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의 수명이 5년이라는 속설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듯하다.

5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그룹들이 탄탄한 인기를 자랑하며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 가요계 든든한 허리가 되고 있다. 신화와 동방신기, JYJ를 차치하고라도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2PM, 2AM, 샤이니까지 5년차 징크스를 거뜬하게 건너뛴 그룹들이 즐비하다. 속설대로라면 벌써 멤버들끼리 갈라서고 인기가 떨어지고 일부 멤버는 방황하다 '사고'를 칠 시기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톱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8년 데뷔한 2AM은 지난 5일 신곡 '어느 봄날'을 발표하고 음원차트 1위를 꿰찼다. 아이돌그룹으로는 유일하게 보컬그룹을 표방한 이들은 '죽어도 못보내' 등 여러 발라드 히트곡을 낸 상태. 이들은 데뷔 5년을 맞아 클래식과 인디를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손잡고, 또 한번 진화에 나섰다. 이루마를 비롯해, 에피톤 프로젝트,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앨범에 참여했다. 2AM으로서는 이제 '2막'인 셈이다.

2007년 데뷔한 샤이니는 여전히 상큼하다. 플라워 프린트 팬츠를 입고 화사하게 웃는 샤이니는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던 풋풋한 신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퍼포먼스의 난이도를 대폭 높였다. '링딩동', '루시퍼', '셜록'을 거쳐 이번 '드림 걸'에서는 4kg짜리 스탠드 마이크를 굴리고 돌리고 휘두른다. 실력은 탄탄하지만 선배 티는 나지 않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에 있는 샤이니는 대부분의 남성 그룹들이 터프함이나 섹시함으로 '급변'하는 정규코스를 밟지 않고 롱런 중이다. 덕분에 샤이니는 최근 30대 여성 직장인들의 '힐링돌'로 불리고 있다.

소녀시대는 보컬 그룹으로 시작한 브아걸을 제외하곤 걸그룹 중 유일하게 5년차를 넘어섰다. 데뷔 초기 라이벌이었던 원더걸스가 선예의 결혼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반면, 소녀시대는 해외 및 개별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2라운드를 열었다. 명랑한 여성성으로 승부하던 데뷔 초기에서 보다 더 진화해 당당하고 쾌활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최근 신곡 '아이 갓 어 보이'는 소녀시대의 변신을 두고 이례적인 논쟁까지 벌어지며 여전히 '핫'함을 입증했다.

2PM은 여전히 JYP엔터테인먼트를 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해 닉쿤의 음주운전 사고로 주춤하긴 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JYP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놀라운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건강한 이미지로 광고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약 10개의 브랜드 모델로 활약 중이다. 2년이나 활동을 쉰 그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에서도 승승장구 중으로, 이들은 오는 4월 도쿄돔 공연도 준비 중이다.

2005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와 2006년에 데뷔한 빅뱅도 두말할 것 없이 '톱'이다. 한해를 대표하는 빅히트곡을 보유한 데다, 막강한 팬덤, 개인활동에 능한 멤버들, 해외시장에서의 급성장 등 탄탄대로다. 특히 이들을 기점으로 아시아를 넘은 전세계 시장이 열리면서 연일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두 팀 모두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며, 해외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다.

후배가수들의 목표도 당연히 상향조정됐다. 개별 활동을 하면서도 그룹을 정상급으로 유지하는 사례를 보면서 그룹 내 사기 진작과 관계 유지에도 특별히 신경쓴다는 것. 특히 그룹이 유지돼야 개별 활동에도 탄력을 받는 케이스가 많아 후배 가수들도 5년 이상 장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신경 써야할 것도 생겼다. 한 가요관계자는 "최근 그룹들이 비교적 차곡차곡 인기를 쌓는데다, 해외 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있어 보다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전속 계약과 개별 활동 조율 문제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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