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곡을 이어붙인 듯 혼란스러운 악곡에 소녀시대다움이 희생됐다.” “신선하다. 정체되지 않고 또 한 번 변신했다.” 1일 공개된 여성그룹 소녀시대의 4집 타이틀 곡 ‘아이 갓 어 보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는 공개 사흘 만인 4일 오전 1000만 건을 넘었다. ‘아이…’는 2012년 침체됐던 아이돌 시장의 2013년 바로미터로 새해 벽두 케이팝 최대의 이야깃거리로 떠올랐다. 》

○ 수수께끼로 포장한 소녀들

소녀시대의 온전한 컴백은 1년 2개월 만이다. 소속사와 아홉 ‘소녀’의 깊은 고민, 앨범 재킷에서부터 보인다. 고딕체로 쓴 ‘소녀시대’ 로고는 1980년대 국산만화에서 꺼내온 것 같고 멤버들은 빨간 트레이닝복을 걸쳤다. 지난 앨범의 공식을 거스른 키치(kitsch·통속성을 일부러 드러내는 문화 조류) 코드가 좀 어색하다.

 

의상과 안무에도 ‘어?!’ 소리가 나온다. 킬힐 신고 늘씬한 다리를 휘두르는 대신 챙이 평평한 뉴에라 스타일 모자와 야구 점퍼를 걸치고 래퍼 같은 손동작을 한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에는 역동성과 파워를 앞세우면서 아기자기한 색깔도 넣었다. 멤버들의 동선 교차와 배열도 변화무쌍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의상에 대해서는 “‘스트리트 룩’을 추구했고, 빈티지 무드를 한국적으로 펑키하게 재해석했다”고 했다.

○ ‘4분 31초. 13∼30초. 140BPM’

음악은 더 어지럽다. 소녀시대 역사상 가장 긴 타이틀 곡. 지난 대표곡들 중 러닝타임이 4분 넘는 것은 ‘다시 만난 세계’(4분 25초)뿐이었다. 구성도 복잡하다. 잦은 랩과 덥스텝(전자음악의 한 갈래)을 섞어 정체성을 감추고 뒤틀었다. 악곡은 템포, 가창 스타일, 편곡 분위기에서 짧게는 13∼30초 간격으로 계속 변한다. 노래 중간, 제시카가 직접 ‘140(분당 박자 수 140)으로 돌아가자!’며 템포 변화를 ‘자랑’할 정도다.

변화무쌍한 악곡을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괜찮게 들린다.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부자연스러운 짜깁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경준 평론가는 “음악성을 중시한 노래로 소녀시대 역사에 한 전환점을 이루게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오, 오, 오’ ‘지, 지, 지’처럼 단번에 각인되는 반복구를 뜻하는 ‘후크(hook)’도 줄었다. 반복구가 있지만 멜로디의 낙폭이 적고 반복 간격이 넓다. 가사도 변덕쟁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머릴 잘랐대?’에서 ‘나, 깜짝! 멘붕이야! 그 사람은 내 민낯이 궁금하대’를 거쳐 ‘언제나 내 곁엔 내 편이 돼주고 귀 기울여주는 너’로 이어지며 화자와 대상자가 혼란스럽게 바뀌고 섞인다. SM A&R팀은 “소녀시대가 본인들만의 사운드를 갖고 컴백하면 월드와이드적으로 분명히 신선한 반응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 결론

기자는 SM과 ‘소시’의 전략에 한동안 ‘유린’당해 볼까 한다. 멤버 이름 넉자(동방신기)부터 남장여자(f(x)의 엠버)까지, ‘사실 오늘 아침에 그냥 나 생각한 거야’(HOT ‘캔디’)부터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f(x) ‘핫 서머’)까지, SM의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서. 또 하나의 ‘지’가 나왔다면 만족했을까? 당분간은 즐겨보리라, 이 산만하고 시끄러운 퍼즐을. ‘아이 갓 어 보이 멋진.’

 

 

※아이돌 음악에 익숙한 전문가 6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부터 ‘아이 갓 어 보이’까지 대표 곡 10개에 대한 이들의 평점에 기초해 에스 커브(S-Curve·소녀시대 곡선)도 만들어봤다(그래프 참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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