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의 팬사이트 탱파라다이스에 들어가 자료를 보다가 좋은 글을 보게되어 여러분들과

같이 동유하고 싶어 이렇게 퍼왔어요^^ㅎ

좋은시간 되세요~~~

 

 

 

기억하시나요? 2009년 8월 15일

소녀시대가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할때 깜짝 선물로 서현 어머니가 나오셨고, 티파니가 울먹이며 고백한 아름다운 이야기...

그 때 담당하 피디님이 자신의 홈피에 올리셨던 글입니다. 감동적이어서 올립니다.

 

제 글도 아니고 인터넷에 기사화된 글도 아닙니다. 담당 피디님이 개인적인 생각을 자신의 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이곳에서만 보시고 다른 곳에서는 재업로드를 삼가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우리가 소녀들을 더 이해하고 더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퍼가실때는 아래의 피디님 피주소로 가셔서 댓글을 다시고 그곳에서 퍼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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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렇게 시작을 했었다.

 

특집답게 색다른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Gee'부터 '소원을 말해봐'까지 소녀시대의 노래라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지만 일반 순위프로그램에서도 늘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닌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SM 측에서도 취지를 충분히 공감했고 살인적인 스케줄에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도 그 빠듯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Gee는 피아노 반주의 재즈곡에서 강렬한 록으로 이어지는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됐고 소녀시대만의 파워가 돋보이는 6분간의 대규모 논스톱 댄스배틀도 멋지게 준비됐다.

다른 멤버들은 물론이고 평소에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친구들, 막내 서현이의 피아노 독주라든가 실력파 댄서 효연이의 파워 독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아이들의 노력이 혹시라도 빛바랠까봐 단 하나의 동작, 단 하나의 표정이라도 놓칠 새라 평소보다 훨씬 공들여 콘티를 짜고 무대를 만들었다.

그렇게 음악적인 부분은 어디 내놔도 자신 있을 정도로 흐뭇하게 준비되었다.

 

그러고 나서도 뭔가 2% 부족함이 있었다. 아이들의 매력은 노래뿐 아니라 평소의 모습에도 있는 것을. 그냥 평범하게 이상형을 묻는다거나 성대모사 같은 장기를 보는

소위 ‘예능토크’로 편하게 시간을 때우기는 싫었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초콜릿이 아니었다. 이미 국민여동생 군단이 되어버린 소녀시대인지라

이제는 웬만한 장기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너무 많이 알려진 터이기도 했다. 뭔가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그런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생각은 노래 연습을 위해 밴드연습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욱 굳어졌다. 소녀시대라 해도 스스럼없이 웃고 쉴새없이 재잘거리고 서로 짓궂게 장난을 거는

스무살 제 또래의 똑같은 아이들일 뿐이었다. 그속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보였고 그러면서도 서로가 얼마나 친한지 서로를 얼마나 챙기는지 한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걸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강하게 스쳤다.

 

‘소원을 말해봐’ 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소녀시대는 더욱 바빠졌다. 노래 제목에 맞춰 소녀시대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게 하는 내용의 방송이

곳곳에서 전파를 탔다. 각종 버라이어티와 토크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는 시청자들을 위해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함박웃음을 웃었다.

인기가 많은 것은 너무도 감사해야할 일이겠지만 아직도 그저 집에서 응석을 부려야 할 나이에 아이들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그렇게 항상 웃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또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라고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정작 본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원은 무엇일지, 나는 반대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작년에 연출했던 ‘체인지’라는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특수분장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이 된 출연자가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항상 가족이었다.

늘 피부를 맞대고 살지만 가장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속상하게 만드는 일도 많은, 가족이라는 존재. 늘 얼굴을 보면서도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면 출연자들은 늘 눈물을 쏟았다.

효리도, 호영이도, 타블로도, 옥동자도. ‘가족’이라는 화두에 천착해온 내게는 힘들지만 참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매니저를 통해 멤버 중 막내인 서현이의 어머니를 섭외했다. 숙소생활을 하는 딸을 못 본지 어머니도 한달이 넘었다 했다.

