 바다의 엄마였던 것. 봄이는 심장에 새긴 기억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동하 가족과 인연을 엮어가기 시작했다.
'내 생애 봄날'은 최근 드라마 트렌드 가운데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휴먼 멜로의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 가슴 따뜻한 등장인물들과 큰 갈등 없이 펼쳐지는 잔잔한 극 전개, 휴머니즘과 로맨스를 기본으로 하는 순수한 주제 의식 등 '무공해' 드라마로서 손색없는 출발이었다.
지난 2007년 청정한 감동을 안긴 MBC '고맙습니다'의 이재동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내 생애 봄날'의 순수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유능한 의사 민기서(장혁 분)와 아이가 에이즈에 걸렸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영신(공효진 분)의 기적 같은 로맨스로 매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고맙습니다'는 아픔 있는 두 남녀 주인공의 따뜻한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내 생애 봄날'의 전신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또한 여주인공 봄이의 이름이 '고맙습니다' 속 아이의 이름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무공해' 휴먼 멜로 탄생을 알리는 중요한 단서다.
그렇다면 '내 생애 봄날'은 전작 장혁 공효진의 '고맙습니다'처럼 바람이 점점 서늘해지는 가을 안방극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극본과 연출은 이미 인정받은 바 있기에 감우성 수영의 호흡이 흥행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상파 드라마로서 첫 신고식을 치르는 수영이 소녀시대 꼬리표를 떼고 수수한 이미지의 '이봄이'로 완벽 빙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관전포인트다.
일단 첫 방송에서는 특유의 발랄하고 대찬 이미지를 캐릭터에 그대로 녹여내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상대역 감우성과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도 과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심장 이식을 두고 극 중 동하와 벌일 갈등과 사랑, 심리적인 고뇌를 얼마나 깊이 있게 풀어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내 생애 봄날'이 연기 연출 극본 삼박자를 고루 갖춘 착한 휴먼 멜로로 브라운관 앞 가을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지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http://news.tf.co.kr/read/entertain/1409157.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