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코리아] 걸 그룹 선두 주자 소녀시대가 1년 3개월 만에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로 국내에 돌아왔다.

 

소녀시대는 지난해 미국과 일본 등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국내 정상을 차지한 소녀시대에게 미국 진출은 모험과도 같았다. 그러나 팬은 변함없이 그들을 지지했고 여전히 걸 그룹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구성된 유닛 그룹 태티서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Billboard 200) 126위, 월드 앨범 차트 1위, 히트시커스 앨범 차트 2위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변신을 거듭 중인 소녀시대는 새해 첫 날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로 팬들 곁에 돌아왔다. 컴백쇼에는 귀에 꽂히는 후렴구, 각선미가 드러나는 도발적 의상, 섹시한 군무는 없었다. 다만 각자 개성이 담긴 펑키한 의상을 입고 일렉트로닉 댄스· 클래식· R&B· 뉴 웨이브 등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을 쏟아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컴백이었다.

 

미국 유력 음악 매체 빌보드(Billboard)도 소녀시대의 컴백에 관심을 보이며 세계 톱 뮤지션에게 자리를 내준 특집 코너 ‘트랙 바이 트랙(Track By Track)’을 통해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 2011년 6월 ‘트랙 바이 트랙’이 시작된 이래 국내 가수가 이 특집 코너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1. I Got A Boy

 

오랜만에 컴백한 소녀시대는 첫 트랙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 갓 어 보이’는 성공적이다. 그동안 보여준 세련된 멜로디나 대중의 구미에 맞게 제작된 곡은 아니지만 색다른 분위기로 인해 장기간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드럼과 베이스의 강렬한 비트, 펑키하면서도 투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덥스텝, 폭발적인 가창력이 이 곡에 모두 담겼다. 세계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은 진보적인 팝 싱글이다.

 

2. Dancing Queen

 

미국 가수 더피(Duffy)의 1집 수록곡 ‘머시(Mercy)’를 리메이크한 이 곡은 빌보드 케이팝 핫 100에서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소녀시대는 이 곡으로 5년 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귀여운 매력을 어필한다.


3. Baby Maybe

 

하프가 선율을 이끄는 미디엄 템포의 이 곡은 앨범 수록곡 중 애창곡으로 삼기에 좋다. 후렴구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루브를 타게 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를 불신하게 되는 심각한 내용의 노래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밝고 사랑스럽다. 영국 싱어 송 라이터 픽시 로트(Pixie Lott)가 작곡에 참여했다.

 

4. 말해봐(Talk Talk)

 

노래의 첫 문을 여는 섹시한 목소리가 귀를 잡아끈다. 1990년대 펑키 팝 스타일의 이 노래는 공격적으로 쪼개진 일렉트로닉 비트가 흐름을 이끈다. ‘말을 해봐, 말을 해봐. 말해봐’가 반복되는 후렴구가 중독성이 강하다. 이 곡은 지난해 발표한 일본 정규 2집 수록곡 ‘부메랑(Boomerang)’의 한국어 버전이다.

 

5. Promise

 

1990년대 분위기의 따라부르기 쉬운 R&B 트랙이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그동안 빠른 댄스 비트와 화려한 퍼포먼스에 가려진 소녀시대의 가창력이 발휘됐다.

 

6. Express 999


소녀시대가 이 곡으로 컴백했으면 더 쉽게 케이팝 흐름의 주도권을 쥐었을 것이다. 1980년대 뉴 웨이브의 영향을 받은 레트로 팝으로 산발적인 일렉트로닉 비트, 하이라이트 부분의 묵직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의 전개가 곡의 뼈대를 이룬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스크릴렉스(Skrillex)가 1980년대 음악을 구현한 느낌이다. 처음 듣자마자 빠져들게 되는 곡이다.

 

7. 유리아이(Lost in Love)

 

리더 태연과 티파니의 듀엣곡으로 두 사람의 가창력이 빛을 발하는 발라드 트랙이다.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는 순간을 ‘유리’에 비유했다. 연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한 노래다. 앨범의 다른 발라드 ‘베이비 메이비’ ‘프로미스’처럼 따라부르거나 기억하기 쉽지 않지만 가장 인상적이다.

 

8. Look At Me

 

가장 도회적인 느낌을 풍기는 트랙이다. 저돌적인 랩, 활기차고 기억하기 쉬운 코러스 등이 리스너의 흥을 돋운다. 수시로 변하는 분위기, 독특한 효과음, 비정형적 코드 진행이 흥미를 더한다.

 

9. XYZ


무게감 있는 사운드와 미디엄 템포,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더해진 팝 록 트랙이다. 사랑이 알파벳의 ABC와 XYZ 사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은유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소녀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충분하다. 멤버 유리와 서현이 작사했다. 미래지향적인 데다 미국의 팝 느낌을 물씬 풍기는 트랙이다.

 

10. 낭만길(Romantic St.)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서 빗나난 것 같지만 ‘소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소녀시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달콤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유명한 노래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을 연상시킨다. 강하고 복잡한 사운드로 가득했던 앨범을 잔잔한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소녀시대의 4집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겨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평가에 상관없이 소녀시대의 음악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소녀시대가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앨범이다.

 

전유나 기자 jyn0312@billboard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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