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 놓고 논란 분분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별나다. 가는 곳마다 논박이 붙는다. 지난 1일 아이돌그룹 ‘소녀시대’가 음반 하나를 낸 뒤 벌어진 일이다.

음악·영화 동호인 사이트인 ‘디브이디프라임’에 오른 글은 음악 소비자들 사이의 분분함을 상세히 알려준다. 어느 누리꾼은 “곡도 어렵고 가사도 어렵고”라고 썼고, 또 누구는 “난해 그 자체”라고 거든다. 한 누리꾼은 질세라 “꼭 노래가 틀에 박혀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맞받는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도 북새통이다. 저마다 한마디씩 보탠 리뷰는 8일 오후 현재 1만5400개를 넘어섰다.

▲ 장르·속도 섞여 일부 “난해”

외국선 “진보적 팝” 호평도

“수다가 아홉 여자 소통 비결…

결혼 뒤 나중에 디너쇼 기대”

“익히 예상했던 일입니다. 우리 멤버들도 처음엔 낯설어 했다니까요.”(유리·24)

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SM엔터테인먼트 계열 ‘에브리싱 노래방’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소녀시대 멤버들은 정규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를 둘러싼 반응을 예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서현(22)은 “스스로에게도 도전적인 곡이었다”고 했다.

‘아이 갓 어 보이’는 어느 한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힙합과 레트로, 어번, 일렉트로닉, 팝 등 여러 장르가 혼재한다. 속도(bpm·분당 박자 수)조차 중간에 수시로 바뀐다. 98bpm(약간 느리게)과 140bpm(매우 빠르게)을 각 두 차례씩 오간다. 가사 또한 얼핏 들으면 중구난방이다.

전문가 평가도 엇갈린다.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가수 윤건은 트위터에 “의도된 무맥락, 무논리, 무구성. 난 좋아”라는 촌평을 리트윗했다. 작곡가 김형석은 “같은 코드 패턴에 다양한 리듬, 멋진 구성, 훅, 장르의 혼합. 소녀시대의 매력을 잘 버무린 수작. 난 좋은데”라고 했다.

멤버 수영(23)의 설명은 대체로 명쾌했다. “가사는, 9명의 여자들이 수다를 떠는 장면, 그래서 이런저런 주제가 자꾸 개입되는 우리 또래, 실제 우리 팀의 대화 모습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태연(24)은 “금세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녀시대는 이번 음반에서 ‘변신’이란 화두를 전면으로 꺼내든다. 무대에선 아슬아슬하게 높다란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종전의 파스텔톤 의상 대신 헐렁하고 껄렁한 힙합 바지와 재킷을 걸쳤다. 춤 또한 ‘걸스 힙합’처럼 과격하다.

제시카(24)는 “근육통이 생겨 파스를 붙이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빌보드, MTV 등의 홈페이지에 나온 영문 리뷰를 읽어보았어요. 대체로 해외에선 호평입니다. ‘가장 진보적인 팝’이 등장했다는 말도 있어요. 고정적인 걸 탈피했다는 데서 신선함을 느끼는 듯해요.”(티파니·24)

자신감이 있었기에 도박 같은 도전에 응한 측면도 있다. 멤버 윤아(23)는 “우리가 바로 소녀시대”라며 웃었다.

앨범 수록곡은 10개. 다른 수록곡 ‘익스프레스 999’ 역시 록과 복고, 일렉트로닉이 교차한다. ‘프로미스’ ‘유리아이’ 등 발라드곡은 소녀에서 여성으로의 전이를 귀띔한다.

올해로 데뷔 6년차다. 여러 구성원이 한살림을 하다보니 사소한 다툼이 있겠지만, 구설수는 거의 없다. 효연(24)은 “도저히 멈추지 않는 잦은 수다”를 비결로 꼽았다. 태연은 “잠깐 휴대폰이 꺼지면 멤버들로부터 몇 백개의 메신저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며 깔깔댄다. ‘수다’는 소통의 ‘작은’ 말이다.

연습생으로 모여 함께 지낸 지 10여년이다. 최근 결혼을 앞둔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선예와 예비신랑을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수영은 “소녀시대 멤버들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스 걸스가 최근 모였다는 이야길 들었죠. 우리도 나중엔 디너쇼를 함께 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이 갓 어 보이’는 그때 상황에 맞게 편곡해 ‘너네 애는 왜 학교엘 안 갔지’ 하며 랩을 바꿔 부르면 되고요.”(티파니)

아이돌 가수들이 주춤하면서 ‘아이돌의 위기’란 말도 나돈다. 수영의 생각은 달랐다.

“다양성의 시대를 늘 꿈꾸어 왔습니다. 태진아 선배님이 엔딩을 하고, 김건모 선배님이 노래를 부르고 그 뒤에 아이돌그룹이 노래를 부르고. 서로 다른 음악적 달란트(재능)가 두루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이 갓 어 보이’ 뮤직비디오는 8일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수 2200만건을 넘어섰다. 소녀시대는 2월부터 다시 해외로 나선다. 일본에서 2만~4만석 규모의 공연장을 도는 ‘아레나 투어’에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에 대한 초반 반응이 좋지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저희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들을수록 더 듣고 싶어지실 거예요.”

걸그룹 소녀시대는 지난 1일 발매한 정규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에 대해 이 같은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들도 처음 들었을 때는 ‘뭐지?’라는 반응이었지만 들을수록 좋아졌고 신중하게 결정해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고 했다.

“소녀시대가 데뷔 6년째인데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드려야 할지 고민 안할 수 없었어요. 지금까지처럼 귀에 감기는 후크송을 계속 해야 할지, 음악적으로 시야를 넓혀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죠.”