지난달에 있었던 생일도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셨다. 무남독녀 외동딸을 위해서라면, 하고 방송출연을 기꺼이 허락하셨다. 예정에도 없던 일종의 몰카가 되어버렸기에

어떻게 풀어야할지 녹화 바로 전날밤까지도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녹화가 시작되고, 얼굴을 가린 채 일반관객 중 한사람으로 가장한 어머니는 평소 애교가 별로 없는 딸 대신 애교법을 가르쳐달라고 소녀시대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또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용으로만 알고 깔깔거리던 아이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MC인 김정은씨가 딸 대신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양이 이분을 한번 안아드리라고 하자 이미 아이들은 눈이 빨개져 버렸다.

어머니는 딸을 안았고 가면을 벗었고 늦은 생일을 축하한다며 결혼식 때 주려고 간직하고 계셨다는 육아일기를 선물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쏟았고

이를 지켜보던 MC도 돌아서서 눈가를 훔쳤다. 잠시 장내는 조용한 눈물바다가 되었다. 제시카도, 유리도, 효연이도, 수영이도, 써니도, 태연이도, 그리고 윤아와 티파니도..

혹시 각자의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들이 있으면 하라는 MC의 리드에 씩씩한 태연이가 리더답게 일어나 이야기했다.

 

“소녀시대에게 ‘엄마’란 단어는 금기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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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눈물을 쏟던 티파니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저, 이야기 하고 싶어요.”

 

소녀시대 편을 준비하면서 매니저가 신신당부한 게 있었다. 가족이야기는 조심해 달라고. 몇몇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힘든 이야기라고.

어느 정도 사연을 아는 제작진으로서는 혹여나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까봐 일부러 엄마란 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각별히 조심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하고 입을 연 티파니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에게 짧지만 아름다운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힘을 주어 이렇게 말했다.

“대신 여덟 명의 소중한 자매들을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곤 친구들을 하나씩 끌어안았다.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격려하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여덟 명의 언니들 덕분에 우리 서현이가 애교를 많이 배웠다며

서현이 어머님도 멤버들을 돌아가며 포옹했다. 부조에서 카메라 화면을 보며 컷팅을 하고 있던 나도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치솟았고 콜소리가 떨리는 것을 참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다시 눈시울이 뜨겁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짐짓 혀를 차며 한마디 했다. “으이구, PD도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토크가 끝나고 잠시 녹화가 중단된 사이, 급하게 현장 안내방송을 했다. 기자분들도 많이 오시고 관객분들도 많은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이고 방송에 안 나갈 수도 있으니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걱정되어 급히 대기실로 뛰어 내려갔다. 깜짝선물을 준다고 한 건데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기실에서 티파니를 찾았다. “파니야!” 그때 놀랍게도, 티파니가 한걸음에 달려오더니 나를 단숨에 끌어안았다.

그리곤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고마와요 피디님~!” 아이는 미안해하는 내게 오히려 너무 기쁘다고,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거듭 말하며 방송에 내도 괜찮다고 웃어주었다. 나는 그런 아이가, 너무 고맙고 너무 대견하고 너무 미안하고 그리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파니야.. 그리고 얘들아.. 고맙고 미안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소녀시대 아이들을 잘 모른다. 이번 초콜릿 녹화를 하기 전까지는 사실 제대로 일로서 만난 적도 없다. 그저 다른 뭇 아저씨 팬들이 그러하듯이

소녀시대라는 이름이 갖는 귀여움과 깜찍함에 즐거워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녹화를 계기로 나는 아이들이 소중해졌다. 팬으로서도 아니고 남자로서도 아니고

그저 아이들의 큰오빠가 된 것처럼 어리고 여린 막내동생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혼자만의 착각이 분명하겠지만 마치 내가 이 아이들의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 그룹에겐 항상 이런저런 구설수가 따라다니게 마련이듯

소녀시대를 두고도 왕따네 불화네 욕설이네 말들이 많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말들은 재고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는 사실이다.

소녀시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언니요 친동생이며 사랑하는 엄마요 딸이었다. 소녀시대란 그룹은 그대로 소녀시대란 이름의 가족이었다. 나는 이번 녹화를 통해서

아주 우애가 돈독한 한 가족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그렇게 시작을 했었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들어주자고.


하지만 결국 나는, 다시 소녀시대에게 큰 선물을 받고 말았다..
 

출처: ezonepd.com / 이지원PD ⓒezonepd.com