‘아이 갓 어 보이’는 후자에 따른 결과물인 셈이다. ‘아이 갓 어 보이’는 발표 초반 각종 음악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소위 ‘올킬’했지만 대중의 호불호가 엇갈렸던 것도 사실이다. 이 노래에 대해 호평도 많은 반면 심하게는 ‘소녀시대의 시대 이렇게 저무나’라는 악평도 나왔다.

‘아이 갓 어 보이’는 일렉트로닉 댄스곡을 표방하고 있지만 기존 발표한 곡들보다 랩이 많이 포함돼 걸스힙합의 느낌이 강하게 전해진다. 소녀시대가 이 같은 분위기의 노래로 컴백한 것은 처음이어서 대중에게 낯설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평이 늘어나고 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역대 K팝 뮤직비디오 중 최단기간인 5일 만에 조회수 2000만 건을 돌파할 만큼 국내외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빌보드, MTV 등에서는 연일 호평을 쏟아냈다. 소녀시대의 예상은 맞아떨어져가고 있다.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시카는 “호평이 많다보면 안좋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며 “그건 신경 쓸 게 안된다. 즐겁게 좋은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티파니는 “해외 언론의 호평이 너무 기분 좋다. 흥분해서 읽었다”며 “이제 컴백한 지 1주일이 됐는데 이번 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음악이 강렬해지면서 퍼포먼스도 격렬해졌다.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변신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듯했다. 멤버들은 “초반에는 한번 무대를 마치고 나면 달리기를 완주하는 느낌이었다. 4분30초간 안무를 마치고 나면 호흡 조절이 안돼 15~20분은 쉬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어디까지나 컴백 초반 이야기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연습량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소녀시대는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미국 언론의 호평이 아니더라도 이미 세계 각지에서 입지를 쌓아왔다. 더구나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폭발적인 인기를 발판으로 미국에 진출하면서 세계 최대 음반시장인 미국에서 K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소녀시대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싸이 선배님 덕분에 좋은 무대, 좋은 기회가 생겨서 미국에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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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 곡이 난해하다고?’ 소녀시대가 전하는 음악소신

 

걸 그룹 소녀시대가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따른 부담감과 그에 얽힌 소신을 밝혔다.

소녀시대는 1월8일 신사동 모처에서 정규 4집 앨범 ‘I got a boy’발매 기념 인터뷰를 갖고 신곡에 대한 설명과 남다른 감회, 활동 방향, 포부 등을 전했다.

정규 3집 ‘The Boys’이후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소녀시대의 신곡 ‘I got a boy’는 팝, 레트로, 어반 장르 요소가 섞인 일렉트로닉 댄스곡으로, ‘여자들의 수다’를 주제로 풀어낸 솔직담백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를 작곡한 유명 작곡팀 Dsign music과 Will Simms, Sarah Lundback 등 유럽 최정상 작곡가, 유영진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I got a boy’를 접한 가요 관계자들과 팬덤, 대중들은 일부의 감탄과 다수의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The boys’ 이후 기존에 소녀시대가 보여주던 퍼포먼스나 음악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더니 이번에는 한 곡 안에 장르와 비트가 여러 번 바뀌는 것도 모자라 파트마다 화자가 바뀌는 다소 ‘복잡한 곡’을, 그것도 소녀시대가 지금껏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걸스힙합’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여성적이고 귀여운 매력이 가득 묻어나는 ‘Kissing you’와 ‘Gee’로 지금의 탄탄한 인기를 구축했던 그들이었기에 랩이 주축이 되어 자유분방한 무대를 꾸미는 소녀시대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낯설게 다가올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도전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 무모한 시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멤버들도 소녀시대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과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본인들 역시 ‘I got a boy’를 처음 듣자마자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으니까.

소녀시대는 “연습생 시절 걸스힙합을 많이 배워 편하고 재미있게 안무를 접할 수 있었지만 곡은 처음부터 귀에 감기는 후크송이 아니다 보니 곡 구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곡의 진면목은 한번보다는 두 번, 두 번보다는 세 번, 세 번보다는 열 번 들었을 때 나타난다고. 티파니는 “들을수록 익숙하고 새롭다. 처음 이 감정에 집중이 됐다면 두 번째엔 다른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무대 위 멤버들의 표정 연기나 패션도 다 재미있다. 어렵고 신선하지만 무대 퍼포먼스로 인해 하나로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고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갓 데뷔했을 때 운동화와 운동복으로 풋풋한 10대 모습을 보여드렸고, 이후에는 스키니진과 청바지로 20대 초반 새내기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항상 그 시기에 맞춰 발전하는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The boys’가 걸 파워에 대한 자신감을 메시지로 전했다면 이번에는 나이대에 걸맞는 여자들의 일상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러움이 무기가 된 만큼 이제는 매 무대마다 다른 호흡과 애드리브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안무 예쁘게 소화하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파워풀해진 안무를 보다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뮤직비디오 일정까지 미루고 시간을 벌어 연습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소녀시대는 변화에 대한 부담감을 영영 내려놓을 수 없는걸까? ‘본연의 소녀시대 매력을 보여달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목소리에 대해 태연은 “우리에게는 항상 발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번 이미지가 다소 각자의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이것이 소녀시대 스타일인가?’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변한 것은 오로지 시간일 뿐, 추구하는 트렌드가 달라져도 ‘Kissing you’불렀던 소녀시대는 그대로 있고, 언제든지 콘서트에서 재현이 가능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파니는 “언젠간 상큼한 걸 다시 보여드리겠다”고 말해 성숙한 소녀시대의 색다른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한편 소녀시대는 신곡 ‘I got a boy’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